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담은 공운법 통과..오는 11일 본회의서 처리 예정

재계 "방만경영·도덕적해이 우려", 노동계 " 노사갈등·사회적 비용 줄일 것"

기재위 전체회의. 공동취재사진
기재위 전체회의.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을 갖고 참여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담은 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재계와 노동계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5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공운법)'이 통과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께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노동자 대표는 근로자 대표의 추천을 받거나 근로자 과반이 동의한 인사로 임명되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로 활동한다.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노동이사의 자격은 3년 이상 재직자로 하고 노동이사 정수는 1명이다.

노동이사제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이후 5년간 여러 차례 노동이사제를 담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야당과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가운데,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일 현장에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의 처리가 지연되자,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법안을 회부하면서 결국 기재위에서 처리했다.

이미 서울시는 2016년 산하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현재 경기도·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공공기간 노동이사제를 담은 공운법 개정안은 오는 1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된다. 본회의 통과후에는 올 하반기부터 131개 공공기관에 적용될 전망이다.

재계 “공공기관 방만경영 및 도덕적해이 조장”...노동계 “노사갈등 줄일 것”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기재위를 통과하자, 재계는 즉각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4일 발표한 공동 입장문에서 “우리나라 갈등적 노사관계 환경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며,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가 더욱 조장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은 공공기관에 도입된 노동이사제가 민간 부분으로 확대 될 것을 염려했다. 경제단체들은 “공공부문 도입이 민간기업까지 확대될 경우 이사회의 기능을 왜곡시킬 것,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저하하는 등 경쟁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반대로 노동이사제 통과를 반기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논평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우리 사회가 노사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성숙한 사회로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제도"라며 "한국노총은 제도 도입을 계기로 공공기관 운영의 독립성·민주성을 강화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공공기관의 경우 ‘낙하산 인사’들이 많아 이들이 임기연장과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이후 자리 유지를 위해 노동자 대표의 불합리한 요구도 받아들이는 등 더욱 방만한 경영을 해나갈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노동자 이사, '최소한의 견제장치'... 낙하산 인사 방만경영 오히려 제지할 것   

일각에서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도덕적해이를 저지 할 수도 있다는 입장도 나온다. 공공기관 이사회는 이미 중앙정부와 주무부처, 기획재정부의 컨트롤을 받고 있기에, 이들과 이해관계가 없는 노동자 대표가 나서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데일리임팩트에 “기관 사업에 이해가 부족한 기관장이나, 이사들보다 실무 경험이 있는 노동자 대표가 나서 이들의 방만한 경영을 견제하고, 안건에 대한 논의 방향에 대한 제안도 건설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 연구위원은 “최근 화두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강조하는 '거버넌스' 내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과 같이, 기관 의사결정 시 지역사회, 직원,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 세계적인 담론“이라며 “비단 노동자대표 뿐 아니라 향후에는 일반 시민들도 이사회에 참여하는 개방형 이사회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ESG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공공기관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이곳에 최소한의 견제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데, 과거에는 그게 사외이사였지만, 현재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가 실패한 지금 노동이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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