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고객 떠날까 노심초사, 무이자할부까지 등장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면 결국 소비자도 피해

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 대형 SUV GV80.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 대형 SUV GV80.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고금리에 따른 올해 경기침체 전망에 완성자동차업계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영업에 나서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완성차 출고대기 기간이 앞당겨지고 있으나, 그만큼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의 차량 출고 취소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완성차사들은 무이자할부 혜택까지 내세우며 고객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기준 30개월에 육박했던 제네시스 GV80 가솔린 2.5T 모델의 출고 대기 기간은 2월 기준 10개월까지 단축됐다. 20개월 가량의 단축이 이뤄진 것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인기 차량들의 출고기간이 큰 폭으로 앞당겨진 상태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지난 12월 기준 20개월에 달했던 출고대기 기간이 이달 기준 12개월로 단축됐다. 전기차 아이오닉 6 역시 같은 기간 18개월에서 13개월로 크게 출고기간 단축이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되며 출고 대기기간이 앞당겨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고금리로 인한 차량 출고 포기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단축 사유로 꼽힌다.

서울 중구 지역 완성차 대리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탈 고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기본적으로 차량 출고 기간이 1년 이상 길어지다 보니 금리 조정되면 그때 구입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연기하시는 분들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출고 취소 비중은 10건 중에 1~2건 정도”라며 “아무래도 차량 가격이 비싸면 좀 부담이 가는 부분이 없잖아 있는 만큼 고가 차량들의 취소 비중이 높은 편인 것 같다”라고도 전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 2022년 말 기준으로 개인보다는 렌터카업체들의 취소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라고 말했다. 렌터카업체는 신차를 다수 구매하는 만큼 개인 고객 만큼이나 완성차업계 입장에서는 중요 고객이다.

여기에 업계에서는 신차 대기 기간이 길어지며 여러 대의 차량을 계약해 놓고 먼저 나오는 차량을 수령하고 나머지를 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쌍용자동차의 SUV 올 뉴 렉스턴 시그니처.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의 SUV 올 뉴 렉스턴 시그니처. 사진.쌍용자동차

최근 완성차사들이 무이자할부를 비롯해 신차 구매 혜택을 강화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흐름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변동금리 할부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신차 구매 시 3개월 단위로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 변동을 반영해 할부 금리가 결정돼 추후 금리 인하 시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기아는 변동금리형 할부에 더해 고객이 자금 상황에 맞게 △할부 기간 △유예율 △선수율 등을 직접 설계 가능한 ‘커스텀 할부’ 상품을 출시했다.

쌍용자동차는 무이자 할부 카드를 꺼냈다. ‘마이 스타일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60개월의 무이자(선수율 50%) 할부를 비롯해 선수율 별로 금리를 달리해 렉스턴 브랜드의 차량을 구매 가능하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전 차종 대상 12개월 연 2.9%, 24개월 연 3.3% 저금리 상품을 선보였다. 차종 별 조건에 따라 최대 150만원까지 특별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할부 상품으로 신차를 구매한 고객이 중고차 처분 시 최대 40만원 추가 혜택 역시 제공한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구매 고객에게 연 3.9%의 이율로 최대 60개월 할부 프로그램(선수율 30%)을 제공한다. 캐딜락 구매 고객의 경우 차종 및 트림 별 최대 48개월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수입차의 경우 BMW코리아가 주요 인기 모델을 대상으로 최저 1%대 고정금리의 스마트 할부 프로그램 상품을 출시했다. 5시리즈는 최소 1%대 이자율로, X5 및 X6는 최소 3%대 이자율로 구매 가능하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캐피탈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한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판매조건 강화를 실시했다”라며 “촘촘하게 프로그램을 짜서 고객 여건에 따라 초기 차량 구매시 목돈이 크게 들어가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자동차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업계 일각에서는 올 한해 전년 대비 큰 폭의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출혈경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은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소비자와 대리점 업계에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의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총 99만7846대의 승용차 판매량을 기록해 국내 승용차 점유율 86.5%를 차지했다. 이들은 출혈경쟁이 발생한다 한들 오랜 기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데다, 점유율 하락에 대한 걱정 역시 크게 없다.

그러나 르·쌍·쉐(르노코리아자동차·쌍용자동차·한국지엠 쉐보레)로 일컬어지는 후발 3사의 경우 같은 기간 합산 점유율은 13.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차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신차 확보 및 큰 폭의 품질 개선 등이 필수다. 다만 현대차나 기아 대비 금액규모 및 기술력 면에서 비교열위인 만큼 반전이 쉽지 않다.

더욱이 후발 3사의 경우 벤츠·BMW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에게도 판매량이 밀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내수 부진이 길어질 경우 시장에서 이탈하는 업체가 생길 가능성도 있는 만큼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줄게 된다. 완성차업계 전반적 품질 저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구조다.

이에 완성차업계에서도 이같은 시나리오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앞으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는 부분은 있겠지만 출혈경쟁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파격적인 할인 조건 등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손실을 무한정 떠안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매조건이라는 것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인기 모델과 아닌 모델들을 나눠 그에 맞춤 전략을 구사하는 것인 만큼 매달 제한적인 부분에서 이뤄질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라며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달 판매 상황이나 시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고민하면서 올해 판매 계획을 세울 필요가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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