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논설위원, 전 KBS해설위원실장

이동식 논설위원
이동식 논설위원

”대한민국이 연맹배 제1회 국제축구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이런 우승 소식이 나왔지만 우리들은 주목하지 않았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건 사실 엄청 기쁜 소식이었다. 정식 대회 명칭은 국제드론연맹배 제1회 국제드론축구대회. 인천 송도 국제컨벤시아에서 5월 20일 끝난 국제드론축구대회에서 한국이 당당히 우승했다는 소식이다.

"아니 뭐, 드론 축구? 그런 게 있나요? 그리고 그거 우승하는 게 뭐 기쁜 소식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하실 것인데, 그것도 그럴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

 대한드론축구협회의 공식 볼. 직경 40cm 크기이다. 
 대한드론축구협회의 공식 볼. 직경 40cm 크기이다. 

 

우선 궁금한 것은 드론으로 축구를 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였다. 드론이라면 하늘을 나는 작은 비행체인데, 드론의 바깥을 탄소 소재로 보호장구처럼 둘러싸서 공을 만든다. 직경이 40cm인 이 공을 드론처럼 날리고 띄워 축구를 하는 것이다.

경기장을 크게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양쪽 3m 높이에 골대를 만든다. 그 안으로 드론공을 무선으로 조종해서 많이 골인시키면 이긴다.

  드론축구에는 팀별로 공이 5개씩 사용된다. 
  드론축구에는 팀별로 공이 5개씩 사용된다. 

경기는 두 편이 해야 하므로 한편에 공격용 드론공 1개, 수비용 드론공 4개를 각각 띄워 상대방 공을 4개가 막고 그 사이로 공격용 1개를 골대에 집어넣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팀당 5명의 선수가 뛰는 셈이다. 경기 시간은 규정하기 나름이지만 현재는 경기당 3분씩 3경기, 3판 2선승제로 규정돼 있다. 모두 대한드론축구협회가 정한 규칙이다.

왜 대한드론축구협회가 대회 규정을 정했을까? 드론축구가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전자시대의 새로운 레포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드론의 위력(?)을 실감한 것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1218대의 드론이 일제히 밤하늘로 솟아올라 각각의 몸체에서 나오는 빛으로 멋진 도형을 연출한 것이고, 최근엔 강력한 군사용 무기로 올라서고 있지만 평창올림픽 2년 전인 2016년에 우리나라 전주시와 전주시 협력기관인 캠틱종합기술원이 이 드론으로 축구 게임을 고안해냈다. 물론 세계 최초다. 드론 공의 규격과 운행방식, 경기 규정과 규칙 등을 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냈다.

 5월 20일 열린 국제드론축구대회 시상식.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5월 20일 열린 국제드론축구대회 시상식.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에 창안되어 2017년 제1회 전주시장배 드론축구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11월에는 사단법인 대한드론축구협회가 공식 출범했다. 그 이후 우리나라 곳곳에 지부가 생기고 해외에서도 선수단이 생겨 맹렬히 활동 중이라고 한다. 당연히 우리가 만든 규정이 국제 기준이 된 상황인 것이다.

드디어 지난달 17~20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대대적인 국제 드론축구행사가 열렸다. 전체 행사는 ‘2023 대한민국 드론·UAM(도심 항공교통) 박람회’인데, 이벤트 행사로 ‘제1회 세계드론축구대회’가 열렸다. 미국을 비롯해 14개국에서 2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본격 국제대회였다.

먼저 우리나라 팀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회가 소년부터 중학생 대학생 일반 등 단계별로 열린 뒤,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들이 겨루는 국제대회가 벌어졌다. 14개 나라가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드론축구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엄청 인기이다.

미국에서는 초·중학교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고교 항공 직업 훈련 교육 분야에서 인기 수업으로 급부상했고 콜로라도주와 뉴욕주 등을 중심으로 드론축구팀이 150여 개가 된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미국 고교생 헬렌(17) 양은 “드론공을 조립해 만들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 게임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처음엔 드론을 안전하게 띄우기도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나씩 배우고 익히다 보니 기술이 늘어 지금은 전략적 공격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이번에 4개 팀이 출전했는데, 현재 일본 내 드론축구팀은 100여 개에 이르며 드론축구대회도 23개가 개최됐다고 이번 세계대회 주최 측은 전하고 있다. 한국에서 창안되어 나온 드론축구가 어느 틈엔가 세계로 맹렬하게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미국팀 선수로 출전한 샬렛(15) 양은 “드론축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코딩·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되는 레포츠로 알고 있다”며 “운동보다 공부를 좋아하는 모범생이나 책벌레에게도 인기 만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드론축구 코치들은 “게임이나 휴대전화 중독에 대체 효과가 있으며, 스포츠 팀워크 정신을 심어 줄 수 있어 학부모들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팀을 이끌고 박람회장을 찾은 카일 샌더스 감독은 “내년까지 미국 내 1000여 개 초등학교, 400여 개 중·고교, 50여 개 대학교에 드론축구를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 측에서는 드론축구가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는 배경에 대해 “드론의 기술력과 축구 경기의 재미를 함께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고령자에게도 치매 예방 프로그램으로 효과가 있어 양로원 등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정도면 이제 드론축구가 K팝, K영화처럼 글로벌 한류 콘텐츠로 히트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아닌가?

 드론공을 만들고 전략을 짜면서 참여자들은 창의력을 공유하고 협동을 익혀 나간다. 
 드론공을 만들고 전략을 짜면서 참여자들은 창의력을 공유하고 협동을 익혀 나간다. 

지역특화 산업으로 탄소와 드론,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융합해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드론 공부터 경기 규칙, 운동장 규격까지 드론축구 관련 분야를 우리가 만들어 수출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유망 수출품이다. 그것도 단순히 제품 하나가 아니라 그 안에 첨단 과학기술이 있고 참여 선수들이 지능과 아이디어와 협업을 통해 공동체의 스포츠로 확산된다. 드론의 부품, 성격, 운행조종방법... 등등을 다 같이 협의해서 코딩하고 무장해야 한다. 이런 정도니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새로운 한류로 급성장할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필자가 드론축구 소식을 뒤늦게 듣고 이처럼 흥분하는 것은, 드론축구가 펼쳐 보인 세계가 이 시대 우리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경험적 확신 때문이다. KBS 기자였던 1992년, 역사문제 취재를 위해 일본에 갔을 때 공영방송 NHK가 로봇경연대회를 다룬 것을 방송에서 흥미있게 보았다. 미국 영국 일본 유럽의 네 나라 젊은이들이 공동작업으로 만든 로봇이 장애물을 넘어 목표 지점까지 가면 우승하는 대회였는데, 로봇을 만들기 위해 언어가 다른 각 나라 젊은이들이 머리를 짜내어 협의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필자는 “저것이야말로 우리 방송이 해줄 역할이다"라는 깨달음이 있었다. 나중에 영국 특파원으로 있을 때에는 로봇들이 싸우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이런 것을 방송해주는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창의력과 협동심이 엄청 성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방송이 이런 것들을 미처 모르고 있던 사이에 신개념의 스포츠가 우리나라에서 창안되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허구한 날 먹는 것, 자잘구레한 일상의 우스갯소리로 소중한 시간을 때우지 말고 이런 행사를 주최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마당을 만드는 일, 그것이 우리 방송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이렇게 젊은이들이 서로 협력하고 공동으로 작업하고 아이디어를 겨루고 해서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이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외톨이로 커서 이웃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외로운 게임기에서 벗어나 함께 가꾸고 즐기는 드론축구야말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이미 세계드론축구협회가 만들어졌고 곧 드론축구 월드컵도 생긴다고 한다. 현재로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실력이 월등해 적어도 월드컵 드론축구에서는 우리나라가 계속 우승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진짜 축구인 월드컵 U-20대회에서 우리나라가 2회 연속 4강에 진출, 4위를 차지했고 본 월드컵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드론축구에서는 과거 영국이 그랬듯이 우리가 월드컵의 종주국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우승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열릴 세계 드론축구 월드컵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사진은 캠틱종합기술원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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