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OLED 업체 2900억에 인수
증강·가상현실 구현 위한 기술력 확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제공: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업을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확장현실(XR)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만큼, 시장 진출을 염두한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마이크로 OLED 기업 이매진 주식 전량을 2억1800만달러(29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최종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매진은 미국 내 유일한 마이크로 OLED 제조기업이다. 마이크로 OLED는 실리콘 반도체 기판에 소자를 증착하는 올레도스 방식을 적용한다. 해상도를 더 높게, 화면의 크기는 더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이매진의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은 마이크로 OLED 중에서도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과 같은 XR 기기에 필요한 기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XR은 뛰어난 현실감을 구현하는 까닭에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며 "다만 XR 기기는 초고해상도이므로, 더 높은 휘도(화면 밝기)와 저전력을 뒷받침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마이크로 OLED 기술 확보에 나선 것도 XR 시장을 노리고 있어서다. XR 시장은 고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전 세계 XR 관련 시장 규모는 2025년 540조원에서 2030년 170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XR 기기의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1년 1100만대였던 전 세계 XR 기기 출하량이 2030년에는 10억대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했다. 스마트폰(12억대)와 맞먹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초실감 서비스 상용화가 속도를 내면서 XR 기기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스마트폰 업체들과, 기존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노리는 IT기업들이 XR 기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메타는 오큘러스 퀘스트2, 메타 퀘스트 프로 등을 내놓으며 앞서 나가고 있다. 올해 애플도 소니의 마이크로 OLED를 탑재한 XR 헤드셋을 선보인다. 

이에 마이크로 OLED 출하량도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옴디아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올해 407만개에서 2030년 4122만7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마이크로 OLED는 소니 정도가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했을 뿐, 아직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DS 부문과 상용화를 위해 협력 중이지만 기술 수준은 초기 단계다. 시장 선점 효과를 노려 인수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인수에 대해 삼성전자의 XR 기기 개발과 연결짓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 중 삼성전자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XR 기기를 개발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역량을 강화한 만큼, 연내 XR 기기를 출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르면 상반기, 늦어도 연내 삼성전자의 XR 기기가 출시될 것"이라며 "구글, 퀼컴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삼성전자에 부족했던 센싱 전용 반도체와 XR 전용 플랫폼이 보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고객사'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인수에 대해 최주선 사장은 "XR기기는 향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매진의 기술을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XR 관련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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