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논설위원,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

 임병화 논설위원
 임병화 논설위원

가상자산 시장에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한국인이 만든 블록체인으로 잘 알려진 테라(Terra)의 메인넷 코인인 루나(LUNA)와 테라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인 테라USD(UST)의 가격이 단 이틀 만에 대폭락하였다. 루나의 경우에는 가격이 0에 수렴하였고, 1달러에 고정된 UST는 0.1~0.2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5월 15일 현재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정지되었고, 루나는 국내외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었다.

테라의 루나와 UST 가격 폭락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하나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고, 다른 하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실패이다.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루나와 UST가 하락하기 전인 5월 10일 시가총액 기준 두 코인 모두 전 세계 가상자산 전체 시장에서 15위 안에 포함되었었다.

그러나 단 이틀 만에 루나의 가격이 0으로 수렴하면서 루나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었고,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대한 심각한 신뢰도 하락을 가져왔다. 그렇지 않아도 변동성이 높고 투기시장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가상자산 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된 것이다. 전 세계 8위의 코인이 단 이틀 만에 가격이 0이 되었으니, 루나나 UST 관련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실제 루나 폭락 이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20% 이상 하락하였다. 테라 루나 사태가 가상자산 전체 시장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루나와 UST의 폭락이 주목받는 두 번째 이유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메커니즘이 실패했다는 데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이 높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 가치에 고정된 가상자산을 말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안정적인 가치를 갖는 가상자산을 발행하여 지급·결제를 비롯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해준다.

안정적인 가치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은 실물자산 담보, 가상자산 담보, 그리고 부분 또는 무담보 등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실물자산 담보는 발행한 스테이블코인과 동일한 가치의 달러와 같은 실물자산을 준비금(reserve)으로 보유하는 형태이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와 USDC가 있다.

가상자산 담보는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자산을 담보로 1달러의 가치에 해당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가상자산의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초과 담보를 요구하고 있고, 만약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여 초과 담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자동 청산된다. 비록 실물자산은 아니지만 가상자산 담보 가치가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보다 항상 크게 유지되기 때문에 100% 담보를 보장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메이커다오(MakerDAO)가 발행하는 DAI가 있다.

이들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부분 또는 무담보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100% 담보하지 못한다. 자체 코인인 루나를 이용하여 1달러를 유지하는 UST가 대표적인 예이다. UST가 1달러에서 벗어나면 루나 매매를 통해 1달러를 유지하도록 알고리즘되어 있다.

예를 들어 1UST가 1달러보다 낮으면 1UST를 1달러에 해당하는 루나로 교환해주고 이를 통해 UST 발행량을 축소해 1UST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하도록 한다. 이 경우 루나를 추가 발행하기 때문에 루나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결국 UST의 시장 믿음이 없어지면 UST와 루나 가격이 모두 하락하는 구조이다.

테라는 UST 가치를 지키기 위해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 재단을 만들어 8만 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했지만, 실제 이번 사태에서 UST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이 악순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된다.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 금융을 비롯하여 가상자산을 활용한 금융서비스의 기초자산 역할을 하고 있다. 테더와 USDC, 그리고 DAI 등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들은 이번 테라 루나 사태에도 1달러를 유지하였다. UST의 실패는 결국 무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스테이블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영국 미국 등 주요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번 UST 뱅크런(bank run)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비자 보호와 혁신 금융을 고려한 스테이블코인 규제안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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