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발표로 금리인하 기대↑ 지표금리 '영향'
하루새 은행채 0.2%p이상 하락, 美국채 금리 ↓
대출증가세 도화선 우려…대출관리 지속돼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미국발 ‘깜짝 긴축 완화’ 시그널로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은행권의 금리 고민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커지는 동시에 변동금리 비중 확대, 그리고 실질적인 가계대출 폭증이 또 한번 은행권 건전성 리스크를 야기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기 때문.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대출잔액의 안정적 관리 또한 은행권의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사실상의 ‘긴축 종료’를 선언하면서 국내 기준금리, 나아가 금융권 금리영역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된다.

특히, 이르면 내년 1~2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장 대출금리 등 민감한 영역에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권 내 셈법 마련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금리 훈풍, 미국서 날아온 ‘비둘기’

미국 연준은 올해 마지막 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5.25~5.5%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 이후 3회 연속 동결이다.

특히 ‘긴축 강화’, 즉 고금리 기조의 지속성을 강조했던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돌연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었다.

파월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그리고 그 시기나 인하 수준을 특정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한 지난 2022년 3월 이후 약 2년여 만이다.

이번 회의 직후 파월 의장은 “긴축을 언제부터 되돌리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한 문제는 분명히 세계적으로 논의해야 할 주제”라며 “또 이것은 우리 역시 앞으로 내다볼 주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상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은, 향후 긴축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연준은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더라도 금리를 인하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셈이다.

물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인 만큼, 필요할 경우 통화정책을 강화할 준비는 여전히 돼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만 이날 연준이 내년 금리 전망치(점도표)로 현재 금리(5.25~5.5%) 보다 평균 0.75%p(포인트) 낮은 4.6%를 언급했고 구체적으로 ‘3회 인하’ 전망까지 나오면서 사실상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가 종료될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긴축 완화 기대감에 지표금리↓

국내 은행권 역시 이같은 미국 연준의 발언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글로벌 금리의 지표 격인 미국 기준금리의 본격적인 인하가 시작되면 국내 금리 흐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은행권에서는 향후 대출금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상당수 대출 상품이 추종하는 한은 기준금리, 코픽스(COFIX), 은행채 등 상당수 지표금리가 사실상 미국 기준금리의 영향권에 놓여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불분명 하지만 연준이 시장에 보낸 금리 인하 시그널만으로도 시장 및 대출금리가 출렁일 수 있어 은행권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셈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코픽스, 은행채 등 주요 지표금리는 결국 미국 국채 금리, 그리고 큰 틀에서 이를 아우르는 미국 기준금리의 흐름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며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출 영업 등 관련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연준 발 긴축 완화 시그널은 곧바로 국내 시장금리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내 은행채다. 은행채 금리는 통상적으로 은행채 발행량과 함께 미국 국채 금리 흐름의 영향을 받는다. 미 연준의 금리 하락 가능성이 언급된 지난 14일 기준 미국 국채(10년물) 금리도 전일 대비 0.103%p 내려간 3.929%를 기록했다. 이는 7월 말 이후 5개월여만의 3%대 진입인데, 장 중 한때 3.8%대까지 하락하며 긴축 완화 기대감이 반영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같은 흐름이 반영된 국내 은행채 금리도 자연스레 내려갈 수밖에 없다지난 14일 기준 국내 은행채(5년물‧AAA) 금리는 3.811%로 이달 초(4.174%) 대비 0.36%p 가량 히락했다. 난 5월 22일(3.955%) 이후 7개월여 만에 3%대 진입한 것.

은행채는 국내 대출 상품 중, 고정금리에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 13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65~5.64% 수준에 형성돼있다. 은행채의 하락세 속에 금리 하단은 연 3%대로 사실상 고정되는 추세고, 이달 초까지 6%대에 머물러있던 상단 역시 5%대 중후반으로 하락했다.

고정금리뿐 아니라 변동금리도 하락세가 예상된다. 이날 공개되는 11월 코픽스(COFIX)의 일련의 오름세도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 긴축 완화 기조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이번 달 코픽스는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금리 인하 기대감, 대출 증가에 영향줄까

다만, 이같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은행권에 꼭 긍정적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주담대 증가세 등 전반적인 가계대출 급증 추세가 시장금리 하락과 맞물려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같은 우려를 키우는 지표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4000억원 늘어난 109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담대 증가세가 눈에 띈다. 50년 만기 주담대 등 그간 대출 폭증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요소가 사라졌음에도 5조8000억원 늘어 전월 증가폭인 5조7000억원 보다 1000억원 확대됐다.

은행권이 이달 들어 주담대 등 일부 주택대출 신규 가입을 제한하고, 취급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출 억제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이달 중 공개될 스트레스 DSR(변동금리 대출 상품에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 등의 조치가 시행되면 당장의 주담대발 대출 급증세는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변동금리를 찾는 신규 대출 차주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조치가 대출 급증세 억제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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