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에 온 국민이 아프다. 분노와 좌절로 많은 사람들이 봄나들이를 꺼렸고, 축제나 공연은 자취를 감췄다. 기업들은 사내외 행사를 취소했고 떠들썩한 마케팅 행사는 접었다. 이 와중에 부적절한 처신으로 자신의 의식수준을 들킨 높으신 분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기업은 정부, 개인과 더불어 3대 경제주체중 하나다. 기업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사고수습과정에서 무능을 드러내며 온갖 비판에 직면한 정부, 지난 일주일동안 실종자 가족들과 아픔을 같이하며 상심의 늪에 빠졌고 죄책감마저 갖게된 국민, 숨죽이며 자숙모드에 들어간 기업. 이런 현실에서 기업은 계속 국외자로 남을 수 없다.

평상시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얘기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현장을 사진에 담아 사회공헌이라 자랑하고, 재난을 맞아선 자숙의 시간을 거쳐 성금 명목으로 거액을 기부하곤 한다. 그런게 사회공헌이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번엔 달라야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은 사내외 축제와 기념식를 취소하고, 흥겨운 광고를 중단하고, 시음 시식행사도 축소하는 등 ‘하지않기’부터 시작했다.

재난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나서면 국민들은 “쇼를 한다”며 비난을 퍼붓는다. 사고현장을 순시하고, 보고를 받으려는 정치인들이 국민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재난상황에서 뭔가 일을 벌이면 “재난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시선이 쏟어진다. 정치 못지않게 기업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못한 결과다. 당장의 선택이 ‘하지않기’로 쏠리는 이유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여기서 멈춰있을 수는 없다. 우리 기업으로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이 과정에서 기업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까지 배를 지켰어야할 세월호 선장은 가장 먼저 배를 탈출, 리더십 부재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증명했다. 리더에 순응한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는 역설이 발생했다. 리더십 부재, 아니 부도덕한 리더십의 독성을 절감한 지금이 바로 기업의 리더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여줄 때다. 기업이 경제주체로서 사회에 책임있는 모습, 행동을 보여주기 위해 기업의 CEO와 대주주가 나서야한다. 특히 정부 등 공공부문이 제 역할을 못해 질타받을 때일수록 그렇다. 지금 정부가 욕을 먹는 것은 ‘열심히 안해서‘가 아니라 ’잘하지 못해서‘다. 단지 열심히 하는 건 엄청난 재난앞에서 무기력하다. 아니 더 큰 재앙이다.

기업의 리더가 역할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게 있다. 바로 직원들의 참여다. 연말연시든, 재난상황이든 특정 그룹이 수백억원 성금을 낼 때 당연히 그룹 임직원들이 거기 동참하고있다고, 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있다고 자부심을 가져야하겠지만 지금껏 어느 누구가 그런 생각을 해봤을까. 생색내기용 성금, 기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퇴색시켰고 직원들의 자발성을 억누른 셈이다. 기업이 기부를 하면서 경쟁력도 키우려면 직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높은 차원의 경영전략에 녹아들어야하고, 직원은 물론 직원 가족까지도 마음속에서 함께 하도록 이끌어줘야한다.

직원들은 자기 회사가 사회적책임 활동에 나서는데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된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자기 맡은 바 업무에서 실천할 방법을 찾도록 기업의 리더가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 단순한 구호로서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기업이, 기업 구성원이 우리 사회에 기여할 바를 스스로 찾는게 중요하다.

많은 국민들이 기업에 속해있거나, 적어도 기업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국민이 무력감에서 벗어날 계기를 만드는 건 기업 몫이다. 어설프게 홍보전략을 세우고 겉포장만 요란한 보도자료를 뿌려대서는 국민의 반감만 키울 뿐이다. 기업이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국민을 위로하고, 국민을 위해 뭔가 줘야한다. 그 해답은 국민의 일원인 기업 근로자들이 기업 리더들과 머리를 맞대고 역할을 찾는데서 출발한다. 당장의 ‘하지않기’에서 벗어나 ‘하기’로 전략을 바꿔야한다. 뭘 할지 고민하고, 답을 찾고, 실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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