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를 통해 사회적 소외 계층 되돌아보는 계기"

5월 12일 개봉하는 이창원, 권성모 감독의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국내 최초 시청각장애를 다룬 영화다. 이미지. 밀알복지재단.
5월 12일 개봉하는 이창원, 권성모 감독의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국내 최초 시청각장애를 다룬 영화다. 이미지. 밀알복지재단.

[미디어SR 권혁주 기자] 

시청각장애를 다룬 극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제작지원, 밀알복지재단의 시나리오 자문 등을 거쳐 12일 개봉한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국내 시청각장애인이 겪는 고충과 관련 제도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지만, 그 대상은 법으로 인정된 장애인에 한정돼 있다. 미등록 장애인은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어도 법적 권익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등록된 장애인이라도 가진 장애의 본질이 법으로 인정된 것과 다르다면 적절한 지원을 받기 어렵다.

시청각장애인은 전자와 후자 모두에 해당한다. 시청각장애인은 시각 및 청각 기능이 함께 손상된 장애인으로, 장애인 복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15가지 장애유형(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 언어, 안면, 신장, 심장, 간, 호흡기, 장루·요루, 뇌전증, 지적, 자폐성, 정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나 청각장애로 장애 등록을 마친 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장애 당사자와 장애인협단체는 “시청각장애는 단순히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의 중복이 아니라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모두 어려운 가장 심각한 장애 중 하나”라며 “포괄적인 장애인복지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청각 장애인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촉수화로 소통중인 시청각장애인과 수화통역사. 사진. 밀알복지재단
촉수화로 소통중인 시청각장애인과 수화통역사. 사진. 밀알복지재단

의사소통은 촉수어로… 촉수어 통역사 매우 적어

대개 청각장애인은 문자나 수어를 통해, 시각장애인은 음성을 통해 의사소통한다. 이와 달리 시청각장애인은 손으로 수어를 만져 소통하는 '촉수어'를 통해 주로 소통한다. 하지만 시청각장애인이 전문적으로 촉수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및 복지기관은 없다.

한국수어통역사협회(KASLI)와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등은 ‘촉수어 통역사 양성과정’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수료한 인원은 100~150명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최소 5000명에서 최대 1만명 규모로 추정되는 시청각장애인 수에 비해 극히 적은 편이다. 

국내 최초 시청각장애인 지원센터인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홍유미 팀장은 11일 미디어SR에 “시청각장애인의 경우, 잔존 시력이 있더라도 보행 중 어지러움을 느껴 종종 장애활동지원사와 함께 외출한다”고 설명했다.

홍유미 팀장은 “하지만 시청각장애인과 장애활동지원사 간에도 ‘가고 싶다’, '먹고 싶다', '불편하다' 등 기초적인 의사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장애활동지원사를 양성하는 교육 과정에서도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복지인 노동 재활에서도 시청각장애인들은 소외돼 있다.

홍유미 팀장은 “2020년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시청각 장애인 고용 직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사실은 일반 고용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시청각 장애인 특성에 맞는 직무 개발 및 직업 교육 등의 사업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시청각장애인의 직업 활동 사례로는 장애인 권익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기자나, 복지관 등에서 청소하는 준공무원 등이 있었다.

2019년 밀알복지재단은 국회에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국민 서명을 제출했다. 사진. 밀알복지재단.
2019년 밀알복지재단은 국회에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국민 서명을 제출했다. 사진. 밀알복지재단.

해외 시청각 장애인 지원 사례는

시청각장애인 지원 사업으로는 자조모임 지원, 직업재활, 의사소통 지원, 점자정보단말기 보급 등이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1967년 제정된 ‘헬렌켈러’법에 따라 HKNC(시청각중복장애인을 위한 헬렌켈러 국립센터)를 운영하며 시청각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본 역시 시청각장애를 시각장애, 청각장애와 구분하고, 중앙정부의 의사소통지원정책 대상으로 ‘시청각장애인’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도 미진한 상태다. 관련 연구로는 2017년 한국 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시청각중복장애인(Deaf-Blind)의 욕구 및 실태조사 연구’가 유일하다. 가장 최근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 연구 발주를 통해 수행한 실태조사로, 작년부터 수행돼 지난 4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청각장애인 지원센터 운영, 촉각 치료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밀알복지재단 측은 “시청각장애인 지원 사업과 관련해 정부 기관의 재정적 지원을 받은 적은 아직 없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2019년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시청각장애를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실태조사와 맞춤형 지원 체계 마련을 골자로 한다. 21대 국회에선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단독법 발의가 아직 되지 않았다.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는 “시청각장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가 제작돼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영화를 통한 관심이 헬렌켈러법 제정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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