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통해 M&A전문가 박병무 공동대표 선임
실적악화에 창립이래 첫 공동대표 체제 가동
M&A통해 경쟁력 제고…수익 다각화 가속도
경영 효율화 유지…'게임과 시너지'에 초점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전경.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전경. /사진= 엔씨소프트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엔씨소프트(엔씨)가 올해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다.

엔씨는 2012년 1084억원을 들여 엔트리브소프트를 인수한 뒤 10년 이상 M&A에 나서지 않았다.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인 리니지 편중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사들였던 엔트리브소프트 또한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트릭스터M, 프로야구H3 등을 내놓으며 조직 내 유일한 개발자회사로 역할했던 엔트리브소프트가 문을 닫으면서 업계에서는 엔씨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리니지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 이에 M&A는 필수적이다. 다른 게임사와 달리 김택진 대표가 이종사업보다는 IT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M&A 후보군은 관련 분야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가 사업 효율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이어 이달 28일 정기주주총회(주총)를 통해 박 공동대표 내정자가 정식 취임하면 변화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엔씨는 지난해 12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엔씨의 공동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그간 김택진 단독대표 체제를 운영해온 엔씨가 공동대표를 내세운건 사상 최초다.

박 공동대표 내정자는 과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재직 당시 굵직한 기업 인수합병을 주로 맡으며 경험과 역량을 쌓아온 것으로 열려졌다. 엔씨의 사외이사도 겸임해와 사내 경영 전반에 걸쳐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번 공동대표 체제는 엔씨의 실적 부진과 관련 깊다. 최근 2년간 엔씨의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매출규모와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지속 감소해왔다.

지난해 매출은 1조77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372억원으로 같은기간 75%나 떨어졌다. 당기순이익 역시 2022년 4359억원에서 지난해 2139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엔씨소프트의 지난 3년간 실적. /사진=엔씨
엔씨소프트의 지난 3년간 실적. /사진=엔씨

이에 엔씨는 지난해부터 전사적으로 비용 효율화에 집중해왔다. 영업비용을 18% 이상 줄인데 더해 인건비와 마케팅비 역시 축소했다. 다만 전년 대비 55% 줄인 마케팅비에 비해 인건비는 3% 감소에 그쳐 눈길을 끈다. 리니지 등 게임이 주력 사업인데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게임 관련 응용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R&D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엔씨가 기존 AI 연구·개발 조직을 김택진 대표 직속 리서치본부로 재편한 움직임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AI 기술 고도화를 통해 게임 개발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한편 게임 콘텐츠를 질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김택진 대표가 본업인 게임사업 경쟁력 제고에 집중한다면 신임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는 수익 다각화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공동대표가 M&A 전문가로 알려진만큼 비게임 산업에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엔씨의 현금성 자산은 약 2조원으로 실탄도 충분하다.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현금 잔고가 1조9000억원 쌓여 있고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아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종사업 투자에 대한 국내 게임업계의 행보는 이분화돼있다. 넥슨처럼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넷마블의 경우 잼시티·코웨이·스핀엑스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사업에서 공격적인 M&A를 지속해왔다.

다만 엔씨의 경우는 다르다. 경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최근에는 사업 범위를 축소시켜왔다.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폐업과 클렙 지분 매각, 금융 비즈니스 사업 정리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이종산업 M&A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엔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김택진 대표가 게임이나 관련 IT 분야 기술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인수하더라도 게임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콘텐츠나 기술 보유 기업이 아닐까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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