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 PB 제품 가격인하·동결
공급가는 그대로…자체 마진 축소 감수
5월 외식물가 지수, 전년 比 6.9% 상승
"대부분 중소상공인…가격 조정 어려울 듯"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편의점 이마트24 매장에서 고객이 할인 행사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마트24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편의점 이마트24 매장에서 고객이 할인 행사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마트24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시작된 가격 인하 바람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들이 자체 브랜드(PB) 제품 가격을 인하 또는 동결한 것은 물론, 입점 제품의 인상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주요 편의점들이 자체 마진을 줄이면서까지 가격 인하 움직임에 동참한 것은 여론과 무관치 않다. 정부가 라면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서자, 소비자단체가 가세해 더 많은 업체들이 '고통의 분담'을 함께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의 일상과 밀접한 업종인 만큼, 기업의 이윤을 우선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황유통 업종 내 모든 기업이 가격 인하에 합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물가 상승을 견인한 주범으로 꼽히는 외식업계는 식품·유통업계의 물가 안정 기조와는 달리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는 이날부터 가격을 올리기로 한 롯데웰푸드의 아이스크림 10~14종에 대한 가격을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앞서 롯데웰푸드가 돼지바·수박바·스크류바 등 편의점에 공급하는 주요 빙과류와 아이스크림에 대한 공급가를 25% 올리면서 유통사인 편의점도 판매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었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밀가루 함량이 높은 빠다코코낫 등 과자 3종의 가격을 인하했지만 아이스크림 인상 계획은 철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편의점업계에서 이번 가격 인상을 보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통사가 가져가는 마진률을 낮춰서다.  

각 편의점별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 취급 품목은 CU 10종·GS25 15종·이마트24 14종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7,8월은 아이스크림 매출이 가장 높은 때이기도 한데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에게 부담이 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기존 가격대로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만 보류한 것은 아니다. 물가 안정에 동참한다는 의지를 적극 피력하기 위해 자체브랜드(PB) 상품 가격을 인하하고 라면 외에 여름 시즌 수요가 높은 맥주 등 먹거리와 생활필수품에 대한 할인 행사도 늘렸다. 

먼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PB브랜드인 헤이루 스낵3종과 우유2종의 가격을 100원씩 인하한다. 특히 해당 PB 상품들을 제조하는 중소 협력사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납품처의 공급가에 대한 조정 없이 CU가 자체 마진율을 축소해 진행하기로 했다. 

세븐일레븐도 PB 브랜드인 세븐셀렉트 과자 2종과 음료 2종 가격을 100원씩 인하한다. 세븐셀렉트 동원참치라면·매운맛양념육포 등의 제품은 중소 파트너사 운영부담 완화를 위해 원가는 5~10% 올리지만 판매가는 동결하기로 했다. 다음달부터는 PB 브랜드 굿민 계란 제품도 반값에 한정수량 판매할 예정이다. 

이마트24도 고객 수요가 높은 생수와 PB브랜드 아임e의 페트커피 4종, 우유 가격을 동결하며 물가 부담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해당 제품에 대한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발표한데 이어 다음달부터는  물가 안정을 위해 2천여종에 달하는 역대 최다 덤 증정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GS리테일도 서민 물가 안정에 동참한다. 편의점 GS25 와 함께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서는 여름철 수요가 증가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각각 80종, 900여종을 선정해 대대적으로 할인 판매하는 GS25 갓세일에 돌입한다.

이같은 유통업계의 물가 안정 기조에도 소비자물가 체감율이 높은 외식업계는 잠잠한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외식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9% 상승세를 기록하며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인 3.3%의 2배를 넘어섰다. 치킨·햄버거·피자 등 외식업계는 인건비와 원재료값 상승 등을 이유로 1~2년 사이 여러 차례 가격을 인상해왔던 탓이다.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린 외식업계가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가격 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중소상공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계약 재배 등을 통해 사전에 물량을 확보,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대외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상고온 같은 기상 이변 현상이 나타나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면 원가 부담이 커진다"며 "대기업 프랜차이즈라 해도 가맹점주가 수수료 등 기본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운영비용이 있기에 마진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건비·임대료·관리비 등 외식업은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하기에 가격 조정이 어렵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업계 역시 가맹점주들의 이익 보전이 되지 않을 경우, 본사의 실적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기 쉽지 않다.  

특히 코로나19로 2년 이상 매출 감소를 겪었던 터라, 이제 막 손실을 보전하기 시작한 외식업계가 고통의 분담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대기업 계열의 식품업체나 유통사와는 달리 소상공인의 외식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다"며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이 많아 정부의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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