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논설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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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성남FC 후원금 의혹’에는 여러 기업과 병원 등이 연루되어 있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곳이 하나가 있다. 바로 공익법인 ‘희망살림’이다. 이곳은 2016년 국세청 공시 결산서류에 ‘성남시에 부실채권 매입 목적으로 10억 원을 전달’했다고 작성돼 있어 논란이 되었었다.

하지만 이는 당시 담당 직원의 결산서류 공시 작성 오류인 것으로 밝혀졌다. 과세 당국에 부실하게 신고되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수사력만 낭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익법인의 ‘국세청 공시 결산서류 부실 신고’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2020년에는 정의기억연대가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서’에 지출 내역과 수혜자 수를 ‘대충’ 작성하는 등의 불성실 공시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기부금 수익을 이월하면서 약 23억 원가량이 누락돼 회계처리 오류의 지적을 받았다. 이로 인해 국세청은 정의기억연대에 회계 오류에 대한 수정 공시를 요구했다. 통상 국세청은 매년 7월 공익법인 결산 내역을 검토해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는 곳에 재공시를 요청하는데, 당시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을 계기로 기부금 투명성 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된 공익법인들의 재공시가 전년보다 24배 폭증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공익법인이 결산 내역을 허위 공시했을 때, 국세청장이 1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은 공익법인에는 총 자산의 0.5%가 가산세로 부과될 수 있다. 가산세를 내지 않기 위한 공익법인들의 재공시가 8월에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세청이 공익법인에게 결산서류 재공시를 요구하고 공익법인이 그에 따라 재공시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법인의 불성실 공시 문제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공익법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시 과정의 작성 오류는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실수’였을지 모르지만, 이런 실수가 반복되고 고쳐지지 않는다면 실수를 가장한 불성실 공시는 더 만연해질 게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공시’에 대한 제도적⋅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공익법인은 언제든지 재공시를 할 수 있다. 실제로 정의기억연대는 2018~2019년 공시분에 대해서 2020년도에 모두 재공시했다. 즉 국세청이 수정 공시를 요구하는 기간이 지난 후에도 공익법인은 자유롭게 재공시할 수 있다.

  정의기억연대의 반복된 재공시 사례
  정의기억연대의 반복된 재공시 사례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재공시에 대한 국세청 홈택스 화면의 안내방식이다. 기업의 경우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정정 공시를 할 경우, 정정 항목 및 정정 사유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반면 공익법인의 재공시는 재공시 일자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수정한 항목과 내용을 알 수 있다면, 불성실하게 공시를 하여 재공시를 한 것인지 혹은 단순 실수로 인해 재공시를 한 것인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따라서 재공시를 할 수 있는 기간이나 횟수를 정해 공익법인들이 책무성을 갖고 결산서류를 공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아울러 공익법인이 재공시할 경우, 수정한 내용 및 수정한 사유를 모두 공개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국세청 홈택스의 시스템적인 면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기부자들의 선의에 답하는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또한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를 국세청 홈택스에 등록하기 전, 이사회의 검토를 거치도록 해 책무성을 확보하는 것도 불성실 공시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비영리단체 평가기관 중 하나인 ‘채리티내비게이터’ 역시 ‘국세청 공시 서류를 제출하기 전 그 사본을 이사회에 제공하는지 여부’를 비영리단체의 책무성을 평가하는 지표 항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 ‘굿 거버넌스, 어떻게 할 것인가–효과적인 비영리 이사회 경영하기’의 저자 제임스 갤빈은 비영리단체 이사회의 10가지 기본책무 중 하나로 ‘자산을 보호하고 재무를 감독하는 것’을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이사회에서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검토하는 것이 자신이 소속된 공익법인의 재무를 관리 감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매년 1만여 개 이상의 공익법인이 국세청에 결산서류를 공시하고 있다. 이들 모두 정부와 공공부문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익법인이 대중으로부터 다시 신뢰를 얻고 본래의 활동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이 뒷받침해주기를 바란다. 정부의 적극행정은 비영리 분야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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