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for Better Life’ 슬로건 아래 사명· 사업 전략 전면 수정

폐플라스틱 재활용, 주력으로…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 목표

3대 화학적 재활용기술 확보…2027년 플라스틱 250만t 재활용

 31일 언론 간담회에서 SK지오센트릭 주요 경영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원규 전략본부장 , 나경수 사장, 강동훈 그린비즈추진그룹장, 장남훈 패키징본부장. 사진. SK지오센트릭
 31일 언론 간담회에서 SK지오센트릭 주요 경영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원규 전략본부장 , 나경수 사장, 강동훈 그린비즈추진그룹장, 장남훈 패키징본부장. 사진. SK지오센트릭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폐플라스틱 이슈는 이를 가장 잘 아는 화학기업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SK종합화학이 31일 ‘브랜드 뉴 데이’를 개최하고, SK지오센트릭(SK geo centric)로의 사명 변경을 통해 친환경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목표는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을 주도하는 세계 최대 규모 도시유전 기업이다. 이를 위해 4년 간 국내외에 5조원을 투자하고 6년 뒤인 2027년에는 자사의 플라스틱을 모두 재활용해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10년 만에 간판·본업 바꿔…'그린 컴퍼니' 천명

SK종합화학은 1972년 국내 최초로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도입한 뒤 석유화학을 주력으로 해왔다. 10년 만에 사명은 물론, 주력사업까지 바꾼 것은 ‘탄소에서 그린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새롭게 거듭난 SK지오센트릭은 ‘도시유전’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기존에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등으로 가공해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석유로부터 만들어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연료나 플라스틱 재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폐플라스틱의 수거율을 얼마나 높이는가에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폐플라스틱은 822만t에 달했다. 이 가운데 68%인 558만t이 재활용 됐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현실과 다른 수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단체에서 보는 재활용율은 20% 안팎 수준이다. 이마저도 수거·선별과정에서 오염되지 않아야 하고, 재질별로 제대로 구분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SK지오센트릭은 이 같은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정부·지자체, 영세 중소업체와 재활용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AI(인공지능)·DT(디지털 전환) 기술이 적용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설비의 대형화·현대화·지하화를 통해 지역 기피시설이라는 문제도 해결한다. 이를 통해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페트(PET), 복합소재를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재활용 클러스터에서 폐플라스틱을 수거·선별하면 SK지오센트릭이 이를 원료화하는 작업을 맡는다. 이를 위해 국내에 연 90만t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설비능력을 갖춘다. 이는 국내 플라스틱 연간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다. 

아울러 영세 중소업체들이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만든 연료유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자체 개발한 후처리 기술을 활용해 영세업체들이 만든 연료유를 자사 화학공장에서 쓰기로 했다.

강동훈 그린비즈 추진 담당 그룹장은 “1단계로 열분해유 공장 10만t, 후처리 공정은 15만~16만t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며 “2024년까지 연간 10만t 규모의 열분해 생산설비를 구축해 폐플라스틱 처리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적인 협력을 모색한다. 재활용 사업의 3대 핵심 기술은 열분해, 해중합, 솔벤트 추출이다. SK지오센트릭은 세계 유수 기업들과 협력해 오염된 폐플라스틱부터 복합재질 플라스틱까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방식은 기술 도입, 합작법인(JV) 설립, 지분투자 중 가장 최적의 방안을 선택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와 함께 PP 재활용 공장을 세운다. 2025년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이 상품성 있는 PP로 재탄생 된다. 미국 브라이트마크와는 연간 10만t 규모 열분해 생산설비를 구축한다.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와는 해중합 기술 협력을 통해 2025년까지 연간 8만4000t 규모 설비를 짓는다. 

SK지오센트릭은 친환경 소재의 적용 범위를 늘릴 수 있도록 제품군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포장재나 차량용 소재, 태양광 패널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소재를 차량에 쓸 경우, 무게가 줄어 연비 개선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친환경 포장재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친환경 소재 생산능력을 연간 50만t에서 2025년 190만t으로 늘리기로 했다. 

나아가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실질적으로 줄여나간다. 2027년까지는 SK지오센트릭이 전세계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 전량(250만t)을 직·간접적으로 재활용 한다. 이는 해마다 전세계 바다로 흘러 들어 가는 폐플라스틱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 바이오유분·열분해유를 원료로 활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떨어뜨린다. 

SK지오센트릭은 이처럼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Reduce) 친환경 소재로 대체(Replace)해 재활용(Recycle)을 용이하게 하는 ‘3R 솔루션’을 통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구 중심 경영’ 선언…석유화합업계 탈탄소 방아쇠 되나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31일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뉴 데이’ 행사에서 중장기 전략과 새 사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SK지오센트릭.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31일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뉴 데이’ 행사에서 중장기 전략과 새 사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SK지오센트릭.

SK지오센트릭이 선언한 플라스틱 재활용량(250만t)은 회사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제2의 창업이라는 표현이 무색치 않을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다. 

이에 SK지오센트릭은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2025년까지 4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1조1000억원은 탄소 오염물질 저감 설비 확충에, 3조7000억원은 친환경 사업에 투자한다. 

다만,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사업 재원 중 1조7000억원을 JV를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서원규 전략본부장은 “재활용 사업 수익은 2024년쯤에나 창출될 것”이라며 “매년 5000억원 가량의 재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나 JV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K지오센트릭이 내건 슬로건은 ‘Green for Better Life’로,, 친환경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의미다. 

나경수 사장은 SK지오센트릭의 경영 전략을 가리켜 ‘지구 중심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와 토양을 뜻하는 ‘geo’와 중심을 뜻하는 ‘centric’을 조합한 사명을 새 브랜드로 내세운 것도 ‘지구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폐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나 사장은 “지오센트릭에는 천동설이라는 어원과 범세계적 경영이라는 뜻이 있다”면서 “세계의 중심은 지구이며 미래 지구 환겨을 지킨다는 의미에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나 사장은 ‘폐플라스틱 문제는 화학기업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투자를 더 많이 받거나, ESG 경영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환경 문제에 일조했던 당사자로써 해법을 제시할 때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을 만드는 공동의 목표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최 회장은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기술과 자본,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해왔다. 

나 사장은 “‘착한 사업이고 필요한 건 알겠지만 수익성이 보장되느냐’는 물음이 있는 걸로 안다. 그러나 재활용(대상)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은 리사이클 방식과 기술도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해외 기업과 협력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생산설비가 완공되는 3년 뒤에는 더 큰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를 만들어내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재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성장률은 12% 수준으로, 2050년 60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 친환경·재활용 영역에서 에비타(상각비 차감 전 이익) 6000억원을 창출해 향후 1조1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나 사장은 “한국 최초 석유화학회사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기반한 도시유전 기업으로 완전 탈바꿈해 플라스틱 순환경제와 친환경 확산을 완성하겠다”며 “순환경제 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31일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뉴 데이’ 행사에서 중장기 전략과 새 사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SK지오센트릭.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31일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뉴 데이’ 행사에서 중장기 전략과 새 사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SK지오센트릭.

업계에서는 향후 석유화학업계의 탈탄소 행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친환경은 석유화학업계의 숙제가 됐기 때문이다. 

유럽·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환경 규제가 강화됐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하고, 플라스틱세를 신설했다. 2025년부터는 페트 재활용 원료 비율을 25% 이상, 포장재 플라스틱 재활용 비중도 50%가 되도록 의무화 한다. 

중장기 경영 전략에 있어서도 친환경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세계적 투자사들이 ESG를 주요 평가 요소로 활용 중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모든 투자과정에서 ESG를 고려하고, 전체 수익 중 석탄 관련 비중이 25%를 차지하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게다가 친환경은 소비 선택의 기준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1981년부터 1996년까지 태어난 이른바 MZ세대는 전 세계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소비의 중심이 됐다. 이들은 세계 금융 위기, 미세먼지와 온난화 등 기후 변화를 겪은 관계로, 기업의 이름보다 방향성을 더 중시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석유화학제품은 소비자가 가장 많이 접하기 때문에 친환경 압박이 거셀 수밖에 없다. 

SK지오센트릭도 이날 탄소 중립 목표를 공식화했다. 2019년 기준 320만t의 탄소를 배출했지만, 2030년까지 160만t까지 줄일 계획이다. 이후 2050년에는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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