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 태광산업 사내이사 1명-사외이사 2명 추천
대주주 50% 넘지만...분리선임 3%룰 승산 있어
“지배구조 개선”...미래 먹거리 투자 속도 붙나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이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임팩트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이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임팩트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오는 29일 태광산업 정기주주총회에서 태광산업 측과 2대주주인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사회 선임을 두고 표대결에 나선다. 대주주 지분이 압도적으로 큰 상황이지만 분리선임 사외이사 선출에는 3%룰이 적용돼 트러스톤의 승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사회 진입 성공 시 지지부진한 태광산업의 주가도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이사회 진입을 시도한다. 트러스톤운용은 주주제안을 통해 사내이사로 정안식 태광산업 영업본부장, 사외이사에는 안효성 회계법인 세종 상무이사와 김우진 서울대 교수를 추천했다.

앞서 트러스톤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분리선임 건을 올렸지만, 이사회 부결로 지난해 주총에서 다뤄지지 못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정관상 분리선임 할 수 있는 감사위원 수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선임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상법상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분리선임은 1명이 원칙이다. 정관에서 정할 경우에는 2명까지도 분리선임이 가능하다. 태광산업은 정관에서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으니 상법을 따라 기존에 분리선임된 1명 외 추가 선임은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분리선임된 최원준 이사가 임기중이었기 때문에 지난해 주주제안을 거절했다는 것.

트러스톤은 지난해 입장문을 통해 “소수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편법”이라고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최 이사가 선출될 당시에도 분리선임된 감사위원이 이미 있는 상황이었는데, 주주제안에는 이미 자리가 차 있으니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제시한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이 별다른 잡음 없이 이사회를 모두 통과해 안건으로 상정되며 무난한 주총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 트러스톤운용과 태광산업은 지난해 주총 이후에 원활히 소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이사회 산하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위원회를 설치하고, 트러스톤이 이를 높게 평가하는 등 경영상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 안이 아닌 주주제안으로 안이 상정된 만큼 주총에서는 표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트러스톤의 태광산업 지분율은 5.85%로,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 지분인 54.53%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가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임팩트
김우진 서울대 교수가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임팩트

다만 김 교수의 경우 분리선임되는 사외이사 후보로 3%룰이 적용돼 트러스톤에게도 승산이 있다. 3%룰이란 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최대 3%까지로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3%룰을 적용하면 이호전 전 회장의 의결권은 최대 13.34%까지만 인정돼 소액주주 지분(14.06%) 보다 작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데일리임팩트에 “김우진 후보는 자본시장 전문가인 만큼 경영진 감시 등 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사회 잘못된 의사결정에도 잘 대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트러스톤의 이사회 진입으로 그간 지지부진했던 태광산업의 주가도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태광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5배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힌다. 1% 미만의 짠물 배당에 신규 투자에도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지난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업황도 부진해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2022년말 향후 10년간 석유화학부문에 6조원, 섬유부문에 4조원 약 10조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공시했다. 다만 해당 공시 이후 별다른 대규모 투자계획은 공개하지 않아, 향후 트러스톤의 이사회 진입 시 신규 투자에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