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매년 자사주 150억 매입
실적 부진에도 배당금 지난해와 동일
2대주주 트러스톤 "주주가치 제고 환영"

LF 본사 전경 사진. LF
LF 본사 전경 사진. LF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국내 패션기업 LF가 3년간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띄고 있다.

업계에서는 LF가 실적 악화에도 배당을 유지하면서, 자사주 매입이라는 추가 주주환원을 결정한데는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활동과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F 주가는 전일 종가 1만3640원 대비 3.89%(530원) 상승한 1만4170원에 마감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LF가 발표한 자사주 매입 공시 영향이 컸다. 전일 LF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해마다 150억원씩, 3년 동안 450억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LF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20년 이후 4년만이다. 지난 2020년에는 83억원을 들여 자사주 78만 주를 사들인 바있다.

LF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기 위한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실적 악화에도 주주환원 강화..트러스톤운용 "주주가치 제고 높이 평가"

이번 LF의 자사주 매입은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루어져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 1월 LF가 공개한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07억원, 62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 66.3% 줄어 들었다. LF 측은 "부동산 업황 부진 여파로 부동산 금융부문 실적이 악화되고 LF 신규브랜드 투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LF는 실적 부진에도 전년과 동일한 배당을 유지했다. LF가 지난달 공개한 주당 배당금은 700원, 배당금 총액은 199억 2200만원으로 배당금과 총액 모두 지난 2022년과 동일했다. 앞서 2022년 12월 LF는 2024년까지 3년간 별도 기준 영업이익의 20%에 해당하는 배당을 실시하는 중장기 배당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사측을 상대로 근 2년간 주주활동 중인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업황 부진에도 주주환원을 확대한 LF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러스톤은 LF의 지분 7.11%를 보유한 2대주주로서, 현재 최대주주는 53.75%를 보유한 구본걸 LF 회장 외 특수관계자 20인이다.

트러스톤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LF 경영진과 비공식적인 대화를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함께 논의해왔다"며 "이번 발표는 우리의 주주가치 제고 요청에 대한 화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주가치 제고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결정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LF와 대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평가된 LF, 밸류업 프로그램 등 당국 압박 영향도

LF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확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포함한 당국의 압박에도 일부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LF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26배로  같은 섬유·의복업계(0.67배) 대비 2배 가량 낮아 국내 패션주 가운데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주주환원정책 등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공개하도록 독려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원활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현재 가이드라인 마련·비교 공시 플랫폼 구축, 우수기업에 대한 세정 지원 우대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 및 관련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도 현재 개발 중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공개석상에서 "주주환원 같은 특정 지표를 만들어 미달 기업에 대해서는 거래소 퇴출 등을 포함한 여러 요소를 논의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성장하지 못하거나 재무제표가 나쁜 기업을 시장에 두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럽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저PBR 종목들은 당국의 상장 폐지 고려 등 압박에 특히 더 신경을 더 쓰고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도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확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업계에서는 LF가 3년간 매입하는 자사주를 소각까지한다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발행주식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나므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소각으로 이어져야 실질적인 주주환원 효과가 있다"며 "추후 사측에서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다면 추가 주가 상승 여력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