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간담회서 차기CTO로 정규돈 소개
상장후 보유주식 처분…논란 야기한 인물
"아직 미정"이라지만…"회전문인사" 우려
C레벨 도덕적해이 기업가치 훼손…사기저하
'사익추구 임원' 공동체 내부 반발 증폭

정신아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 사진=카카오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회전문 인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최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카카오의 차기 CTO로 소개해서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 상장 후 보유주식을 매도, 수십억원의 차익을 거둔 인물이다.

카카오 공동체 내부에서는 사익을 좇기 위해 '먹튀 논란'을 일으킨 인물을 재기용하는 데 우려하는 분위기다. 기술 역량이 입증됐다 해도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인물이 C레벨급 임원으로 선임될 경우, 내부 결집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영 쇄신 중인 카카오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정 CTO를 선택한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카카오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별도의 문제 제기나 입장을 내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 도덕적 일탈을 막을 안전장치가 마련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기용할 예정이다. 정 내정자는 현재 김범수 창업자와 함께 카카오의 쇄신을 이끄는 CA협의체 공동의장이자 카카오의 쇄신TF장을 맡고 있다. 카카오의 질적 성장을 주도할 인물인 것이다. 자신을 향한 기대와 관심이 알면서도 그는 과거 먹튀 사태에 가담했던 인물을 새 CTO로 택했다. 

이에 카카오 공동체는 들썩이고 있다. 경영 쇄신을 약속한 정 내정자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간 경영 쇄신을 위해 노력헤놓고 이에 역행하는 인물을 굳이 기용해야 겠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C레벨급 임원들의 일탈 행위가 이어지면서 카카오 내부에선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에 민감해졌다. 카카오 노조인 크루유니언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카카오 경영진이 가지면 안 되는 자질로 '사익 추구'가 1순위로 꼽혔다. 임원들의 모럴헤저드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구성원들의 사기 역시 꺾였던 탓이다.

정 CTO  기용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인사는 지난주 정 대표 내정자가 앞으로의 조직 방향성을 포함해 여러 설명을 하는 가운데 나온 내용"이라며 "아직 정식 조직개편이나 인사가 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내정자가 정 CTO 기용을 추진하는 이유는 기술 고도화와 무관치 않다. 정 CTO는 라이코스·SK커뮤니케이션·다음·카카오를 거쳤다. 재직 당시 다음 한메일·카페·티스토리 등 인터넷 서비스와 모바일앱을 주도적으로 개발하며 극내 대표 IT회사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카카오뱅크 초기 핵심 멤버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며 금융 디지털 혁신 모델을 새롭게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는 초거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기술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내수용'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게 목표다. 네이버가 이미 초거대 AI를 활용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것과 대조적으로 카카오의 AI사업은 속도면에서 아쉽다. 경영 쇄신과 외형 성장을 동시에 챙겨야 할 정 내정자 입장에선 기술 역량이 입증된 정 CTO가 매력적인 카드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해도 구성원들의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합리적 인사와 이전과는 다른 성장 전략을 약속했던 만큼,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상당하다. 과거 김범수 창업자가 논란에 휘말린 전적이 있어도 자신이 신뢰하는 인물은 꾸준히 기용하는 '회전문 인사'를 고수했던 것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카카오 내부 상황에 정통한 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젠 시장이 공감할만한 경영 전략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성장을 이어가길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며 "카카오의 C레벨들은 확장에만 집중하느라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위기가 촉발됐으니 이제라도 인사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개발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전과는 다른 기술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정 CTO가 적임자인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또다른 IT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의 CTO로 있었던 인물이 자신들의 상사로 오는 데 대한 반발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면서 "먹튀 논란까지 있던 인물이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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