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논설위원,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

 임병화 논설위원
 임병화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였다. 주택공급 확대, 부동산 세제 개편과 부동산 금융 완화 등 주거 안정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비롯하여 규제 완화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통한 기업 환경 개선 방안,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한 저출산 대응 정책, 그리고 취약계층 지원, 금융혁신 등을 포함하는 방대한 정책이다. 기본적으로 정부 주도보다는 시장원리에 따른 민간 주도 경제 활성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민간의 역할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융 분야 정책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발표된 금융 분야 정책 중 민간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정책으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통한 디지털자산 제도화, 민간혁신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 재정립, 자본시장의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세제 개편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의 도입을 2년 유예하고 종목당 1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주식 보유자를 제외하고 상장주식 양도세를 폐지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현재 0.23%인 증권거래세를 2023년에는 0.2%로 0.03%p 인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금투세는 금융자산 및 상품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던 세율을 투자상품을 종합하여 5000만 원 이상 수익에 대해 일정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2023년에 도입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과세 대상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주식 양도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겠다는 것은 2년 후 금투세 도입이 기정 사실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분명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종목당 10억 원 이상 또는 일정 지분율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어 일반 투자자들은 이미 양도소득세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 0.03%p 인하만 적용받게 된다.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의 신규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로 보기엔 너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안이 있을 수 있을까? 모험자본을 제공하는 투자자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모험자본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와 같은 기관투자자와 장기간 자금을 제공하는 장기투자자가 주요 모험자본 제공자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세제 개편에 이들의 시장 참여 확대를 위한 방안을 함께 고려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세는 없고 순자본이득이 실현된 경우에만 자본이득 과세를 한다. 하지만 장기자본이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하고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장기투자자들에게 세금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지속적인 모험자본의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증권거래세가 없다는 점은 헤지펀드 등의 기관투자자들에게 다양한 거래기법을 가능하게 한다. 1초 동안에도 다수의 거래를 하는 초빈도매매가 대표적인데, 이를 통해 자본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재정거래를 이용하여 효율적 시장을 유지해 주는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매매기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증권거래세는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부과되는 것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과세의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다.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도 제한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 독일 등이 증권거래세가 없고 프랑스는 시가총액 10억 유로 이상 기업 주식을 매수할 때만 증권거래세가 부과된다.

최근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대체거래소(ATS)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식의 상장 기능 없이 매매만 가능한 거래소로, 2024년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67년간 지속된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를 깨고 경쟁체제로 전환하고자 하는데 수수료 인하의 이점은 있겠지만 기능이 제한적이라 제대로 된 경쟁이 될지 미지수이다.

이미 미국에는 50여 개, 유럽에는 200여 개의 ATS가 존재하고 시장점유율이 30% 이상 된다. 이렇게 여러 개의 거래소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다. 기관투자자들은 초빈도매매를 비롯하여 다양한 매매기법을 여러 ATS에서 활용하고 있다. ATS들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증권거래세가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를 통해 국내 ATS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새 정부가 금융 분야에서 모험자본을 활성화하려는 정책 방향은 부동산시장에 자산이 쏠려 있는 국내 경제 환경에서 바람직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고려한다면 장기투자자 세금 우대와 증권거래세 폐지를 검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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