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CJ, 신세계 등과 1.3조 자사주 교환 '국내최대'
네이버 "전체 의결권의 3.5% 수준..사업협력 위해 필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13일 네이버 신사옥 '1784'에서 열린 '네이버 밋업' 행사에서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4월 네이버 신사옥 '1784'에서 열린 '네이버 밋업' 행사에서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해외 연기금이 네이버에 대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호주를 보유해 주주 가치 훼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지분 확보가 사업협력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PG(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은 네이버를 대상으로 상호주와 관련된 주주 관여 활동을 준비 중이다. 박유경 APG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지난 18일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네이버는 국내 기업 중 상호 주가 가장 많다"며 "기업이 상호주를 형성하면 전체 지분 구조에서 소수 주주의 비율이 줄어 주주 권리가 침해된다"라고 밝혔다.

상호주란 상장 기업이 자사주를 상대 기업이 소유하게 하고, 그 대가로 상대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는 경우의 주식을 뜻한다. 기업들은 주로 상대 기업과 영업 등에서 동맹을 맺기 위해 이 같은 방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상호주는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이 희석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자사주의 경우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제3자에게 넘어가면 다시 부여되는데 결국 제3자와 자사주를 교환한 만큼 전체지분은 줄어들지만, 자사주가 외부로 나가면서 전체 의결권 주식수는 늘어난다.

박 이사는 "4월초 네이버에 문의해 상호주를 맺어야 했던 배경에 대해 들었다"며 "현재는 네이버가 진정으로 상호주를 형성할 수 밖에 없었는지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네이버에 대한 주주 관여 활동 세부 내용은 내년 상반기쯤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APG는 올 2월 KT에 상호주를 취득할 때 주주총회에서 승인받고 보유 목적이 불분명한 자사주는 소각하라는 등의 제안했다. 이를 KT가 일부를 수용함에 따라 주주제안을 철회한 바 있다.

국내 상호주 규모 최다 네이버, "전략적 제휴차원...주주가치 훼손 의도 없어" 

네이버는 상호주 비중이 국내에서 가장 많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자기 주식 매각을 통한 우호 주주 확보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자사주 거래를 통해 우호 주주를 확보한 상장사 가운데 네이버가 자사주 거래 건수 7건, 거래금액 1조487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2017년~ 2022년 사이 네이버의 상호주 관련 거래로 확보한 우호지분은 3.56% 수준이다. 지난 2017년 미래에셋증권과 5000억원(1.71%)가량의 자사주를 교환해 상호주를 확보했고, 2020년 11월에는 CJ그룹 3개 계열사(CJ대한통운,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총 6000억원(1.27%) 가량을, 2021년 3월에는 신세계그룹과 2500억원(0.39%) 규모 자사주를 교환했다. 

네이버 측은 상호주 확보가 사업협력 차원에서 필요하고, 우호주 거래로 확보한 지분이 작아(3.56%) 경영권 방어 목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네이버는 상호주 관련 거래한 기업들과 적극적인 사업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과 협업해 지난해 ‘미래에셋증권 자산관리계좌(CMA)-환매조건부채권(RP)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또한  CJ대한통운과 함께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도 선보였고 네이버웹툰과 CJENM·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웹툰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한 드라마 제작을 위해 일본에 조인트벤처 스튜디오드래곤재팬을 설립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업 입장에서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활용해 특정 사업에 진출하거나 협업 시 낮은 자본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며 "자사주를 상호 보유하고 있으면 협력자체가 더 끈끈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우호주 문제를 의식한 탓인지 지난달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개했다. 올해 3월 기준 네이버가 보유한 자사주는 1376만3483주로 총 발행주식량의 8.39%다. 최 대표는 “향후 3년간 자사주 총 3%를 매년 약 1%씩 소각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자사주 보유 비율을 5% 이내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 "우호지분 3.5%, 낮은 수준아냐..주주 가치 훼손 명백"

시민단체에서는 상호주가 기업 입장에선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는 수단일 수 있으나, 주주 입장에서는 주주 가치가 희석되기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3.5%가량의 우호지분 또한 작지 않은 규모이기에 주주 가치 훼손은 명백하다고 강조한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업 협력시 자사주 교환이 필수 조건이 아님에도 이를 시행하는 것은 우호지분 확보 측면이 크다"며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상호주 확보를  주주총회를 거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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