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판매 은행, 이번주 중 이사회서 ‘자율배상’ 의결
배상액 만큼 손실 처리, 1분기 포함 연간 실적에도 ‘악영향’
투자자와 ‘분조위-소송’ 갈 경우 배상액 늘어날 가능성도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50% 이상의 원금 소실 사태를 야기한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의 은행 별 자율배상 여부가 이번 주 사실상 확정되는 가운데, 이에 따른 은행별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홍콩ELS를 판매한 주요 은행 모두 투자자 대상 사적 화해, 즉 자율배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자별 사례가 상이한 만큼 실제 배상 비율을 결정하고 배상이 진행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자율배상의 여파로 개별 은행 당 최대 1조원 가량의 배상 금액이 실적에 손실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당장 축적된 충당금으로 배상이 가능하지만, 당국의 충당금 압박 기조가 여전한 상황에서 배상금 이상의 충당금 추가 적립 요구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이르면 오는 4월부터 투자자들과의 개별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배상 및 실적 관리를 둘러싼 은행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홍콩ELS 판매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 사진=KB국민은행.
홍콩ELS 판매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 사진=KB국민은행.

주요 은행, 이번 주 중 자율배상 ‘확정’

2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이미 자율배상을 확정한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홍콩ELS 판매 은행들의 이사회가 진행된다.

오는 28일에는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29일 신한은행이 이사회를 연다. 가장 판매규모가 큰 KB국민은행도 이번 주 중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은 이번 이사회를 통해 홍콩H지수 투자자 원금 손실 관련 자율배상을 사실상 확정할 전망이다. 이사회에 자율배상에 소요될 대략적인 비용과 향후 배상 방식 등을 보고하고 이를 승인받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배상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배상 비율 및 배상 규모가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과거 사모펀드, 파생결합펀드(DLF) 등 과거 불완전판매 사건과 달리 투자자들의 책임 소지도 있다는 입장인 만큼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100% 배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단 가장 앞서 자율배상을 공식화한 우리은행의 경우 평균 배상 비율 40%를 기준으로 예상 배상 비용을 산정, 이사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미 만기가 도래한 투자금의 손실률(45%)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대다수 은행의 만기도래분 손실률이 우리은행과 비슷한 45~5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평균 배상 비율 역시 우리은행과 비슷한 40%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실상 홍콩ELS 판매사 모두 자율배상에 돌입하는 것을 확정한 상황”이라며 “이사회 승인이라는 공식 절차를 거친 후에 (자율배상 시행이)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쳐.
 국회 정무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쳐.

자율배상 이후도 ‘첩첩산중’

업계에서는 홍콩ELS 사태가 불거진 이후 추이를 감안하면 은행권의 자율배상 시행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분위기다.

이미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금융당국 주요 수장들은 꾸준히 소위 ‘선(先) 배상-후(後) 징계 감면’이라는 당근책을 앞세워 홍콩ELS 관련 자율배상을 사실상 압박해 왔다. 여기에 지난주 우리은행이 전격적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처음으로 자율배상 시행을 확정하며 분위기를 띄운 바 있다.

다만, 자율배상이 확정된다 해도 실제 배상이 집행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를 통해 자율배상이 결정된다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자율배상을 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짙기 때문이다.

실제 자율배상을 위해서는 투자 건별 사례분석, 그리고 이에 기반한 실제 투자자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이번 홍콩ELS 사태를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고 손실 100%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손실 규모의 40~50% 안팎을 배상 비율로 검토하고 있는 은행권과 일부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만약, 투자자들과의 합의가 불발될 경우 결국 금융당국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조정절차를 밟게 된다. 여기서도 해결이 안되면 결국 법적 소송 단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투자자 뿐 아니라 은행권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홍콩ELS 판매 은행의 지분을 가진 주주 및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로 손꼽힌다. 자율배상이 실적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가뜩이나 ‘저평가주’로 분류되는 금융주를 보유한 투자자들 입장에선 이번 자율배상이 결코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은행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번 자율배상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율배상 자체가 표면적으로는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전제로 시행되는 조치라는 이유에서인데, 이는 은행권이 그간 자율배상을 망설였던 요인 중 하나인 ‘배임 이슈’와도 연결돼 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을 공식화한 우리은행. 사진은 우리은행 본점. / 사진=우리은행
국내 시중은행 중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을 공식화한 우리은행. 사진은 우리은행 본점. / 사진=우리은행

실적에도 악영향 불가피할 듯

은행권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이번 홍콩ELS 자율배상이 올해 경영 실적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다. 전반적인 수익 지표 부문에서는 악화가 불가피하겠지만, 건전성 등 은행권이 집중관리하고 있는 리스크 부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공통된 분위기다.

데일리임팩트가 만난 대다수 홍콩ELS 판매 은행은 자율배상금 추정액을 충당부채 및 영업외비용 처리 방식으로 이번 1분기 실적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만기가 도래한 자금의 손실 규모뿐 아니라 향후 만기 도래 예정인 홍콩ELS 공급분에 대해서도 예상 손실률을 적용해 충분한 충당금을 확보해 놓겠다는 계산이다.

가장 많은 홍콩ELS를 판매한 KB국민은행의 경우, 예상 충당금 규모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KB국민은행이 판매한 홍콩ELS 잔액은 5조2000억원 가량으로 이 중 50%가 손실되고 손실분의 40%를 배상한다는 가정에 따른 계산이다.

이를 기준으로 나머지 은행 5곳(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의 판매 잔액까지 고려하면 이들 은행 6곳이 1분기 충당금으로 반영할 금액은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홍콩ELS 배상규모가 실적에 반영될 경우, 올해 연간 실적은 시장의 전망치보다 은행별로 최대 30%가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로 전망되는 금리 인하, 이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더해질 경우 더 큰 수준의 실적 감소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홍콩ELS 자율배상 이슈로 인해 적어도 지난해 대비 수익성 지표의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이로 인한 건전성 악화 등 추가적인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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