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앞두고 골프 친 최정우 포스코 회장, 與 집중 타깃

잇따른 산재…동국제강·세아베스틸 전문경영인들도 소환

또 요원해진 이미지 개선…일부 기업은 수뇌부 미래 불투명

지난 4일 열린 2022년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증언대에 올라오고 모습. 사진.MBCNEWS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4일 열린 2022년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증언대에 올라오고 모습. 사진.MBCNEWS 유튜브 영상 갈무리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최근 각종 논란으로 인해 국정감사 자리에 출석한 국내 철강업계 대표들이 진땀을 흘리고 돌아왔다.

철강업계는 산업 특성상 중대재해 발생률이 타 업종 대비 높고 일부 기업은 태생적으로 정치권이나 지역사회 입김에 따른 영향이 큰 만큼 이번 국감서 집중타겟이 되는 모양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태풍 대비 기간 동안 골프를 치는 등 준비를 소홀히 해 포항제철소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날선 비판과 마주해야 했다. 올해 공장 내 사망 사고로 인해 중대재해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김연극 동국제강 대표와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 역시 산업재해 문제로 강도 높은 비판을 들어야 했다.

철강사들이 태생적 한계를 절감해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표방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해왔으나, 무력감만 맛 본 셈이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연극 동국제강 대표와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최근 연이은 중대재해 사고 논란에 관해 입을 열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는 지난 3월 협력사 노동자가 크레인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추락 방지용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세아베스틸 역시 군산공장에서 지난 5월 노동자 1명이 중장비에 치여 사망했으며 9월에는 협력업체 직원이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바 있다.

매년 잇따라 끼임사가 발생하고 있다는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의 비판에 김연극 대표는 “사업장이 5곳 있기 때문에 사고 형태들이 다 끼임사라고 말씀드리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상황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하고 재발대책을 강구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연극 대표는 “매년 1명씩 사망사고가 난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는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며 “다시금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모든 안전 시스템을 재구축할 것이고 중대재해가 없는 회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의 경우 2년 전인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산재 문제로 출석한 점이 거론되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김철희 대표는 “많이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뿐”이라며 “새로운 저희만의 방식으로 안전 개선 활동을 시행하겠다. 모든 종사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무재해 사업장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2022년도 환경노동위원회-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앞쪽) 김연극 동국제강 대표(뒷쪽)이 증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5일 열린 2022년도 환경노동위원회-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앞쪽) 김연극 동국제강 대표(뒷쪽)이 증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앞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지난 4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 증인 출석해 여당의원들의 날선 비판에 직면했다.

포스코의 경우 태풍 ‘힌남노’에 따른 대응 미비로 철강재 공급에 차질을 발생시켰다는 이유로 정치권의 압박을 받고 있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정권 교체 후 정치권 외압에 시달려 온 바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포스코가 태풍이 예고된 지난 8월 30일 이후 한번도 태풍 관련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는 점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던 지난 9월 3일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최 회장이 태풍 상륙 하루 전인 지난달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관람했다는 사실 역시 언급되며 최 회장에게 고성이 섞인 질타가 쏟아졌다.

먼저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최 회장에게 “당시 예고된 폭우로 모든 국민이 긴장하고 대통령까지도 태풍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데 회장은 단 한 번 태풍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한 적이 없다”며 “증인이 최고경영자로서 관리 책임을 다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골프장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회사 매뉴얼에 재난대책본부장은 제철소장으로 돼있다”며 항변했다.

이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역대급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던 날에 골프장에 있었다고 뻔뻔하게 이야기한다”며 “매뉴얼 상 책임자가 본인이 아니라니 제정신이냐”라고 쏘아붙이자 최 회장은 그제서야 “총괄적으로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다”며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최 회장은 주된 피해 원인에 대해 “짧은 시간에 기록적 폭우가 내렸고 만조 시간이 겹쳤다”며 “냉천의 통수 면적이 부족했던 부분 등 복합적 요인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까지 (침수된) 18개 공장 중 14개를 정상 가동해 국내 철강 수급에 전혀 지장 없게 하는 게 저희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9일 개최된 제23회 철의날 기념행사 및 철강 ESG 상생펀드 협약식에서 최정우 한국철강협회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철강협회
지난 6월 9일 개최된 제23회 철의날 기념행사 및 철강 ESG 상생펀드 협약식에서 최정우 한국철강협회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철강협회

최근 각종 ESG 행보로 친환경·안전 이미지를 착실히 쌓아오고 실적도 개선되고 있던 철강업계 이미지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과거 실수가 부각되며 또 다시 훼손되는 모양새다.

동국제강은 이미 지속되는 산재 문제로 올해 2분기 지속가능경영 지표인 ESG 등급 가운데 S(사회)부문이 B+에서 B로 한 단계 떨어졌다.

이에 동국제강은 지난 6월 연간 안전보건 예산으로 2021년 대비 2배가 넘는 401억 원을 책정했지만 이에 대한 무용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세아베스틸지주 역시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에서의 연속된 사망사고로 인해 ESG 등급하락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철강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 6월 있었던 23회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한 번 사고가 나면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철강업의 특성을 고려해 안전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음에도 예고된 재해에 안일한 대처를 해 사고를 키운 만큼 철강업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 회장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세에 거취 압박성 의도마저 담겨있다는 관측이 존재하는 만큼 임기마저 불투명하다는 전망 역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60년대 창사 이래 국민기업이라는 타이틀 아래 역대 포스코 그룹 회장들은 정권 교체기마다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최 회장 역시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지난 2018년 당시 임명된 만큼 윤석열 대통령 부임 이후 꾸준히 거취 문제에 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하천관리의 총체적 책임은 포항시에 있다며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이 시장을 향해 “포스코는 여태 세금을 많이 낸 죄밖에 없다. 하천이 범람하는 게 어떻게 기업인의 책임이냐”라며 “사과하고 재해 복구하겠다고 해야지, 자꾸 다른 데로 (원인을) 돌리는 게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하나”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이강덕 포항시장은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시민의 재산 피해, 국가기간산업의 피해로 항상 무거운 책임 느낀다”라면서도 “책임 소재를 따질 게 아니고 정부와 국회가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뭘 해야 하느냐에 대해 관심 가져줬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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