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 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 구본준 LG그룹 고문. 사진. LG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LG그룹이 구본준 LG그룹 고문(69)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를 검토 중이다. LG상사를 중심으로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와 반도체 설계 회사인 실리콘 웍스, LG하우시스 등이 LG그룹에서 독립할 것으로 거론된다.

그간 LG그룹은 장남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고, 동생들이 계열사를 분리해 나가는 ‘형제 간 독립 경영’ 체제의 전통을 유지해왔다. 구본준 고문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숙부다.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기도 한 구본준 고문은 2007년~2010년 LG상사의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16일 미디어SR에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계열 분리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윤곽이 잡힌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달 말 ㈜LG의 이사회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 변동과 관련한 안건이 이사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2018년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구본준 고문이 LG상사를 중심으로 그룹에서 독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3월 LG상사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소유 지분을 ㈜LG에 매각했을 때도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왔을 정도다. 계열 분리 과정에서 대상 회사들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사옥을 떠나 새살림을 차려왔다.

이에 LG상사와 그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 LG하우시스가 계열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계열 분리 회사의 규모가 예상보다 작다는 점에서 반도체 설계 회사인 실리콘웍스와 화학 소재 제조사인 LG MMA의 추가 분리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계열 분리의 중심 회사로 거론되는 LG상사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 10조5308억원, 영업이익은 1347억원의 실적을 올린 가운데 시가총액은 7100억원대다.

LG하우시스는 2009년 LG화학의 산업재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만든 건축 자재, 자동차 소재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3조1868억원, 영업이익 687억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5800억원대다.

구본준 고문은 지주사인 ㈜LG의 2대 주주로 지분 7.72%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가 보유한 ㈜LG 지분가치는 약 1조원이다. 즉 ㈜LG 지분으로 LG상사 및 하우시스 등의 지분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 고문의 이같은 계열 분리안은 LG그룹의 주력인 전자·화학 사업을 보존하면서 구광모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LG는 LG상사 지분 25%, LG하우시스 지분 3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LG상사는 판토스 지분 51%를 갖고 있다.

앞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에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의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이 이번에 계열분리를 결심한 데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 3년을 맞으면서 시기적으로도 적당한 때가 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광모 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조카이자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지만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고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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