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건 이상 대출" 다중채무자, 하반기 은행권 건전성 변수
자영업자-2030세대 중심…연체율도 최고 1%대로 높아
정책금융 실종에 은행권 개입…당국 차원 대책도 필요해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소위 ‘다중채무자’가 하반기 은행 건전성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다중채무자는 일반 대출 차주 가운데서도 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특히, 다중채무자 중 자영업자와 청년세대 비중이 다소 높다는 점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초체력이 낮아진 자영업자, 그리고 상환능력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는 2030 청년세대는 그간 연체율을 포함한 건전성 이슈의 중심에 서 온 바 있다.

은행업계에서는 이같은 다중채무자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 건전성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우려에도 정부와 금융당국이 사실상 다중채무자 지원을 위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다중채무자 중심의 부실채무 확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중채무자 문제가 오는 하반기 연체율 급등 나아가 건전성 리스크 악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은행업계에서는 건전성 리스크에 대비해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누적된 소위 ‘깜깜이 채무’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부채 비중이 예상보다 클 경우 충당금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오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늘어나는 다중채무자, 건전성 복병 될까

다중채무자 우려는 자영업자와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된 경기침체의 여파로 대출을 늘려온 자영업자, 그리고 주식‧가상화폐 등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늘린 2030청년 차주들은 그간 연체율 등 건전성 리스크를 촉발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우선 자영업자의 경우, 대출 증가세뿐 아니라 연체율 상승세도 위험수준이라는 평가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여파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대출을 이어가다 보니 상당수 자영업자가 ‘한계 차주에까지으로 이자상환도 어려운 차주)’에 까지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말(1019조8000억원) 대비 313조9000억원 늘어난 수치이자, 지난해 3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잔액 1000조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근거는 바로 연체율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기준 전체 금융기관 내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00%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0.65%) 대비 0.35%p 높은 수치다.

특히, 대다수 대출 연체율이 0%대를 기록한 것과 달리, 자영업자 연체율은 이례적으로 ’1%대‘를 기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자영업자 연체율이 1% 수준을 기록한 건 지난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여 만이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 중 상당수가 앞서 언급한 ’다중채무‘라는 점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2.4%(17조2000억원) 늘어난 737조5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의 약 71%가 다중채무자에게서 발생한 셈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 내 다중채무자의 경우, 대부분이 기존 대출 이자 및 원금 상환을 목적으로 복수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오는 9월을 기점으로 다중채무자 발(發) 연체율 상승 및 부실채무 증가도 충분히 예상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여전한 ’영끌‧빚투‘ 후폭풍

자영업자 못지않게 2030세대 내 다중채무자도 금융권 건전성 악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2030세대 다중채무자 중 상당수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를 목적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4050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는 2030세대의 경우,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취약차주가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다중채무자 수는 141만9000명, 이들이 받은 대출잔액은 15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차주 수, 잔액 모두 각각 6만5000명과 2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경제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는 60대를 제외한 타 연령대 중 차주 수와 잔액이 전년 대비 증가한 건 2030세대가 유일하다. 실제로, 대출 잔액의 경우 △40대(202조5000억원→192조1000억원) △50대(167조→160조1000억원)모두 7조원~10조원 가량 감소했다.

다중채무자 중 저신용자(신용등급 기준 7~10등급)나 저소득자 비중도 2030세대가 가장 컸다. 전체 다중채무자 중 취약 차주는 126만명 수준인데, 이 중 2030세대는 약 46만명으로 전체의 37% 수준의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021년 이후 약 10만명의 2030세대 다중채무자가 취약차주화 됐다는 지표 또한 눈길을 끈다.

여기에 더해 2030세대의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났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타 연령대에 비해 소득 및 신용점수가 낮아 1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시중은행에서의 대출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자연스레 대출 문턱이 낮은 2금융권으로 2030세대의 쏠림현상도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차주 1인당 2금융권 내 대출잔액은 5413만원 가량이다. 이는 지난 2021년 말(4100만원) 대비 32%가량 증가한 수치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금융상품 '새출발기금' 출범식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원회.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금융상품 '새출발기금' 출범식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원회.

다중채무자 지원방안도 고민돼야

문제는 이같은 자영업자, 2030세대 내 다중채무자 리스크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큰 상황임에도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다중채무자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을 공급하고는 있지만 실효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소액대출 지원 사업’이다. 청년을 포함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대출해 주는 ‘소액생계비대출’ 대상에는 다중채무자도 포함된다. 하지만, 사실상의 ‘급전 지원’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실질적인 다중채무 경감 효과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금융당국의 지원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최근에는 은행권이 직접 나서 다중채무자 관리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중채무자의 대출 금리를 대폭 낮춰 대환해주는 ‘KB국민희망대출’을 운영 중이고, 다른 시중은행들 또한 최소한의 건전성 규제만을 심사에 적용한 다중채무자 관련 대출 상품을 준비 또는 선보이고 있다.

다만, 은행권 역시 이같은 다중채무자 관련 상품 운용이 결국 추후 건전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다중채무자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또다시 ‘상생금융’차원에서 은행권 자체 채무조정 등의 조치가 사실상 강제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은행권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다중채무자의 잠재적 부실률도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정책금융 상품 지원 등 실질적 지원뿐 아니라, 실제 대출을 집행한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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