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4남매가 지분 98% 보유.."분쟁 가능성 상존"
중도하차한 '최대주주' 구본성 전 부회장, 경영권에 '미련'
안심할 수 없는 '3자매 연합'…장녀 구미현의 변심이 복병
안정적 성장 위해선 지배구조개편 필요…IPO 등 거론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부회장). 사진. 아워홈.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부회장). 사진. 아워홈.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오너일가의 배당을 둘러싼 분쟁을 가까스로 해결한 아워홈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흑자 규모를 확대하고 케어푸드 등 신사업 추진,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성장세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워홈의 성장 구상이 가시화되려면 큰 변수가 있다. 회사를 끌고 있는 구지은 부회장이 쥔 지분이 20% 정도에 불과한 반면, 구본성 전 부회장을 비롯한 형제들의 지분은 70%가 넘는다. 이번 주주총회에서처럼 언제든 고액 배당을 요구하거나, 의결권을 내세워 경영에 간섭할 여지가 충분하다. 업계에서도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아워홈은 언제든 경영권 분쟁이 터질 수 있는 활화산이란 얘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시작한 해는 2021년부터다.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에 다시 참여하면서 아워홈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단체급식 사업이 악화되는 악재에도 257억원의 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수익성이 한층 개선됐다. 2022년 영업이익은 537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역시 5.1% 늘어 1조8354억원을 달성했다. 2020년 첫 적자를 기록한 지 2년 만에 외형 성장과 수익성 향상을 동시에 이룬 셈이다. 

2년 연속 흑자에 대한 자신감으로 아워홈은 올해 주주들에게 총 30억원의 배당금을 결정했다. 배당금 규모는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 사업을 운영하는 동종업계 기업들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해 2조3174억원의 매출을 올린 CJ프레시웨이는 4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같은 기간 1조411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신세계푸드의 배당금은 29억원이다.

아워홈의 30억원 배당이 결정되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주총에 앞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2966억원, 구미현씨가 456억원의 배당안을 요구해서다. 특히 구본성 전 부회장이 요구한 배당금은 아워홈의 지급 여력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2021년 말 기준, 아워홈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인 2240억원으로 700억원이 더 많다. 게다가 지난해 아워홈의 순이익은 250억원에 불과하다. 순이익의 10배 이상 많은 액수를 요구하면서 노조에서는 '막장 배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구본성 전 부회장은 회사가 충분히 배당을 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워홈이 현재 5000억원 이상의 이익잉여금이 누적됐고, 지분 매각을 효율성을 고려하면 '과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권을 흔들 목적으로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활용하는 것으로 본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1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 '지분 매각'을 이유로 임시 주총 소집을 요청했다. 당시 본인을 포함, 48명의 신규 이사 선임하고, 구지은 부회장이 선임한 이사 21명을 해임할 것으로 요구했다. 자신에 우호적인 이사진의 힘을 빌려 경영 복귀를 시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올해 주총에서도 총수 일가의 지분을 매각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주총 이후 구본성 전 부회장의 보유 지분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의 갈등은 골이 꽤 깊다. 2016년 '집안의 전통'을 이유로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 수업 중이던 구지은 부회장을 밀어내고 대표에 올랐다. 이후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21년 보복운전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으면서 남매 갈등이 본격화 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자매들과 손잡고 경영 부진 등의 이유를 들어 구본성 전 부회장을 해임하고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이후 기회를 엿봤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2021년에는 구미현씨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가운데,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씨가 연합, 구본성 전 부회장의 고배당 안건을 부결시켰다. 올해는 구미현씨까지 합세해 구본성 전 부회장의 요구를 좌절시켰다. 

문제는 구지은 부회장이 구본성 전 부회징의 요구를 계속 막아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다. 아워홈의 지분 구조를 보면 고(故) 구자학 회장의 1남3녀가 전체의 98%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로 가장 많고 구지은 부회장 20.67%, 차녀 구명진씨 19.60%, 장녀 구미현씨 19.28% 순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의결권을 내세워 경영 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덕분에 구본성 전 부회장은 대표 시절, 최대주주라는 점을 이용해 고배당을 챙길 수 있었다. 아워홈은 2019년 456억원을, 2020년에는 776억원을 배당했다. 회사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배당금은 70% 늘린 것이다. 2020년 총수 일가가 받은 배당금은 구본성 전 부회장 229억원, 구지은 부회장 160억원, 구미현씨 149억원, 구명진씨 152억원이다. 이를 두고 '회사의 경영난과 관계없이 총수 일가가 이익 챙기기에 골몰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지난해 구지은 부회장은 무배당을 결정하고 그 해 11월 '대표 시절 정해진 한도보다 더 받은 보수를 가져간 정황을 발견했다'며 구본성 전 부회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게다가 지매연합의 결속력은 강력하지 않다. 구명진씨와 달리 구미현씨는 오빠와 여동생의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상이한 행보를 보였다. 구미현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대표 선임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다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구미현씨는 다른  두 자매와 함께 구본성 전 부회장을 해임시켰다.

앞서 세 자매는 각자가 보유한 지분을 동일한 가격과 조건으로 공동 매각하는 대신, 주총에서 의결권을 함께 행사해야 한다는 공동 매각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들의 결의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구미현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지분 매각을 꾀했다. 구지은 부회장·구명진씨가 공동 매각 합의서를 근거로 법원으로부터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받아내고서야 구미현씨는 매각 계획을 접었다. 

올해 주총에서도 구미현씨는 회사의 순이익을 웃도는 배당금을 요구했다. 자신의 뜻을 꺾고 구지은 부회장의 안을 받아들였지만, 구미현씨가 여동생에게 계속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구지은 부회장이 아워홈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재의 지배구조로는 향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 신규 자금을 유치해 자매들 몫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분만 갖고 있다면 매년 꾸준한 현금을 챙길 수 있다. 굳이 구지은 부회장에게 지분을 팔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지분을 매각한다 해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받으려 할 수도 있다.

현재로선 IPO의 가능성은 낮다. 아워홈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IPO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에서 논의되는 바가 없고 조금 먼 이야기다"라며 "올해에는 흑자폭을 넓히고 단체급식, 가정간편식 등 기존 사업의 외형 확장과 함께 케어푸드에 이은 메디푸드 등 신사업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때문에 구지은 부회장이 기업가치를 제고한 뒤 IPO를 추진, 전략적 투자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호세력을 주요 주주로 세워 지배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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