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차량 SW에 9만원 이상 지출" 의미
송창현본부장 “SDV, 차량개발의 대전환”

제네시스 GV80의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기능.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캡처
제네시스 GV80의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기능.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이고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SDV(software-defined vehicle), 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에 큰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이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최신 기능을 구현하고, 최적화된 성능을 유지하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를 뜻하는 SDV는 현재 자동차 제조사와 소비자들 사이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는 8일(현지시간) 신규 보고서를 통해서 10년 뒤인 2034년까지 SDV로 인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관련 매출이 연평균 35%씩 성장하며 2034년에는 연간 7000억 달러(약 917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다시 말해 2034년까지 신차 구매자는 평균적으로 소프트웨어 기능에 매달 약 70달러(약 9만2,000원)를 지불하는 걸 의미한다고 아이디테크엑스는 부연했다.

일반적으로 SDV 수준이 높을수록 더 많은 기능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는 차량 에서 제공되는 기능을 구매(또는 구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이 급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이디테크엑스는 또한 차량 내 결제, 보험 데이터 판매, 차량 내 앱 스토어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자동차 시대로

구형 내연기관 차량이 수십 개의 전자 제어 장치와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배선 및 수천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집합체였다면, 새로운 시대의 SDV는 보다 중앙 집중화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기능상 편리해져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SDV는 차량의 소프트웨어에 의해 사용자 경험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는 차량이다. 그러나 차량에 탑재된 소프트웨어 기반 기능의 수가 늘어나면 차량에선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제 운전자는 무선으로 차량을 업데이트 내지 업그레이드하거나 승객은 이동 중에 온디맨드 영화를 시청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SDV는 4G나 5G 연결은 기본이고, 터치 가능한 대형 스크린에 차량의 구성 요소가 연결되기 때문에 보다 강한 중앙 컴퓨팅 시스템이 요구된다. 또 많은 SDV는 타사 앱과 차량 내 결제를 통해 사용자에게 더 많은 기능과 편의성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차량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지난 5~10년 동안 출시된 거의 모든 차량을 SDV로 본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더 커진 소비자 요구에 맞춰 SDV 성능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속도 내는 더 나은 SDV 개발 경쟁

현대차그룹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새로운 기술로 자동차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고, 고객의 이동 경험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모빌리티를 만들기까지, 그 중심에는 바로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최신 기능을 구현하고 최적화된 성능을 유지하는 스마트폰처럼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할 것”이라며 SDV로의 빠른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송창현 현대차 SDV 본부장은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Mandalay Bay)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4 미디어 데이에서 “SDV 대전환은 단순히 컴퓨터에 바퀴를 다는 게 아니라 기술 소프트웨어 회사의 개발 방식을 차량 개발에도 적용하는 개발 방식의 대전환을 뜻한다”며 “새로운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물 흐르듯 연결하는 기술의 핵심이 바로 소프트웨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성능 개선을 위해서 인공지능(AI) 기능도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자그룹의 경우 대형언어모델(LLM)을 차량 내 음성 어시스턴트에 통합하여 자동차와 운전자 간의 보다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AI 칩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Tenstorrent)에 1억 달러(약 1,310억 원) 규모의 지분을 인수했다.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칩의 성능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매체인 포브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나 퀄컴 같은 칩 제조업체는 자동차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더 강력한 프로세서 출시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 토르(Thor) 시스템 온 칩(SoC)을, 퀄컴은 차세대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렉스(Snapdragon Ride Flex) 플랫폼을 각각 발표했는데, 각각 초당 최대 2,000조 회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이 칩들은 아직 생산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되기까지 약 3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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