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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올해 주총 시즌이 마무리되면 국내 100대 기업의 이사회 내 다양성이 다소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국내 100대 기업 중에서 사외이사 전원이 남성으로만 이뤄진 기업이 70개에 달한다. 과반이 훌쩍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각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주총회 소집 결의서를 분석한 결과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안이 통과할 경우 100대 기업 중 절반은 이사회에 적어도 1명의 여성 이사가 포함된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2021년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사외이사 현황 조사 결과’에서 여성 사외이사가 있는 기업이 절반을 기록했다고 16일 밝혔다. 아울러 올해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 중 33%가량이 여성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매출(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기준) 100대 상장사이고, 작년(2020년 3분기 기준)과 올해 현황을 비교 조사했다. 2021년 현황은 각 기업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주총회 소집 결의서에 공시한 사외이사 선임 여부 등을 참조했다.

사외이사는 주로 경영진 업무에 대한 조언이나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회사와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받으면서 회사 경영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100대 기업의 결의서 분석 결과, 재선임 및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모두 160명이다. 이중 63명은 임기가 만료됐으나 올해 재선임 된 경우이고, 97명은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파악됐다.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97명 중 여성은 31명(32%)이었고, 남성은 66명(68%)으로 우세한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올해는 100대 기업이 3명 중 1명꼴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다.

작년까지 활동했던 여성 사외이사는 35명이었는데 이중 7명은 임기만료로 물러난다. 나머지 28명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외이사 타이틀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들 28명과 이번에 새로 선임된 31명을 더하면 올해 총 59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회사 경영을 감시·감독하게 된다.

이 경우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440명 중 여성 비율은 지난해 7.9%에서 2021년 올해는 13.4%로 1년 새 5.6%p 높아진다. 최소한 1명의 여성 사회이사를 배치하는 기업도 100곳 중 절반인 50곳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100대 기업 내 여성 사내이사 4명도 포함하면 사내·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올해 8.3%로 소폭 증가한다(남성 비율 91.7%). 지난해에는 전체 사내·외이사 756명 중 여성은 39명이고 비율은 5.2%에를 기록했다. 

다만 100대 기업의 전체 이사회 구성이 지난해와 올해 모두 남성 비율이 여전히 90% 넘어 압도적으로 높다. 아울러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이 이만큼 증가하는 것도 주총에서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순탄하게 통과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 신규 선임된 여성 사외이사…MZ세대 여성도 영입됐다

올해 새로 합류하게 될 여성 사외이사들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50대, 교수(학계) 출신’이다. 신규 선임될 31명 중 18명(58%)은 50대에 속했고, 현직 교수 등 학계 출신이 22명(71%)으로 다수를 이뤘다.

학자 출신을 선호하는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여성 임원과 사외이사 경력을 가진 후보군이 아직은 적어 전문성이 높은 학자 출신을 영입하려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여성 사외이사 후보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후보는 최연소 여성 사외이사로 꼽히는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대표이사다. 롯데쇼핑은 1981년생으로 ‘MZ세대’에 속하는 전 대표를 영입했다. 또한 키움증권이 사외이사로 선임한 최선화 서울대 경영학교수와 LG유플러스가 선임한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이사도 눈에 띈다. 최 교수는 1978년생으로,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이사는 1977생으로 두 사람 모두 45세 이하로 ‘젊은 피’에 속한다.

주요 고위직 출신으로는 대표적으로 포스코 유영숙 사외이사가 꼽힌다. 환경부 장관 출신인 유 사외이사는 최근 정밀의학 생명공학기업인 마크로젠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금호석유화학 이정미 사외이사는 헌법재판관 출신이고, 삼성생명 조배숙 사외이사는 판사 출신이면서 4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화려한 경력 보유자다. 한화생명 이인실 사외이사는 통계청장을 역임했고, GS건설 조희진 사외이사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출신이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100대 기업 중 현대차 그룹 계열사에서만 5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해 여성의 이사회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조교수, 기아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현대모비스 강진아 서울대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 현대건설 조혜경 한성대 IT융합공학부 교수, 현대제철 장금주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가 현대차 그룹에서 이번에 선임한 여성 사외이사들이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소장은 미디어SR에 “2022년에도 100대 기업에서 150여명의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중 신규 영입되는 여성 사외이사는 올해보다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여성들을 등기임원으로 전면 배치해 기존의 거수기로 상징되는 이사회 문화를 혁파해나가고 투명하고 책임 있게 경영 활동에 참여하게 하려면 사외이사들에게 좀더 많은 기업 정보 등을 제공하는 방안 등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1년 8월부터 국내에서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인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두는 것이 사실상 의무화된다.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20에 따라 별도 기준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전 구성원을 특정 성으로 채우지 않도록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2년의 적용 유예기간이 내년 8월에 종료된다.

조항과 관련해 이사회를 동일 성별로만 유지하더라도 별도로 처벌이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자금)의 변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이 제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6년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아이즈 캐피털’은 나스닥 상장사 보잉고(Boingo)에게 ‘남성 위주의 이사 구성을 비판하며, 여성 이사 임명을 비롯해 이사진 교체’를 요구했으며 이를 거부하던 보잉고도 결국엔 여성 이사 1명을 선임했다.

아울러 세계 3위의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 역시 지난해 세계 주요국 기업들에 “ESG 기준에 뒤처진 이사회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주주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며, 현재도 전 세계 기업에 여성 임원의 수를 늘릴 것을 촉구하는 ‘두려움 없는 소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SSGA에 따르면 캠페인 시행 2년 만에 1227개 기업 중 329개가 여성 이사를 선임하거나 관련 계획을 수립해 이같은 변화는 지속·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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