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도시설계)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내가 원하는 나라', 1947)

 백범 김구(1876~1949), 중경임시정부 시절, 1942. 사진; 김구재단http://www.kimkoo.org/board/kimgu_photo.asp
 백범 김구(1876~1949), 중경임시정부 시절, 1942. 사진; 김구재단http://www.kimkoo.org/board/kimgu_photo.asp

우리나라 사람들은 요즘 매우 즐겁다. 자고 일어나면 세계 어디선가 우리 예술가들의 눈부신 활동 소식이 전해진다. 최근 칸이나 아카데미상의 수상 소식, 방탄소년단(BTS)의 백악관에서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의견 발표 및 바이든 대통령과의 논의 등이 사람들을 으쓱하게 했다. 1990년대 이후 ‘겨울연가’, ‘대장금’ 등 독특한 우리 드라마가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고 한류(Korean wave)라는 흐름을 만드는가 했더니 이제는 K-Pop, K-Drama, K-Movie 등으로 확산되며 케이컬처(K-Culture)라는 이름으로 그 폭도 넓고 내용도 깊이를 더하며 세계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중예술과 문화 이전 클래식에서는 일찍이 정경화, 조수미를 필두로 정명훈, 조성진 등 두드러진 음악가들이 세계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문학과 미술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변화는 각 전문분야의 구체적 역량이나 기법 등의 발전과 함께 ‘높은 문화의 힘’을 가능하게 하는 인문적 가치나 시설 인프라에 대한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파리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도서관, 현대미술관, 음악연구소, 영화관, 극장 등과 야외 경사진 이벤트 마당이 있는 도심 내 거대한 복합 문화센터. 엘리베이터나 배관 등 설비가 외벽에 설치되고 기둥 없이 트러스구조로 한 개 층이 매우 넓게 전시장으로 사용될 수 있어 혁신적인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 김기호, 2008
 파리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도서관, 현대미술관, 음악연구소, 영화관, 극장 등과 야외 경사진 이벤트 마당이 있는 도심 내 거대한 복합 문화센터. 엘리베이터나 배관 등 설비가 외벽에 설치되고 기둥 없이 트러스구조로 한 개 층이 매우 넓게 전시장으로 사용될 수 있어 혁신적인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 김기호, 2008

미테랑(Francois Mitterrand, 재임 1981~1995) 프랑스 대통령은 20세기 말 서서히 명성을 잃어가는 세계 속 프랑스의 위상을 고민하며 건축적 완성도 높은 현대적 문화예술시설들을 구상했다. 미테랑 프로젝트(Mitterrand Projets) 또는 대(大)문화 프로젝트(Grands Projets Culturels)라 부르는 것으로, 1980년 이후 20여 년간에 지어진 것들이다.

기차역을 고쳐 만든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 1986), 감옥이 있던 자리에 건설한 바스티유 오페라(Opera Bastille, 1989, 한동안 지휘자 정명훈이 음악감독), 루브르박물관의 새로운 입구 유리 피라미드(건축가 I.M. Pei, 1989)는 기존 건물과 장소를 고양시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도축장 부지를 전용한 라 빌레트 공원(과학, 음악박물관 포함, 1986, 건축가 Bernard Tschumi)과 센 강변 프랑스 국립도서관(1996, 건축가 Dominique Perrault)도 새로운 건축적 상상력으로 파리의 새로운 문화명소가 되었다. 미테랑 프로젝트는 프랑스혁명 200주년(1989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이전 대통령 시기에 이루어진 퐁피두센터(1977, 건축가 Piano & Rogers)의 성공에 자극받은 것이었다.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Pyramide du Louvre); 루브르박물관 앞의 중정(中庭)에 35m(가로)x35m(세로)x21m(높이)의 철 구조에 유리 외피(外皮)를 한 구조물을 세운 것으로, 고전적 양식의 기존 건축물과의 조화 문제 등으로 많은 난관에 부딪혔으나 건설되었다. 이후 투명하고 단순한 유리 피라미드와 고전적 건물이 대비되고 그 높이 등 규모에서 전체적으로 통합되어 새로운 랜드마크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 김기호, 2008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Pyramide du Louvre); 루브르박물관 앞의 중정(中庭)에 35m(가로)x35m(세로)x21m(높이)의 철 구조에 유리 외피(外皮)를 한 구조물을 세운 것으로, 고전적 양식의 기존 건축물과의 조화 문제 등으로 많은 난관에 부딪혔으나 건설되었다. 이후 투명하고 단순한 유리 피라미드와 고전적 건물이 대비되고 그 높이 등 규모에서 전체적으로 통합되어 새로운 랜드마크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 김기호, 2008

우리도 이제 광복 100주년(2045년)을 앞에 두고 있다. 현재의 K-Culture가 지속되고 세련화 되어 세계의 관심 속에 문화강국 대한민국으로 100년을 맞이하는 것은 백범의 소원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이를 위해 이제 서서히 현대 국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점검하고 새로운 100년에 대해 생각을 모아 가야 할 때다. 100주년 임박해 프로그램을 짜고 임시로 설치한 시설이나 장소에서 문화 예술을 포함한 이벤트성 행사로 때울 일이 아니다. 품위 있고 컨텐츠에 합당한 문화예술 시설과 장소를 미리 계획하고 건설하여 100주년 기념의 해 전후(前後)에 실제로 지어진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마음껏 우리 역량을 세계에 발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최근 국가의 의회나 행정기능의 변화나 이전으로 비게 되는 공공 부지는 이런 원대한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할 것이다. ”위대한 건축 없이 위대한 정치는 없다“는 미테랑 대통령의 말에 위대한 정치가가 되고 싶은 우리 정치인들의 귀가 솔깃했으면 좋겠다.

 예술의전당(1988~1993, 건축가 김석철 등); 오페라하우스(연극 소극장 포함), 음악당(챔버 홀 포함), 미술관(디자인미술관 포함), 서예박물관, 국악당, 예술종합학교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예술 시설. 아쉽게도 시가지와 격리되어 섬처럼 별도의 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취약점이다. 이런 시설들이 도시 내 일정 지구에 시가지와 통합되어 배치되었다면 독특한 문화예술지구를 형성했을 것이다. 지하철 접근성도 여의치 않다. 사진; 김기호, 2021
 예술의전당(1988~1993, 건축가 김석철 등); 오페라하우스(연극 소극장 포함), 음악당(챔버 홀 포함), 미술관(디자인미술관 포함), 서예박물관, 국악당, 예술종합학교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예술 시설. 아쉽게도 시가지와 격리되어 섬처럼 별도의 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취약점이다. 이런 시설들이 도시 내 일정 지구에 시가지와 통합되어 배치되었다면 독특한 문화예술지구를 형성했을 것이다. 지하철 접근성도 여의치 않다. 사진; 김기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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