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논설위원,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

임병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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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난달 금융위가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국내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벌써 STO시장 대비에 한창이다. 토큰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나 기업의 등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DAO는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자율조직’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대다수의 DAO는 자체 토큰을 발행하여 의사결정 참여자들에게 의결권을 배부하고 온라인상의 블록체인 기반 투표를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처리한다. 전통 기업과 달리 최고경영자가 존재하지 않고, 의결권이 부여된 토큰을 보유한 참가자가 기업경영과 관련된 안건을 제시하면 의결권 지분에 기반한 투표 결과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익명성과 투명성이 보장되고 국가 간 경계가 없는 수평적 구조의 기업 조직인 게 특징이다.

DAO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일정 수의 참여자 확보와 이들의 꾸준한 활동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자체 발행한 토큰이 활용된다. 활동에 비례하여 토큰 등의 보상을 제공하고 토큰의 가격 상승에 따라 추가 보상을 해주기도 한다. 기존 참여자들을 유지함은 물론 새로운 참여자를 유인하기 위해 토큰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토큰 활용은 DAO의 취약점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DAO로 2016년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스마트계약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제안한 ‘The DAO’를 들 수 있다. 일종의 벤처캐피털 기구로 시작한 The DAO는 약 1억5000만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모집했지만, 해커에 의한 공격으로 5000만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탈취당할 뻔한 사건도 있었다. DAO는 보안 및 규제 이슈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AO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딥다오(DeepDAO)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5월에서 10월까지 2850개의 DAO가 의사결정 투표를 진행하였는데, 이는 2021년에 비해 2배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2023년 2월 기준 1만1000개가 넘는 DAO가 존재하고 DAO의 전체 AUM(운용자산) 규모는 1300만 달러 정도이다. 총 DAO의 75%가 최근 2년 안에 만들어진 것으로, 급성장하는 추세다.

국내의 경우 2022년 첫 DAO가 등장하였다. ‘국보DAO’로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경매에 내놓은 국보를 낙찰하기 위해 설립된 DAO이다(간송 전형필 선생님에 대해서는 3월 1일자 이성낙 위원의 글 참고). 국보DAO는 일주일 동안 56명이 약 9000이더(ETH), 약 32억 원의 금액을 모집하였다. 목표액인 50억 모금에 실패해 국보DAO가 경매에 참여하진 못하였다고 한다.

경매 참여 외에도 다양한 DAO가 존재한다. 부동산 및 스포츠 구단, 벤처기업, NFT, 가상자산 등의 투자 DAO가 주를 이루고 있고, NFT의 제작, 미술품, 영화 및 음악 등의 제작에서도 DAO를 결성하여 투자 및 제작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K-POP 팬 커뮤니티 DAO인 ‘MYBIAS’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아이돌 후원 활동을 결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기부를 위한 DAO도 존재한다. 앞으로 온라인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만이 필요한 사업 영역에는 다양한 형태의 DAO가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내외 DAO 규제 환경은 어떨까? 1977년 세계 최초로 유한책임회사 법안을 제정한 미국의 와이오밍주는 2021년 DAO에 대해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DAO를 합법적 조직으로 인정한 것으로, 북미를 중심으로 DAO의 수가 최근 2년 동안 급격히 증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에는 당장 DAO가 합법적인 지위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TO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절차를 걸쳐 토큰증권(security token) 발행이 가능해진다곤 하지만 DAO는 기본적으로 국가 간 경계가 없는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자금조달이 이루어진다. 물론 앞의 국보DAO처럼 국내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활동을 제한한다면 가능할진 몰라도, 증권성 여부에 따라 STO 발행에 준하는 기준을 DAO 결성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국내 DAO 시장은 세계 시장에서 계속 뒤처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무한한 성장과 혁신 가능성을 갖는 DAO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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