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CJ올리브영이 중소 부티업체와 거래 방해"…공정위에 신고
올리브영 온라인 사업 확장 견제나선 듯…"향후 갈등 반복 우려"

CJ올리브영 오늘드림 배송 서비스 /사진=홈페이지 캡쳐
CJ올리브영 오늘드림 배송 서비스 /사진=홈페이지 캡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쿠팡이 지난 24일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올리브영과 거래하는 중소 화장품 협력사들이 쿠팡에 입점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쿠팡과의 거래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CJ올리브영은 '협력업체에 쿠팡 입점을 막은 사실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 신고를 위해 관련 증거까지 확보한 쿠팡이 올리브영을 신고한 배경과 요지를 낱낱이 밝힌 것과는 달리, 제대로 쿠팡에 한방 맞았다며 내부적으로 사태 수습과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쿠팡과 CJ 간 갈등이 재점화 됐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오프라인에서 우월적 지위를 지닌 업체와 신생세력으로 떠오른 이커머스 업체 사이 힘겨루기라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진 빅블러 시대, 영역 확장 과정에서 유통사와 플랫폼 기업의 충돌이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전이 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4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CJ올리브영(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올리브영이 수년 간 중소 화장품 납품업자들이 쿠팡과 거래하는 것을 막아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쿠팡은 화장품 판매를 본격 개시한 2019년부터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납품업자로부터 제공받지 못해 피해를 입게 됐다는 입장이다.

쿠팡이 뷰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매스 타깃을 공략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수한 중소 뷰티 납품업체를 다수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선보인 럭셔리 뷰티 전용관의 경우 이미 네이버·SSG닷컴·롯데온·컬리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다수 취급하고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다만 현재 국내 경쟁력있는 중소 뷰티 납품업체들의 대다수는 이미 올리브영과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협력사다. 올리브영과 거래하는 국내 업체들 중 중소업체 비중은 80% 가량이다. 

중소 뷰티업체의 경우 올리브영이라는 대형 유통채널에 편입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 중소 뷰티업체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내 중소업체들이 국내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올리브영 같은 대기업 유통채널에 의존하거나 아예 방향을 틀어  해외시장으로 돌릴 수 밖에 없다"라며 "수출은 장기간의 투자가 이뤄져야하는데다 위험 요소도 큰 탓에 가격을 낮춰서라도 대기업 유통채널에 입점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소 뷰티업체를 위한 유통채널은 올리브영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매장은 상반기 1316여개로 시장 점유율 70%를 넘어섰다. 헬스앤뷰티(H&B) 경쟁사였던 랄라블라는 지난해 11월 매장을 전면 철수했고 롭스는 롯데마트 내 숍인숍 매장으로 12개만 살아남았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신고 시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올리브영은 중소 뷰티업체들이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 오프라인 판매처와 거래할 수 없게 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따라 이미 지난 2월 공정위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오프라인 뷰티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올리브영은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항하는 오늘드림 배송 서비스도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올리브영의 행태를 공정위에 신고했지만 향후 과연 중소 뷰티업체들이 어떤 이익을 볼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오히려 쿠팡 입점을 위해 올리브영 입점을 포기하거나 올리브영과의 거래 유지를 위해 쿠팡 입점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쿠팡과 올리브영 양사 모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높은 막강한 유통업체인데다가 서로를 경쟁자로 강하게 의식하고 있어서다.

쿠팡와 올리브영의 갈등은 쉽게 풀리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쿠팡과 CJ 사이 앙금 때문이다. 즉석밥 햇반의 공급가를 놓고 갈등한 결과, 쿠팡의 로켓배송에서 CJ제일제당 제품이 모두 빠졌다. 이에 CJ제일제당이 쿠팡의 경쟁업체인 네이버 등 이커머스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며 반쿠팡연대 결성에 나섰다. 두 회사 갈등의 여파가 이번 사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쿠팡의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견제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이 이를 위해 반쿠팡연대의 중심축이 될 수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업종간 경계가 무너지며 이커머스 업체들은 특정 업종의 시장 진출을 통해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기존 유통업체들도 이커머스나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라며  "향후에도 양자 간의 사업 경쟁과 갈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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