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처방 일수 축소 두고 대립
보험료·과잉 진료 논란에 서로 반대
소비자 불편 확대 막는 게 우선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한의계와 손해보험업계가 교통사고 첩약 처방 일수 축소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진료 권리를 제한한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한의계와 보험금 증가의 원인이라는 보험업계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권리'와 '편법'이라는 주장 속 삭발·단식 투쟁까지 단행한 한의계와 300% 이상의 진료비 급증이 비정상적이라는 보험업계의 싸움으로 보험 소비자들의 불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까지 나서 개선의 의지를 밝힌 만큼 갈등이 쉽사리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들도 소비자들을 위해 합의점을 빠르게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한방 진료수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손보협회는 "이번 첩약 처방 일수 조정은 현재 1회 10일 처방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1회에 5일분으로 처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 진행되는 분쟁심의위원회를 통해 교통사고 경상 환자의 첩약 1회 최대 처방 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내용의 한의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개선방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해당 개선방안이 공개되자 한의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통사고 환자의 첩약 처방 일수 변경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의학적 판단은 고려하지 않고 경제 논리로만 재단하는 국토부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한의사협회는 첩약 처방 일수 변경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한의계 총궐기 투쟁에 나서겠다는 예고와 함께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국토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 이후 단식투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에 손해보험협회도 이미 2013년 11월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에서 합의된 사항이라며 기존 개선방안은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전문가그룹 회의 등 논의를 거쳐 이미 합의된 사항이지만 한의계의 일방적인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삭발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대한한의사협회.
지난 25일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삭발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대한한의사협회.

권리·편법·과잉 진료 논란에 첨예한 대립

한의계와 손보업계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 업계에선 '권리'와 '편법'으로 인한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한다.

우선 한의계는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첩약 처방일수 제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환자들의 건강권과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정책이라는 주장한다.

또 첩약 1회 처방일수에 대한 논의를 주장하려면 의학적 근거가 제시돼야 하지만 아무런 근거 없이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처방일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반면 손보업계는 수가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병원 치료와 달리 한방치료는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경상 환자에 대한 과잉 진료가 쉽다고 지적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진료비 중 양방진료비는 2015년 약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1조500억원으로 12.5%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한방진료비는 약 3600억원에서 약 1조5000억원으로 317% 급증했다.

특히 환자의 상태와 무관하게 무조건적인 1회 10일 처방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첩약 진료비는 2015년 약 1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28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적정 진료를 위한 제도개선이 지연되는 사이 한의계가 과잉 진료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챙겼다"고도 주장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토부·보험업계 개선 의지에 갈등 계속

한의계의 반발에도 국토교통부와 보험업계가 개선방안을 통과시키겠단 의지를 피력한 만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2000만명 이상 가입자를 보유한 의무보험으로 과잉 진료가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귀결되면서 시급한 개선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료기관 종별 가산제 등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 차이를 줄여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 유인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로 인해 범한의계 총궐기 등 총력 투쟁이 이어진다면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빠른 합의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조율을 통해 통과에 무게가 실리는만큼  한의계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협상 테이블을 빠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