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논설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논설위원
권오용 논설위원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활성화돼 기부자 수가 증가하면서 비영리단체들도 함께 성장해왔다.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단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몇몇 기부금단체의 투명성 논란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부 포비아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의 비영리단체에 대한 검증은 확실하고 분명하다. 일례로 2015년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와 워싱턴D.C 및 50개 주 법무장관이 미국암기금 등 총 4곳을 연방법원에 제소한 사건이 있다. 이 단체들이 기부금 사용 결과를 기부자들에게 거짓 보고하고, 실제 기부금을 개인과 회사의 몸집을 불리는 데에 주로 사용하였기 때문인데, 결국 이 단체들은 모두 해산하였다.

그런데 한국은 어떠한가? 2020년 정의기억연대가 수천만 원대의 기부금을 국세청 결산 공시에 누락하였고 불성실한 공시를 하여 시민들의 공분을 샀지만, 2021년 한 해 동안 10억 원가량의 기부금을 받아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초 광복회가 국가의 보조금을 받고 운영한 카페와 관련하여 여러 비위사실이 드러났지만 주무부처인 보훈처는 관련자 징계조치 및 해당 수익사업에 대한 승인 취소 정도의 조치만 하였을 뿐 광복회는 여전히 보조금과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비영리단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월 29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는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단체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부금단체 등 시민단체의 기부금 및 보조금 등에 대한 투명성 강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첫째, 기부금의 수입과 사업별 비목별 상세 지출내역을 기부통합관리시스템(1365기부포털)에 등록하고 공개하여 국민의 검증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둘째, 비영리 민간단체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비영리 민간단체 관리정보시스템(NPAS)을 고도화하여 보조금의 심사와 집행과정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하였다. 국가 차원에서 비영리단체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를 통해 기부금과 보조금을 집행하는 비영리 단체들도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수위가 밝힌 비영리 단체에 대한 모니터링의 범위가 ‘전체’ 기부금 중 ‘일부’만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에게 1000만 원 이상의 반대급부가 없는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경우 등록을 요구하는데, 이에 해당되어 등록된 기부금은 국세청에 신고되는 전체 기부금의 10% 미만 수준이다. 다시 말해 정기적으로 기부하여 모금된 기부금이나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국세청에만 신고되고 ‘기부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우리나라 총 기부금 중 90%는 기부금의 수입과 사업별 비목별 상세 지출내역 모니터링에서 제외된다.

또한 비영리 민간단체 관리정보시스템(NPAS)을 고도화하여 보조금의 심사와 집행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하였는데, 이 역시 절반의 감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비영리 민간단체’는 ‘비영리 민간단체지원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단체를 일컫는데, 우리가 들어봤음직한 사단법인, 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은 대부분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즉 보조금을 받고 있음에도, 비영리 민간단체 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대다수 비영리 단체들은 모니터링에서 제외된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현재의 국세청 결산 공시서식 ‘기부금품 수입 및 지출 명세서’를 개정하여, 공익법인의 기부금과 보조금 수입 전체에 대한 지출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 법인세법상 비영리법인 중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2조의 공익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은 공익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종교법인을 제외한 모든 공익법인은 국세청에 결산서류를 공시해야 한다. 따라서 ‘기부금 수입 및 지출 명세서’를 ‘공익목적사업 사업수행비용 명세서’로 명칭을 개정하고, 서식 내 항목과 내용을 이에 맞게 변경한다면 기부금과 보조금의 쓰임새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공익법인의 사후관리를 위해, 국세청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작년부터 공익법인 사후관리 강화를 위해 지정기부금단체 지정 및 사후관리가 국세청으로 일원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공익 중소법인 지원팀이 발족되어 공익법인에 대한 검증과 지원을 전담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하지만 3만여 개 이상의 공익법인을 20명 남짓한 공익 중소법인 지원팀 직원들이 관리하는 것은 무리이다. 공익 중소법인 지원팀의 인력을 확충하여 공익법인 검증창구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비영리단체들의 수가 많아지고 다양한 분야의 공익사업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양’적 차원에서의 시민사회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정의라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투명성이라는 측정 가능한 이야기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에 대한 투명성 검증은 확실하고 분명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소중한 ‘기부금’과 세금으로 지원하는 ‘보조금’이 목적과 취지대로 사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영리단체들은 투명하게 회계관리를 하고 그 쓰임새도 검증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비영리단체들을 믿고 손쉽게 공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 준다면, 그 제도가 마중물이 되어 우리나라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