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 신입사원과의 대화'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가운데). 사진. SK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SK그룹 계열사들이 새로운 이름표를 찾고 있다. SK텔레콤, SK에너지 등 사명에 주요 사업이 명시된 기존의 사명으로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29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SK텔레콤을 비롯해 SK종합화학, SK인천석유화학 등 SK 계열사들이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검색포털 회사가 스마트폰과 자동차 개발에 합류하고 배달앱 회사가 로봇을 개발하는 등 업종 간 경계가 흐려지는 환경에서 기존 사명의 확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SK브로드밴드(미디어), ADT캡스(보안 솔루션) 등 비이동통신 분야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텔레콤’이라는 간판이 통신사업자라는 인식이 강해 이러한 사업 분야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새 사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새로운 사명을 검토하면서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로 변경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여지를 남겼다. 대신 그는 미디어SR에 “현재 SK텔레콤은 이동통신기업이라는 틀에 머물기 보다 종합 ICT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키워놓고 사업 확장성을 담는 데 ‘텔레콤’이 적절한가 고민과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고 전했다.

SK 계열사 중 에너지와 인천석유화학, 건설 등 환경파괴 요소가 있는 계열사 역시 보다 친환경적인 사명으로 바꿀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8월 SK 최태원 회장은 임직원과의 행복토크에서 "과거엔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면서 "기업 이름으로 OO에너지, OO화학 등을 쓰게 되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며고 지적한 바 있다.

SK그룹이 사명 변경 이정표로 삼고 있는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이다. 이노베이션(innovation)이라는 단어가 ‘혁신’을 뜻한다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이며 유연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유사 대한석유공사가 모태인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석유화학 사업 뿐 아니라 배터리와 소재 사업까지 거느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SK이노베이션은 제외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계열사가 이름을 바꿀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면서 변경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미래지향적으로 사업 다각화와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는 지난 2005년 ‘행복경영’이라는 경영이념에 맞춰 그룹 로고를 바꿨다. 당시 2~3년간 SK텔레콤 대리점과 SK주유소에 새 로고를 적용하는 간판교체 작업에만 1200억원이 소요된 바 있다. 계열사 사명을 변경할 경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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