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커지는 환경 논란...지배구조 리스크로 번져

전문가 "그린워싱으로 포장하는 커뮤니케이션 개선해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챙기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같은 대세와 트렌드를 간과하거나 무시한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도 일부 존재합니다. 주주와 투자자를 포함한 주요 이해관계자로부터 ESG 경영과 관련해 신뢰를 얻지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데일리임팩트는 'ESG 경영 진단 기획'을 통해 ESG 경영 측면에서 경고등이 들어온 국내 주요 기업을 집중 조명하고 개선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영풍그룹. 구혜정 기자.
영풍그룹.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이승균 기자] 영풍그룹이 환경 관리에 완전히 실패하면서 ESG 경영에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가 악화하며 지배구조 이슈로 번져나가고 있음에도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풍그룹은 작고한 장병희 명예회장과 최기호 명예회장이 1949년 공동 창업한 영풍기업사를 모태로 한다. 1970년 석포제련소에 이어 1978년 고려아연을 설립하면서 비철금속 제련업 분야의 세계적인 강자로 우뚝 서며 국내 재계 서열 30위에 올랐다.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지배구조상 핵심 계열사 지분을 교차 보유하고 있는 두 가족 경영 체계다. 장 고문은 지주회사인 영풍을 중심으로 최 명예회장은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그룹을 공동 지배하고 있다.

지주사 영풍 외에도 영풍정밀, 영풍제지, 코리아써키트 ,영풍전자, 시그네틱스, 인터플렉스 등 전기전자, IT부품, 기계장비, 소재 분야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영풍은 대형 서점인 영풍문고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이같은 영풍은 비철금속 제련과 소재 산업 분야에 진출해 국내 제조업에 필요한 중추 기업으로 대기업 집단에 올랐으나 ESG 경영에서만큼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주사인 영풍은 지난 11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등급 평가에서 C를 받았다.

영풍은 지난 2011년부터 ESG 평가가 시작된 이후로 꾸준히 B 이하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환경 등급은 C 또는 D에 머무르고 있다. 주요 상장 계열사 역시 모두 B 또는 C 등급을 받고 있다.

지배구조원은 S부터 D까지 7단계로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B 이하 등급에 대해서는 사실상 ESG 경영 이슈로 인해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수준으로 판단한다. 계열사 전반적으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영풍 석포제련소 2019년 1월 사진. 출처 : 네이버 로드뷰
영풍 석포제련소 2019년 1월 사진. 출처 : 네이버 로드뷰

국내 최대 환경 스캔들 '석포제련소'

특히 낙동강 최상류인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자리한 영풍의 석포제련소는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와 함께 그룹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시설임에도 끊임없는 환경오염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석포제련소는 환경법규 위반의 사례집과 다름없다. 방류수 수질기준 위반, 배출허용기준 초과,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검사 미이행, 최종방류구가 아닌 곳을 통한 오염물질 배출 등 공시된 위반 사항만 13가지에 달한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11월에는 환경부로부터 수년간 낙동강 최상류에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를 불법 배출한 혐의로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석포제련소는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최초 과징금을 부과 당한 사례로 남게 됐다.

환경부 단속반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아연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카드뮴이 함유된 용수를 방치하여 토양, 지하수 등을 통해 낙동강에 유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장 내 지하수는 카드뮴이 기준 대비 최대 33만2650배, 낙동강 지표수는 최대 120배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남지역 1000만 가구의 식수원인 낙동강에 카드뮴이 흘러들어갔던 셈이다.

영풍 측은 카드뮴과 같은 특정유해물질이 지하수를 타고 낙동강 수원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제련소 터가 하천과 밀접해 기존의 토양 오염 등으로 지하수를 통해 흘러나오는 오염에 대해서는 완벽히 자유롭지는 못한 상황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의 지난 4월 수질조사 결과 카드뮴 농도는 석포제련소 1공장과, 2공장 외부 10곳 시료 중 8개지점에서 하천수질기준을 초과해 카드뮴이 지속해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석포제련소는 아연 제련을 위한 용해, 정액, 전해 공정에서 발생하는 카드뮴의 유출을 막기 위해 이중옹벽, 차수막, 관정을 통한 양수 등 설비에 이어 28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난 5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무방류 시스템에 추가적으로 100억원을 투입해 용수의 배출을 완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무방류 시스템과 함께 추가로 건설되는 지하수 차집 설비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사업비 430억원을 투입해 만드는 지하수를 차집 설비는 1공장의 외각에 지하 수십미터 규모로 암반까지 파내 장벽을 설치하는 공사다. 공장 내외부의 오염된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침출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영풍 관계자는 "차집 설비 공사가 끝나면 빗물이라든지 특정되지 않은 유입원이 지하수에 흘러 들어가더라도 모두 끌어올려 무방류 시스템을 통해 처리하게 됨으로써 오염원 유출을 원천 차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환경 오염, 지배구조 리스크로 비화

환경 오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지배구조 리스크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26일 환경부와 영풍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강인 영풍 대표와 박영민 석포제련소장, 한득현 상무이사에 대해 카드뮴이 포함된 중금속의 지하수 외부 유출 혐의로 수사 중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대표 등은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석포제련소 공장에서 수질 기준을 초과한 카드뮴이 든 지하수를 외부 하천으로 흘러가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풍 측은 이와 관련해 데일리임팩트에 "검찰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구속영장 청구 등 사유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으나 환경부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수질오염 관련 사안"이라면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상습적 위반은 특사경을 통해 적극적으로 검찰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사 대상에 오른 한득현 상무이사는 과거 환경안전 책임자로 있던 2018년 대기오염 측정치를 상습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2월 징역 8월의 실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이후 옥살이 중에서도 임원으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빗발쳤지만 데일리임팩트 확인 결과 한 상무는 직무 분야를 환경안전에서 관리 분야로 옮겨 영풍 임원으로 그대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상무는 대기, 수질 오염물질 배출량을 디지털화해서 지속적으로 수치 데이터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TMS 장비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은 "한 상무가 직무 변경을 통해 임원으로 지속해 재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강인 영풍 대표는 지난해 2월 한 상무의 실형 확정과 관련해 "석포면민과 봉화군민께 깊은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서 스스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환경지킴이로 변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약속했으나 결국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그린워싱 넘어선 커뮤니케이션 필요

영풍 측의 대처 방식과 관련해서도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위장 환경주의인 그린워싱으로 비칠 요소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영풍은 환경 오염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처분이 과도하거나 조사기관의 검사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환경부가 카드뮴 유출 건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 했음에도 사과문을 발표하기보다는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미비한 법 규정과 느슨한 환경 규제를 문제 삼으며 자사의 무방류 시스템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조업정지 처분과 관련해서도 2018년 2월 20일 검사 기관이 수질검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고 하천으로 폐수가 유출되었다는 증거는 없었기 때문에 폐수 배출허용 기준 초과로 받는 조업 정지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환경부 4월 검사에서도 1,2,3 공장 지하수, 낙동강 하천수에서 카드뮴이 검출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풍이 환경 문제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고민 보다는 자사의 설비를 내세우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위장 환경주의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ESG 평가기관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환경과 관련해서 발생한 논란에 대해 그린워싱으로 포장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위반 사항에 대한 후속 조처 등에 대해서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오히려 ESG 경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영풍그룹의 경우 고려아연을 제외하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조차 발간하지 않고 있다"며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이 대립할수록 소통하고 이를 보고서를 통해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풍 관계자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과 관련해 관계부서를 통해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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