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22일-하나銀 27일 이사회서 자율배상 논의
'先배상 권고' 당국 압박에 자율배상으로 가닥잡힐 듯
실제 배상비율, 배상집행까지는 다소 시간 소요될 전망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가 시작된 가운데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 원금 손실 사태와 관련한 자율배상 논의도 본궤도에 올랐다. 이미 일부 은행이 내부 이사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면서 이달 중 자율배상안을 공개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상당수 은행이 자율배상과 관련한 배임 이슈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판매사를 대상으로 한 자율배상 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론적으로는 자율배상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의 이사회에 이어 오늘 우리은행, 오는 27일 하나은행의 이사회가 예정된 가운데 홍콩ELS 자율배상과 관련한 은행권 내 입장 발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당장 이날로 예정된 우리은행의 임시이사회에서 홍콩ELS 자율배상과 관련한 안건이 상정돼 논의된다. 예상대로 우리은행이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자율배상 논의에 나서면서 은행권 내부의 속도감 있는 논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홍콩ELS 논의하는 우리, 하나銀

현재 향후 이사회를 통해 홍콩ELS 자율배상 관련한 논의 여부를 공식화한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이날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홍콩ELS 만기 일정과 예상 손실 규모를 공유하고 자율배상과 관련된 사안을 논의한다. 만약, 해당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이 확정되면, 이후 관련 자율배상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홍콩ELS 잔액 규모는 총 413억원 가량이다. 판매 잔액이 8조원이 넘는 KB국민은행, 2조원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신한은행 등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규모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만약 은행권에서 홍콩ELS 관련 자율배상에 나설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로 우리은행을 꼽기도 했다. 전체 판매 잔액이 타행 대비 작을 뿐더러, 공급 건수도 상대적으로 작아 건별 사례를 분석하고 배상규모를 설정하기가 다소 쉬울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홍콩H지수 배상안 규모가 1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배상비율 50% 기준으로 설정된 배상규모다.

하나은행도 오는 27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홍콩ELS 자율배상에 대한 논의에 나선다. 지난 20일 진행된 정기 이사회에서 이번 임시이사회 개최를 통한 자율배상 논의 일정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1일 정기 이사회를 진행했지만 홍콩ELS 자율배상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회사 역시 지주사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로 임시이사회를 소집, 자율배상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이사회에서 홍콩ELS 자율배상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배상 여부까지 결정할 수는 있겠지만 구체적인 배상 방법이나 시점, 배상 비율을 정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사진 및 주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당국 압박에 자율배상 ‘가닥잡나’

데일리임팩트 취재 결과 상당수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이번 홍콩ELS 원금 손실 사태가 은행권의 자율배상 시행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물론 개별 판매 건에 따라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절차를 밟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당국의 소위 ‘배상 가이드라인’에 맞춰 ‘선(先) 배상’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이같은 예상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당국의 자율배상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홍콩ELS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은행권의 속도감 있는 배상을 주문하고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배상 비율을 결정하는 금융당국의 분조위 절차를 밟을 경우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2년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이럴 경우 당국이 밝힌 ‘속도감 있는 배상’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은행권의 자율배상을 당국이 압박한 것이라는 주장에도 더욱 무게가 실렸다.

다만 이같은 압박에 대한 은행권 내부반발을 의식한 듯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에서도 자율배상 관련한 압박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도 포착된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장들이 속한 은행연합회 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 자리에서 홍콩ELS 자율배상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홍콩ELS 배상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은행장들과의 첫 만남인 이번 이사회에서 이 원장이 재차 은행권의 자율배상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이 원장은 자율배상을 의제로 꺼내지 않았는데 일각에선 이사회, 주총 등 은행의 의사결정 이벤트를 염두에 둔 결정이란 해석도 나온 바 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가운데)과 홍콩지수ELS피해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홍콩ELS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무소속 양정숙 의원(가운데)과 홍콩지수ELS피해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홍콩ELS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실제 배상에는 시간 소요될 듯

일단 업계에서는 빠르면 이달 중 홍콩ELS 자율배상 수용 여부 자체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속도감 있는 배상을 주문하고 있는 데다, 현 정부 들어 지속하고 있는 소위 ‘상생금융 압박’ 또한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체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각 은행도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되는 배상 비용, 이에 따르는 연간 실적 추이 변화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율배상의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4월로 예정된 금감원의 대표 사례 대상 분조위의 결정을 본 이후에야 도출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배상 비율 기준이 이미 발표되긴 했지만, 실제 어떤 판매 건에 얼마의 배상 비율을 적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에서 자의적인 판단으로 자율배상에 나섰다가 배임 이슈에 휩싸일 경우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그런 까닭에 당국의 공식 조정안을 확인한 후, 이를 근거로 건별 배상 비율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물론 은행들이 과거 자율배상 사례를 고려해 배상 비율을 결정, 빠른 배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손실액의 약 55%을 보장하는 자율배상을 시행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2022년 환매가 중단된 영국 신재생에너지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40~80% 수준의 배상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홍콩ELS 상품이 과거 사적화해가 시행된 상품과 달리 비교적 오랜 기간 운용돼 왔고, 여전히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공방이 진행 중인 만큼 배상 비율을 정하는 데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밖에 자율배상을 위해선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자율배상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세부안을 마련하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