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 김민영 기자
인포그래픽 : 김민영 기자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천종윤 씨젠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주목받는 경영자다. 집단 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다른 진단 시약 개발과 생산을 모두 중단하고 코로나19 진단 시약 개발에 나섰다.

결국 천 대표는 3주만에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코로나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냈다. 아울러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도 진단시약 허가를 받는 실력을 선보였다.

천 대표의 발빠른 대처는 씨젠을 매출 1조원 규모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씨젠은 빠르게 개발한 진단 키트를 국내외로 수출해 2020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매 월 및 분기마다 매출 신기록을 기록해 1년 새 약 10배 넘게 대도약 했다. 시가총액은 숨 쉴 틈 없이 올라 6개월만에 10배에 가까운 4조원대로 증가했다. 

이러한 기적을 일군 천 대표는 검정고시 출신 ‘늦깍이 대학생’에서 수조원대 기업을 일궈낸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친의 사업 부도로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했던 그는 결핵에 걸린 상태에서도 검정고시를 통과해 건국대 농대에 입학했다. 이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테네시 대학교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금호생명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겸임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화여대에서 사내 벤처를 통해 씨젠을 창립함으로서 경영인의 길로 들어섰다. 

천 대표의 비즈니스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유사 증상을 유발하는 모든 병원체를 한 번에 검사하는 일명 신드로믹 검사 플랫폼으로 체외진단 산업의 혁신을 꿈꾸고 있다. 바이오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그가 말하는 바이오 플랫폼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 키트를 제조하는 전 과정을 인공지능 기반 프로그램으로 설계하고 이를 과학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를 이용하면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1년 넘게 소요되는 신드로믹 검사 제품 개발을 비교적 경력과 노하우가 부족한 과학자들도 참여해 상용화까지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 대표는 로얄티를 받아 매출을 올리는 분자 진단계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천경준

천경준은 천종윤 대표의 삼촌이자 씨젠 회장이다. 천 대표는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2000년 씨젠을 설립했다. 전공인 분자미생물학을 살릴 수 있는 분자진단으로 사업방향을 정했다. 

천 대표는 당시 분자 진단 사업을 하고 있던 로슈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기술력이 오래된 것을 보고 새로운 기술로 신제품을 내놓으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 당시 천종윤 대표의 창업을 음으로 양으로 도운 이는 바로 삼촌인 천경준 씨젠 회장이었다.  천 회장은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국내 최초로 팩시밀리와 휴대폰을 개발해 연봉 100억원을 달성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천 회장은 부사장(CTO)을 끝으로 삼성전자에서 퇴사한 이후 천 대표가 씨젠을 창업할 때 연구원으로서의 촉을 갖고 3억원을 빌려주는 등 전폭적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천 회장은 씨젠 지분 3.67%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액만 1600억원대에 달한다. 부인 안정숙씨의 지분 3.51%를 합치면 두 부부가 보유한 씨젠 지분 평가액은 3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천 대표에게 투자한 덕분에 천 회장은 연구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투자자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됐다.

천경준 회장은 현재까지도 씨젠 경영 고문으로 활동하며 천 대표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물론 100억원대를 모교인 한양대에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씨젠을 방문해 천 대표를 만나 코로나19 대응 공헌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씨젠의 연구시설을 둘러본 후 극찬하고 "홍보를 많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권하는 등 진단키트 수출을 우회적으로 돕는 모습을 보였다.

천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회사 소개를 한 뒤 "어떤 변이가 있어도 다 잡아낼 수 있는 것이 나올 것"이라며 "바이러스가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지목해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현장 간담회에서는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등 여러 업체 대표가 참석했으나 이에 앞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씨젠 본사 방문은 정말 특별한 이벤트임이 분명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씨젠을 방문한 것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75% 이상을 씨젠이 공급하는 등 발빠른 진단키트 개발 덕분에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우수한 방역능력을 입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지난 12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씨젠의료재단을 방문해 분자진단 검사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문재인 정부는 K-방역의 주역인 천종윤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민철 

씨젠 부사장이다. CTO를 맡고 있다. 전 대한병리학회장이자 전남대 의대 학장이였다. 35년간 병리학 교수로서 폭넓은 연구와 교육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8월 연구총괄 담당으로 씨젠에 합류해 씨젠생명과학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다.

2018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로부터 교육, 연구, 봉사 및 사회기여 분야에서의 업적을 인정받아 제4회 ‘올해의 교수상’을 수상하는 등  병리학 분야 권위자로 명성을 떨쳐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병원 신경병리과에서 2년 동안 전임의 겸 임상교수로 재직하는 등 국제적인 병리학적 진단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씨젠생명과학연구소는 창사 이래 생명과학의 핵심기술인 멀티플렉스 유전자 증폭기술 개발에 전념해 왔다. 이 부사장은 유전자 진단의 큰 맥인 유전자 증폭 (PCR)과 실시간 유전자 진단 (Real-time PCR) 분야의 양대 원천기술을 토대로 신제품 개발 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호

이호는 씨젠의 글로벌 영업, 마케팅 총괄 사장이다. 전 LG전자 부사장이다. 

이호 사장은 LG전자에서 미국 판매 법인장과 프랑스 판매 법인장, 중남미 지역 대표를 맡는 등 4개 대륙에서 약 30년 동안 글로벌 마케팅 경력을 쌓아 왔다.

씨젠은 현재 7개 해외법인과 60개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의 95% 가까이가 해외 매출이다. 유럽이나 중남미 시장은 물론 아직 진출하지 못한 국가 진입을 노리고 있다.

씨젠은 현재 해외법인 7곳과 대리점 60여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적극적으로 법인을 확대하고 인력을 투입해 글로벌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천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씨젠의 장비 사용 고객이 늘었고 동시에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진단 시약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호 사장을 영입했다.

이호 사장은 기존의 성감염증, 소화기질환, 자궁경부암 등 150여 개에 달하는 씨젠의 분자진단 시약을 들고 씨젠의 제2 도약을 열어갈 키맨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슈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바이오·제약 회사로 분자진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천 대표는 로슈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분자진단 수준이 낙후했다고 판단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천 대표에게 로슈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셈이다.  씨젠이 훌쩍 성장한 지금 회사 측은 로슈를 글로벌 시장에서 각축을 벌일만한 경쟁자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씨젠은 코로나19 하나로만 급격히 성장한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설명하기엔 모자란 부분이 많다. 씨젠은 2016년부터 분자진단 시장 2위 기업인 홀로직 등에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1위 분자 진단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착실히 다져왔다.

무엇보다 천 대표가 로슈를 낙후했다고 표현한 배경에는 기술력이 있다. 실시간 PCR 검사에 대한 원천기술뿐만 아니라 씨젠은 진단시약 제품으로 인두유종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및 세균성 호흡기 질환 병원체, 성매개 감염 원인균 등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A형,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 동시 진단 제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체외진단용 시약 ‘적합’ 판정 획득하기도 했다. 

특히, 씨젠이 코로나19 이전에 일찌감치 개발한 실시간 유전자 증폭기술은 수십 종의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증폭하면서 동시에 진단까지 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로슈의 기존 기술을 뛰어넘는 성과라는 시각도 있다.

 

씨주연(씨젠주주연합회)

씨젠 주주모임이다.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조짐이 보이면서 씨젠의 주가가 장기 조정을 받자 씨주연을 중심으로 주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씨젠은 지난해 8월 10일 32만2200원까지 급등했다가 5개월 가량 조정을 받고 있다. 월 단위로 등락을 반복하다 1월 28일 종가는 16만9000원으로 무려 48% 가까이 하락했다. 

이에 씨젠 소액주주 모임인 씨주연은 주가 하락 주범으로 공매도 세력을 지목하고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는 회사 측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씨주연 측은 백신이 나와도 접종 전 진단검사가 필수인 만큼 지금의 주가 흐름은 정상적이지 않고 인위적인 조정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씨주연은 씨젠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임에도 공매도 세력이 무차입공매도와 불법 대차거래, 자전거래 등으로 주가를 하락시키고 있다며 회사 측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씨젠은 주가가 연일 하락하자 지난해 12월 이민철 부사장을 포함한 상무 이상 임원 26명이 1만6299주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수습에 나섰으나 주가는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주주들의 성토는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