SKT와 3년...시각장애인 음성안내 앱
SKT '멀티모달AI' 적용해 업그레이드
MWC24서 '접근·포용성' 최고 수상
조수원대표 "AI, 가치있는 일할 때 의미"

인공지능(AI)은 무엇일까요? AI 기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분명한 것은 AI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데일리임팩트는 AI 기술 기반의 혁신 스타트업들을 만나 AI가 가져올 변화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고 건강한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지난달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24. 조수원 투아트 대표가 전시부스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모습. /사진=투아트
지난달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24. 조수원 투아트 대표가 전시부스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모습. /사진=투아트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스타트업도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SK텔레콤(SKT)과 협력하고 있는 조수원 투아트 대표는 인터뷰 시작부터 스타트업의 자세에 대해 강조했다.

보통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의 협업에서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대기업의 경우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활동 차원에서 '주는 것'이 공식화되어 있다. 이같은 구도의 고정관념을 깨야 상생과 협력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아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지능(AI)기반 시각보조 음성안내 앱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8년 설리번플러스를 시작으로 문서 특화 앱인 설리번에이(A)를 거쳐 최근 최신 버전인 설리번파인더를 선보였다. 설리번파인더에는 챗GPT 기술 외에도 SKT의 멀티모달AI 기술 등이 적용됐다.

시각장애인에겐 설리번파인더가 '빛'이자 도우미의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의 앱을 켜고 거리를 다닐 경우 음성을 통해 횡단보도, 보도블럭, 장애물 등 지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길거리의 간판까지 안내해준다. 쇼핑할 때는 제품 이름과 관련 정보를, 음식점에서는 메뉴판을 읽어준다. 이동의 안정성 뿐 아니라 쇼핑이나 외식할 때의 불편함까지 고려해 만들어진 서비스다.

조 대표는 "한 시각장애인이 똑같은 길을 10년 간 다녔는데 이 길에 뭐가 있는지 그동안은 몰랐다고 말했다"며 "설리번플러스와 설리번파인더를 통해 거리 풍경을 떠올릴 수 있게 되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살 때 반찬은 어떤 게 들어있는지 알게 됐다고  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 서비스에 탑재된 멀티모달AI 기술은 SKT가 개발했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카메라앱으로 촬영하면 그 장면을 음성으로 그림을 그리듯 묘사해주는 AI 다. 

조수원 투아프 대표가 스마트폰의 설리번 파인더 기능을 직접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황재희 기자
조수원 투아프 대표가 스마트폰의 설리번 파인더 기능을 직접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황재희 기자

조 대표와 지난 22일 인터뷰를 진행한 장소는 서울 관악구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내 까페였다. 시각장애인들도 손님으로 자주 찾는 곳이다. 조 대표가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켜고 작동 방식을 설명했다.  테이블위에  스마트폰을 가까이 대자, 설리번파인더는 "쟁반 위에 분홍색 머그컵이 있고 단호박이 들어간 빵이 접시에 담겨 있네요"라며 카메라에 찍힌  장면을 음성으로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이날 조 대표는 "원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얼굴인식 AI를 쓰다가 SKT 의 본사 직원들이 사원증 대신 기계에 얼굴을 인식해  입장하는 것을 보고 SKT가 제공한 AI 기술로 바꿨다"라고 말했다.

SKT의 멀티모달AI는 시각장애인의 입장까지 고려해 개발됐다. 멀티모달AI를 만들 때 학습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SKT의 한 직원이 '장면 묘사할 때 시각장애인인에게 묘사하는 식으로 만들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한 의견이 채택된 것이다. 현재 10억장의 데이터를 학습한 상태로 앞으로 수억장이 추가될 예정이다.

설리번파인더는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4에서도 인정받았다. ‘접근성·포용성 위한 최고의 모바일 사용 사례’로 뽑혀 글로모(GLOMO)어워드에서 수상했다. 이 상은 ICT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적약자를 돕는 ESG 관련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업체에게 주어진다.  

조수원 투아트(사진 오른쪽) 대표가 지난달 열린  MWC24 에서 수상한 GLOMO 어워드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투아트
조수원 투아트(사진 오른쪽) 대표가 지난달 열린  MWC24 에서 수상한 GLOMO 어워드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투아트

다만 설리번파인더는 올 초인 1월24일에 출시했고 MWC 2024는 이로부터 약 한달 뒤에 개최됐다. 사용자 경험이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수상 가능성은 희박했다. 더군다나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적 권위의 상을 획득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고 있어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었다.

조 대표는 "MWC는 기술의 본질을 중요하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AI 의 성능에서 나아가 이 기술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가치 있는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파인더보다 앞서 개발된 설리번플러스도 현재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에게 서비스되고 있고 지난 MWC 2022에서도 상을 받았지만  수익성에 큰 도움은 안된다. 무료 서비스라서다.  

조 대표는 "2018년 개발한 설리번플러스를 글로벌 출시할 때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도 무료로 제공해 어쩔 수 없었다"라면서도 "설리번플러스를 통해 공부하고 있다는 시각장애인에겐 이 서비스가 '눈'인 셈인데 어떻게 교육의 기회를 빼앗나 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개발중인 시각장애인용 하드웨어가 지난 8년 간의 고생에 보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은 까닭에 현재 시각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하드웨어기기를 협력업체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보통 시각장애인들은 보행 시 지팡이나 안내견을 동반하기에 양 손의 자유로움이 제한돼 있다. 웨어러블 하드웨어 기기를 착용하면 손이 가벼워져 안정성과 편의성이 훨씬 높아질 거라는 설명이다.  연말까지 개발을 마치고 내년엔 전 세계에 유료로 판매하는 게 목표다.

조 대표는 스타트업 혼자의 힘으로는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그는 "여기까지 오기까지 SK텔레콤 뿐 아니라 장애인고용공단 보조공학센터 등 유관기관과 지자체, 정부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 2의 투아트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조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투자금 유치나 화려한 스펙보다 앞서야 할 건 다양한 관계자와 협업하기 위한 열린 자세와 그 과정에서 꾸준히 쌓아온 신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의 인생 가치관을 묻자 이런 답변이 날아왔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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