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신임 CEO로 선임
6개 분기 연속 적자…누적 영업손실 약 4.8조
B2B·IT 전문성 지닌 정 사장에 실적 개선 '특명'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사진=LG이노텍.
정철동 신임 사장. /사진=LG디스플레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LG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해 조 단위의 영업손실에도 정호영 사장은 재신임 됐다. 그룹 총수인 구광모 회장은 재무관리 역량을 지닌 정호영 사장에 신뢰를 보내는 한편,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겼다. 그러나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자, 구 회장은 LG디스플레이의 '안정'보다 '쇄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체질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에 무게를 싣는 한편, 지속 성장을 내부 체제 정비에도 나설 가능성이 크다.  

23일 LG디스플레이는 정철동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정 사장의 업무 시작일은 다음달 1일, 이번 인사에 실린 구 회장의 '의중'은 분명하다. 남은 한 달, LG디스플레이의 누적 적자를 최대한 줄이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라는 뜻이다. 그만큼 정 사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 사장은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1984년 LG반도체에 입사했다. 지난 40여년 간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LG의 부품·소재 부문 계열사를 두루 거친 만큼 전문성과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그룹 내에서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문가로 꼽힐 정도다. 

게다가 OLED 중심 전략의 포석을 깐 인물이기도 하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 담당(상무), 생산기술 센터장(전무), 최고생산책임자(CPO·부사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당시 원천기술 확보, 공정 혁신을 통해 OLED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시켰다. 

LG디스플레이는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린 액정표시장치(LCD)를 대신해 기업간거래(B2B) 기반의 수주형 사업, 중소형 OLED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흡족한 성과는 없다. 'OLED 원조'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소형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 골치 아픈 것은 재무 부담의 가중이다. LG디스플레이의 6개 분기 누적 적자는 4조7652억원에 달한다. 올해로 좁혀봐도 3분기까지 2조641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심지어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2조원에 가까운 흑자를 낸 데 반해 LG디스플레이는 6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경영 환경이 같았음에도 상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LG디스플레이의 사업 경쟁력에 노란 불이 들어왔다는 신호다. 

정 사장은 경영 능력을 이미 입증했다. 2019년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뒤 LG이노텍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LG이노텍의 매출은 19조589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수익성 또한 빠르게 개선됐다. 2019년 4764억이던 영업이익은 2021년 1조2642억원으로 뛰었다. '2025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4년 앞당긴 것이다. 이 기간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등 전 세계 1등 사업에서는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전장부품, 기판소재 등 미래 성장 사업의 기반을 대폭 강화했다.

신사업 성공 경험도 지녔다. 정 사장은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으로 LG화학 신규 사업들을 조기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철동 사장은 고객의 핵심 니즈와 미래 방향에 적합한 기술·제품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해왔다"며 "저성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질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재무통' 정호영 사장의 주도 아래 고강도의 군살빼기에 들어갔었다. 인력 재배치와 함께 시설 투자도 보수적으로 집행했다.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를 1조원 이상 줄였고, 올해 역시 감가상각비의 절반 수준에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올해는 적자에 허덕였다. TV 등에 적용되는 대형 OLED가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중소형 OLED 점유율을 높이고,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와 신규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에 정철동 체제에서의 LG디스플레이는 어느 때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기술 개발을 통해 OLED 사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품질과 원가 관리를 통해 적자를 줄이는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IT기기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사업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LG이노텍의 주고객사였던 애플 공략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 

아울러 질적 성장을 위한 내부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LG디스플레이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원가 경쟁력을 강조하다 보니, 내부에서는 불만이 상당하다"며 "인사, 조직문화 등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LG디스플레이는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1명, 상무 신규 선임 6명 등 총 8명의 승진자를 발표했다. 지난해 14명의 승진자가 탄생한 것과 비교하면 '효율성'을 강조한 인사로 풀이된다. 사업 성과가 분명하고, 미래 잠재력과 기술·경영 역량을 지닌 인재들이 전진배치됐다.  

​경영 환경 변화를 고려한 자원 투입 효율화와 운전 자본 최적화로 재무 구조 개선에 기여한 김성현 전무(최고재무책임자, CFO)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베트남법인의 생산 운영 시스템과 품질 관리 역량 고도화, 현지 인력 조기 육성을 통해 생산 역량을 제고한 석명수 상무(베트남단지장)는 전무로 승진했다.

또 ​플라스틱 OLED 스마트폰용 패널 성능과 신뢰성 제고로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최낙봉 담당, OLED TV의 원가 혁신을 위한 차별화 핵심 재료 및 신사업·신기술 핵심 소재 개발로 미래 기술을 준비해 온 곽태형 담당 등이 상무로 신규 선임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신규 상무 중 4명이 중소형 사업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중소형 OLED 사업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호영 사장은 이날 퇴임사를 통해 "지난 수년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 온 사업구조 고도화를 가시적 성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대단히 무거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임직원 여러분에게 무거운 짐만 남겨두고 떠나게 되어 미안하다"면서도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한 후 우리는 분명 외부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지속적인 성과 창출과 성장이 가능한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호영 사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 요직을 거친 재무전략가다. 2019년 LG디스플레이의 수장이 되면서 OLED 대세화 전략을 실행했다. 덕분에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물론 전장, IT 등에서도 입지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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