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이달 중 이사회서 황 대표 경질 여부 결정
임기 중 주가조작 2번 발생..리스크 관리 실패 책임
당국제재·법 위반 없어 사임·경질 시기상조 입장도

지난 4월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증권사 CEO 간담회가 끝난 직후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이 SG사태에 대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박민석 기자
지난 4월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증권사 CEO 간담회가 끝난 직후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이 SG사태에 대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박민석 기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와 차액결제거래(CFD) 하한가 사태 등 연이은 리스크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위기에 놓였다.

키움증권에서 발생한 잇단 악재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는 만큼 황 대표의 사퇴가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선 황 대표가 '23년 키움맨'으로 자리하며 그간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온 만큼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왔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리스크 관리 실패'...반대매매 후에도 미수금만 4333억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달 중 정기 이사회를 열고 황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 경질성 인사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지난 6일 영풍제지 미수금 4943억원 가운데 반대매매로 610억원을 회수했다고 공시했다. 키움증권 측은 "영풍제지 거래 재개 후 반대매매 대상 수량이 모두 체결돼 미수금을 일부 회수했다"며 "현재 미수금은 약 4333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키움증권은 "당사는 고객과 상환 협의, 법적 조치 등 미수금 회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예정"이라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한가 사태로 인한 손실액은 올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달 18일 발생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당시 영풍제지의 미수거래를 차단하지 않았다가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같은 달 20일 공시한 바 있다. 해당 미수금 규모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보다 많은 수준으로,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미수금 사태가 증거금 관리 소홀 등 내부통제 실패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영풍제지 주가 조작 세력들은 조작 과정에서 키움증권의 계좌를 대거 이용했는데, 당시 주요 증권사들이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반면, 키움증권은 홀로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했다.

이에 수수료 이익에만 눈먼 키움증권이 리스크 관리에 태만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CFD사태, '내부통제 실패'...소비자 보호 미흡·내부정보 이용 의혹

황 대표는 영풍제지 사태 이전인 지난 4월 발생한 CFD 사태 당시엔 소비자 보호 미흡과 함께 임원의 내부정보 이용 의혹에 따라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당시 주가조작에 이용됐던 CFD 계좌 개설시 거래자 명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에게 손실 위험 시나리오 분석 결과도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익래 전 회장은 특수관계인과 주식의 주가 폭락 이틀전 주식 150억 원을 매도하면서 차익을 거둬 들이며, 내부정보를 이용해 매도시점을 파악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우연이 겹쳤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과 금융당국은 김 전 회장이 친형에게 미공개 정보를 전달해 매도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황 대표 또한 당시 김 전 회장이 작전세력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지분을 매각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직을 걸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외형성장과 실적만을 쫓다가 내부통제 실패로 이어진 케이스" 라며 "증권업에선 신뢰가 중요한데, 두 번씩이나 주가조작 관련  문제가 발생한터라 책임자 교체 없이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23년차 '키움맨' 황 대표, 리스크 관리 실패로 물러나나

이번 황 대표의 사퇴와 관련해서는 리스크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데 따른 경질성 인사라는게 업계 대부분의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고 먼저 사의를 표명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에 정통한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월 CFD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까지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책임론이 불거졌고 이에 황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임 대표엔 내부 사정과 재무 상태에 정통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엄주성 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며 "외부인사 영입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2000년 키움증권의 전신인 키움닷컴증권 창립 때 합류한 23년차 '개국공신'이다. 입사 이후  투자운용본부장, 리테일총괄본부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그룹 전략경영실장 등을 거쳐 지난 2022년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됐으나, 회사가 올해 두 차례나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과거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이나 라임 사태때와 같이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은 바 없어 이사회의 경질이나 사의 표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올해 주가조작 사태로 피해를 보긴 했으나 황 대표가 이와 연루돼 당국의 제재를 받거나 법 위반 이력은 없다"며 "불확실한 상황과 심증적 손실발생 가능성으로 이어진 경영진 문책은 오히려 고객이나 투자자들에게 증권사 의사결정 체계에 불신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키움증권측에서도 황 대표의 사임이나 경질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황 대표의 사임 발표여부는 확인이 어렵다"며 "이달 이사회 논의 안건으로 해임 관련 안건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