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상장사 영업익 1·2위 유력
전기차 전략으로 해외시장서 입지 확대
IRA규제 기민한 대응…美 침투율 상승
친환경 라인업 다각화…생산능력 보완
토요타·폭스바겐과 격차.. "관건은 중국"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왼쪽)와 기아 본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왼쪽)와 기아 본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상장사 영업이익 1·2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 HMM이 각각 반도체와 해운 업황의 악화로 고전해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업황에 따른 반사이익을 본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 전략이 주효하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입지가 넓어진 까닭이다. 이에 글로벌 1위 도약에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누른 현대차의 질주

19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연간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를 보면, 현대차는 올해 15조372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보다 무려 54.5% 증가한 규모다. 이미 현대차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1조6524억원을 달성한 만큼, 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 역시 상장사 연간 영업이익 2위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의 추산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2조1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67.4%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분기까지 기아의 누적 영업이익 9조1421억원,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충족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주력 계열사 2곳이 상장사 연간 영업이익 1·2위에 오를 경우, 현대차그룹에는 남다른 의미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현대차가 국내 상장사 연간 영업이익 1위에 오르는 것은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초다. 

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삼성전자를 누르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는 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기술 내재화와 시장 확대를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그룹의 중장기 전략에 대한 일각의 회의적 시각을 씻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량은 물론,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로봇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적극 키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 현대차그룹의 성과를 놓고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기차 강자 테슬라가 입지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기아의 역대급 실적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전기차 중심 전략의 방향성이 옳았을 뿐 아니라, 신사업에서 성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왼쪽)와 기아 본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만한 대응으로 미 IRA 뚫어

현대차·기아의 비상은 북미·유럽 등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한편, 레저용유틸리티차랑(RV)과 전기차·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 판매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정 회장은 체질 개선과 외형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에 힘을 실어왔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해외 판매는 정 회장 취임 전인 지난 2020년 상반기 227만2075대에서 올해 상반기 365만7563대로 늘었다. 3년 만에 61% 급증한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1년여간 성장세는 더 가팔랐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 6월 30일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310억달러(약 40조1760억원), 235억달러(약 30조456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전년 대비 29.6%, 30.7% 증가한 것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핵심시장인 미국에서의 약진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까지 미국 시장에서 총 151만579대를 판매하며 종전 최다 판매 기록인 148만911대(2021년)를 뛰어넘었다. 지난달에는 총 13만4404대를 판매,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세운 월별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중장기 전략 기조는 유지하되 미국 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에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적용받지 못하게 되자, 현대차·기아는 북미지역 판매 전략을 수정했다. 리스·렌트 등 상업용 차량에 한해 IRA 보조금이 제공되는 점을 활용했다. 상업용 차량의 판매 비중을 3%에서 40%까지 확대하며 전기차 판매량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로 인해 11월 현대차·기아는 전년 동기대비 125.3% 증가한 6918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기아가 오는 2025년까지 발표 예정인 전기차 라인업. (왼쪽부터) 기아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 소형 전기 SUV EV3(2024년 2분기 말 출시 예정), 준중형 전기 SUV EV5(2025년 출시 예정), 준중형급 전기 세단 EV4(2024년 4분기 말 출시 예정), 중형 전기 SUV EV6.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가 오는 2025년까지 발표 예정인 전기차 라인업. (왼쪽부터) 기아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 소형 전기 SUV EV3(2024년 2분기 말 출시 예정), 준중형 전기 SUV EV5(2025년 출시 예정), 준중형급 전기 세단 EV4(2024년 4분기 말 출시 예정), 중형 전기 SUV EV6.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생산능력 강화…전기차 시장 입지 확대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는 주요 시장에서 입지 다지기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내년 본격적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이를 위한 채비로 마친 상태다. 

경형급부터 대형급까지 전기차 라인업 다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내놓는다. 캐스퍼를 위탁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기존의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전기차용으로 바꾸는 작업이 끝나면 내년 상반기 시험 생산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아이오닉 시리즈의 세 번째 모델인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7도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오는 31일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충남 아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 설비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아도 중소형 신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내년 2분기 말 소형 전기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EV3를, 4분기 말엔 준중형급 세단형 전기차 EV4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준중형 전기 SUV EV5도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오는 2025년까지 자사 중대형 승용차에 적합하도록 출력과 연비를 개선한 2.5ℓ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인 만큼, 하이브리드 라인업 역시 대폭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소차 넥쏘의 신형 모델 역시 내년 말까지 연구개발을 완료하고 오는 2025년 1분기 국내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순차 출시되면 친환경 차량 시장에서의 현대차·기아 영향력을 증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 점유율 제고를 위해서는 적기 출시가 중요하다.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공급망도 정비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 외에 미국 현지 전기차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내년 10월 가동되면 북미 시장에서의 상승세가 지속되게 된다. IRA에 따르면, 자국 내에서 최종조립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제조사와 소비자 양측의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현지 시장 침투율을 늘릴 기회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 변수를 제외한다면 2024년에도 올해와 같은 고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 전기차 신공장, 인도 4공장 가동으로 외형성장 싸이클에 돌입할텐데, 수입(어닝) 이상의 중요한 주가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 고성능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5 N'. 현대자동차는 중국 시장에서 고성능 브랜드 'N'을 중심으로 한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고성능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5 N'. 현대자동차는 중국 시장에서 고성능 브랜드 'N'을 중심으로 한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中시장 공략·공장 전동화로 글로벌 1위 조준

현대차그룹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완성차 1위 브랜드. 그러나 1위 토요타와 2위 폭스바겐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총 548만대를 판매, 827만대를 판 토요타, 671만대를 판 폭스바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격차를 좁히려면 이제껏 성과를 내지 못했던 시장에서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중국에 공들이는 이유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사드 체계 국내 도입으로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판매량이 곤두박질 쳤다. 지난 2016년 약 180만대였던 판매량은 지난해 34만3000여대까지 줄었다. 올해는 더욱 감소해 약 26만30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이 지난해 중국에서만 각각 약 230만대, 381만대로 판매했던 점을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도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인 ‘N’ △기아의 가성비 높은 전기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등을 앞세워 중국의 보급형과 프리미엄 시장을 동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SUV EV5를 중국 옌청공장에서 생산해 현지화 모델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변수는 있다. 원가 절감이다. 보급형 전기차를 늘리려면 생산비용을 낮춰야 하고, 공장 전동화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주력 모델을 국내에서 생산 중인데, 강성노조의 반대로 전동화 전환이 녹록치 않다. 

현대차는 약 2조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울산 EV 전용 공장에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도입, 미래형 공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존 자동차공장의 컨베이어벨트 대신 각기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유연 생산 방식인 셀(Cell)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까닭에 다차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시스템이 도입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전기차 플랫폼이 중심이 된 싱가포르의 특성 덕분에 셀 방식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노조 측이 공장 전동화가 진행되는 만큼 전기차를 더 만들어서 자기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라 요구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전동화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확실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