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늦어지면서 상반기 실적도 부진

수장 교체 등 인적 쇄신에도 돌파구 찾기 어려워

카카오페이보험 등장에 향후 전망도 불투명

하나손해보험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출시한 미니보험. 사진. 하나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출시한 미니보험. 사진. 하나손해보험.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모바일과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디지털 보험사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영업적 한계, 보험 포트폴리오 부족 등 문제 해결도 늦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적자도 500억원을 넘었다.

일부 보험사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긴 시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대표를 교체하는 강수를 두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좀처럼 실적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업체들의 디지털 보험사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플랫폼 업체들에 대해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디지털 보험사의 제살깎아먹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주요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롯·하나·신한EZ 등 3개 디지털 손보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모두 5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2% 늘었다.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3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266억원) 대비 손실 규모가 66억원 더 늘어났다. 캐롯손보의 경우 적자폭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지난 1분기 캐롯손보의 당기순손실은 14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24억원) 대비 적자 폭이 심화됐다.

하나손해보험도 올해 1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53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나손보는 매 분기 흑자를 달성했지만 올해 들어 △1분기 –69억원 △2분기 –98억원 등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고 새롭게 출범시킨 신한EZ손해보험도 상황이 좋지 않다. 신한EZ손보는 올해 상반기 4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교보생명의 자회사이자 지난 2013년 설립된 국내 유일 디지털 생명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지금껏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올 상반기에도 66억9100만원의 손실을 냈다. 총포괄손실은 394억8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손실액 153억5500만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장기보험인 생명보험의 상품 특성상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존 전략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취임한 문효일 캐롯손해보험 대표. 사진. 캐롯손해보험.
새로 취임한 문효일 캐롯손해보험 대표. 사진. 캐롯손해보험.

분위기 전환 위한 인적 쇄신 돌입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디지털 보험사들은 분위기 전환을 위한 인적 쇄신에 들어갔다. 디지털 보험사 4곳 중 2곳이 이미 수장을 교체했고 다른 한 곳도 곧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캐롯손보는 첫 CEO인 정경호 대표가 지난달 물러나고 한화생명에서 글로벌 전략 투자와 디지털 혁신 부문을 담당했던 문효일 대표가 새로 취임했다. 하나손보도 지난 3월 하나은행 IT통합지원단을 거쳐 생활보험 출시, 신보험업무시스템 개발 등에서 성과를 내 김재영 부사장이 새 대표로 임명됐다.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적자가 계속되자 지난 2013년 이후 약 10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이학상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이 대표이사는 4연임에 성공할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적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거취가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는 오는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오는 10월 진출을 앞둔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사진. 카카오페이.
오는 10월 진출을 앞둔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사진. 카카오페이.

포트폴리오·영업 한계 뚜렷해 개선 어려워

비대면 시스템이 정착하고 디지털 보험 판매도 늘고 있지만 관련 보험사들의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단기 소액(미니)보험, 손해율이 큰 자동차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주력으로 취급하는 상품 대부분은 보험료가 1만원 안팎으로 적은 데다 가입 기간도 짧기 때문에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 자동차보험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손해율이 증가하면 적자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캐롯손보는 보험영업 부문에서만 314억원 손실을 봤는데 이 중 90%가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에서 나왔다. 하나손보도 1년 보험료가 1만~2만원 안팎인 미니보험을 주로 팔고 있다. 자녀 학교폭력을 대비할 수 있는 자녀보험, 하루 동안 드는 자동차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또 아직 국내 소비자들이 대면 상담을 선호한다는 점도 디지털 보험사에겐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특히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판매하는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가입 기간이 길고 보험료도 비싸다 보니 인터넷이나 모바일보다 보험설계사를 통해 상담을 받은 후 가입을 하는 경우도 많다.

더불어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오는 10월 본격 영업을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혈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손보는 금융안심보험 등 미니보험을 적극 홍보하며 점유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금융위원회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나 플랫폼 업체들에 대해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업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보험업계에서는 디지털 보험사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개 보험사가 설립 후 흑자를 낼 때까지 5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디지털 손보사도 자리 잡을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소액 단기 보험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상품 포트폴리오에 장기보험 비중을 확대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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