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가 협상 6개월째 지지부진…마진율 놓고 이견
직구매 상품서 제외됐지만…타 이커머스와 협력 강화
햇반 점유율 변화 無·해외사업 순항으로 자신감 상승
향후 가격 결정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행보로 풀이
"CJ니까 가능한 일"…업계 일각에서는 '응원' 목소리도

4일 쿠팡 즉석밥 카테고리에서 1위 제품은 쿠팡의 PB브랜드 제품으로 나타났다. 사진. 쿠팡 홈페이지 캡쳐.
4일 쿠팡 즉석밥 카테고리에서 1위 제품은 쿠팡의 PB브랜드 제품으로 나타났다. 사진. 쿠팡 홈페이지 캡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CJ제일제당의 자신감 넘치는 행보가 업계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햇반 등 주요제품 공급가를 놓고 쿠팡과 수개월째 줄다리기 중인 CJ제일제당은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이커머스 시장 선두주자로 뛰어오른 쿠팡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움에도 CJ제일제당은 저자세를 취하는 대신 우군을 늘리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쿠팡과 지난해 11월 이후 햇반의 공급가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CJ제일제당과 쿠팡 모두 협상 내용에 대해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마진율에 대한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컵밥, 비비고 만두, 김치, 스팸 등 CJ제일제당 주력 제품들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게다가 쿠팡은 햇반의 대체재로 자체브랜드(PB) 제품을 키우는 모양새다. 즉석밥 카테고리를 오뚜기의 오뚜기밥, 동원의 양반 밥, 하림의 더 미식 밥 등 경쟁사 제품으로 채웠다. 특히 PB 제품인 곰곰 즉석밥의 존재감이 달라졌다. 

쿠팡은 매년 연말 다음해 제품 공급가와 물량 등을 계약한다. 중간에 제품이 잘 팔리더라도 추가 물량을 늘리기 어렵다. 현재 CJ제일제당의 빈 자리를 채운 건 쿠팡의 PB 즉석밥이다.  

쿠팡에서 즉석밥을 검색해보면, 쿠팡 랭킹순 1위 제품은 곰곰 소중한 우리쌀밥이고, 오뚜기, 하림, 동원 순이다. 쿠팡의 랭킹순 검색은 판매 실적과 사용자 선호도, 상품 정보 충실도, 검색 정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쿠팡이 PB 즉석밥을 적극 밀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햇반 지우기'로도 해석될 수 있는 행보다. 

플필먼트를 강화하면서 쿠팡의 온라인 시장 내 점유율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쿠팡의 점유율이 20%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본다.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투트랙을 활용 중인 신세계보다 높다. 네이버와 함께 이커머스 양대산맥으로 떠오른 쿠팡인 만큼, CJ제일제당으로서도 자사 제품을 패싱하려는 쿠팡의 움직임은 신경쓰일 수 있다. 

롯데온이 이달 CJ제일제당과 햇반 등을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사진. 롯데온.
롯데온이 이달 CJ제일제당과 햇반 등을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사진. 롯데온.

CJ제일제당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비(非)쿠팡 연대를 다지고 있다. 네이버의 도착보장 서비스관에 햇반이 입점됐다. '햇반, 네이버는 내일 도착'이라는 점을 강조한 배너광고와 라이브방송을 활발히 진행했다. 롯데온과는 햇반, 스팸, 김치 등 주력 상품을 할인가에 선보이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쿠팡의 새 대항마를 키우기 시작했다. 컬리다. 아예 CJ브랜드위크를 통해 햇반, 김치 등을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컬리 독점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쿠팡의 PB 즉석밥에 대항할 컬리표 햇반을 CJ제일제당이 생산할 것으로 점쳐진다. 

쿠팡의 패싱이 반 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CJ제일제당은 손익 계산을 끝낸 것으로 관측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CJ제일제당으로선 굳이 '쿠팡이라야만 될 이유'가 없다. 쿠팡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인 셈"이라며 "식품기업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데다, 해외 매출이 늘어 내수에 매달릴 이유가 적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쿠팡에서 제외된 뒤에도 햇반의 점유율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햇반의 시장 점유율은 약 60% 이상, 2위 오뚜기와 2배 가량 차이가 난다. 또 CJ제일제당 식품사업 중 해외 비중이 급속히 늘었다. CJ제일제당 식품 부문이 지난해 해외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5조1811억원으로, 전체 식품 매출의 46%에 달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유럽 등 해외 수출을 강화해 글로벌 비중을 더 높일 계획이다. 때문에 이번 쿠팡과의 협상을 통해 가격 결정권을 가져오고자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CJ제일제당은 '특별히 그럴 의도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네이버와의 협력은 쿠팡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어 그  대안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다"라며 "3년 전부터 네이버와 협력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준비해왔고, 지난해 말 입점하게 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판매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의도과 관계없이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마이웨이'를 응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쿠팡이 온라인 시장 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납풉업체들에게 '박한 마진'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오픈마켓으로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쿠팡의 입맛대로 계약을 맺을 것을 종용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처럼 급격하게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고 운영 비용이 늘어날 경우, 마진을 일부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한 중견 식품기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쿠팡은 워낙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 유통사로 다른 온라인 유통사와 비교할 때 수수료, 계약 조건 등에서 원하는 수준 자체가 아예 다르다. 매우 까다롭다"며 "국내 식품기업 중에서 쿠팡이 원하는 조건에 무조건 맞춰주지 않고 당당하게 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식품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쿠팡에 납품 중인 공산품 업체도 데일리임팩트에 "자체 쇼핑몰도 '네임 밸류'가 있어야 활성화 된다. 쿠팡 같은 큰 회사와 척을 지기 어려운 중소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마진을 낮추는 실정"이라면서 ""CJ제일제당이 쿠팡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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