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 1.6조원 늘어난 ‘50년 주담대’…주담대 증가세 견인
50년 만기 상품 중단에도 잔액 증가 시 규제카드 가능성도
대출 총량 규제에 기존 차주 위한 금리 인하 압박 카드 거론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대출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 싼 금융당국 발 규제 재개 가능성에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급증의 원인을 둘러싸고 당국과 은행 간 입장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당국이 또 한 번 관리‧규제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은행권 전반의 대출 전략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심리 회복에 더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의 부활 등으로 불어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하반기 가계부채 부실화의 뇌관이 될 가능성에는 당국과 은행권 모두 공감대를 이루는 모습이다. 그런 까닭에 이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를 둘러싸고 은행권과 당국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 주담대 관리를 목적으로 한 당국 발 관리‧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부동산PF 등 소위 ‘9월 위기설’을 야기했던 요소들은 일정 부분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주담대가 새로운 위기설의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및 주담대 현황. / 디자인=김민영 기자.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및 주담대 현황. / 디자인=김민영 기자.

주담대가 견인한 가계대출 증가세

실제로 국내 은행권 내 가계대출은 최근 수개월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간 고금리 기조의 여파로 감소세를 보여왔던 가계대출은 지난 상반기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한 후, 이같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약 680조 812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679조 2200억원) 대비 불과 한 달 새 1조5900억원 가량 확대된 수치다.

특히 전월 대비 8월 증가 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그리고 소위 ‘영끌’, ‘빚투(빚내서 투자)’족이 등장하기 시작한 지난 2021년 말(2조3662억원‧11월 기준)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최대 폭이다.

이같은 가계대출의 증가 원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은행권에서 취급한 주담대 잔액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5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월(512조8900억원) 대비 2조11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앞서 언급한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1조5900억원)보다 주담대 증가폭이 크다는 것을 고려하면, 주담대를 제외한 나머지 기타대출(신용대출 등)은 오히려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이처럼 주담대가 전월 대비 2조원 넘게 증가한데는 하반기 주담대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했던 ‘50년 만기 주담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2조8900여억원으로 전월 말(8660억원) 대비 2조원 이상 늘어났다.

특히, 금융당국의 50년 만기 주담대 대상 가입 나이 제한 그리고 은행권 자체적인 50년 만기 상품 공급 종료 발표가 맞물렸던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주담대 잔액이 1조6300억원 가량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50년 만기 주담대 공급이 사실상 중단을 앞두고, 막바지 가입을 위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으로 보인다”라며 “9월 주담대 공급 규모는 전월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증가세 자체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감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감원.

당국 발 주담대 관리 본격화 가능성도

이처럼 주담대 폭증으로 인한 가계부채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급증세와 맞물려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까지 악화되는 조짐이 포착되는 등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평균은 0.31%로 전월 말(0.29%) 대비 0.02%p 높아졌다. 특히,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0.29%를 기록, 전월 말(0.25%)보다 0.04%p 가량 상승했다.

다만, 이같은 가계대출 급증세에 대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해석은 다소 엇갈린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 공급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라며 은행권에 해당 상품 공급 중단을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부동산 규제 해제, LTV(담보인정비율) 상한 완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선보인 금융당국의 조치가 일련의 대출 증가의 원인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은행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번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을 ‘주담대’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추가적인 규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예상되는 조치는 또 한 번의 ‘대출 총량 규제’ 카드다. 가계대출이 폭증했던 지난 2021년, 금융당국은 이미 한 차례 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영끌’, ‘빚투’에 따른 대출 폭증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에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전년 대비 4~5% 수준에 맞추도록 권고했다. 월 기준으로 공급 규모가 7조원을 넘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수준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감소하자, 지난해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한 총량 규제 조치를 사실상 폐지했다. 하지만 최근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다시 총량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최근 두 달 동안 예상보다 더욱 컸다”며 “미시정책을 통해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미시정책’에 대출 총량 규제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은행업권 내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청년도약계좌 협약식 및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
청년도약계좌 협약식 및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

금리인하 압박 카드도 유효

여기에 더해 그간 금융당국과 은행권 간 갈등의 촉매제가 됐던 ‘금리 인하 압박’도 예상 가능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연초까지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 이자 부담 증가를 경감시켜야 한다는 목적으로 은행권에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 과정에서 시장금리 흐름에 역행하는 등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대출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다만, 대출금리 오름세가 다소 완화된 이후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은 자취를 감췄는데 최근 주담대 발 대출 폭증으로 인해 다시 금리 인하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전월 대비 0.02%p 오른 4.28%다. 고정형 금리는 전월 대비 0.02%p 오른 4.22% 수준을 보였고, 가입 비중이 높은 변동형 금리는 전월(4.41%)보다 0.04%p 상승한 4.45%를 기록했다.

주담대를 주로 공급하는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기준 주담대 평균 금리(잔액 기준) 또한 연 4.46%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면 신규 대출 수요가 감소하지만, 주담대의 경우 이미 부동산 규제가 상당 수준 완화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 효과는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며 “아직은 당국 또한 금융권의 자발적 관리에 기대하는 모습이지만 상황에 따라 이전과 마찬가지로 개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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