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결국 기소...이달에만 재판 2건 진행

사법리스크 개의치 않는 듯 현장경영에 공들이는 이재용

올해 출국 및 현장 방문 등 10여 차례 적극 행보

이재용 톱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관련으로 검찰에 기소된 첫 재판이 오는 22일로 다가왔다.

이 재판과 별도로 이 부회장이 기소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오는 26일 재개되면서 이 부회장은 이달에만 2개의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부정거래·시세조종)를 비롯해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오는 22일 오후 2시에 이재용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고, 재판 참관 희망자의 응모를 받아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배부하기로 했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들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다.

재판부는 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 요지를 들은 뒤 이에 대한 이 부회장 등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통상 공판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으나 기일에 향후 재판 일정 등이 구체화될 경우 법적 (재판 출석) 의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일정을 계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2일로 예정된 이번 재판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11명이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최소비용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및 그룹 지배력 강화를 가능케 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시세조종 행위 등의 위법 행위를 의도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주도로 ‘프로젝트 G’라는 이재용 부회장 승계 계획을 마련해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불공정하게 흡수‧합병하는 여건을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임원 등이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던 콜옵션 권리 등 주요사항을 은폐해 거짓 공시하도록 하고, 2015년 재무제표에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해 바이오로직스 자산을 과다 계상하게 한 것이 외부감사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달 1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했지만,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하다"며 재판에 넘겼다.

이에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미디어SR에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납득할 수 없고, 안타깝기까지 하다”면서 이례적으로 검찰을 향해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삼성 측은 '프로젝트 G' 문건 그 어디에도 불법적인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으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 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경영활동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삼성물산 합병의 불법성을 두고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일명 공설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공익법인 이사를 맡을 수 없다.

이 부회장이 ‘삼바 분식회계 및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과 ‘국정농단’ 재판 둘 중 하나라도 유죄가 선고될 경우 이사장직을 내려놔야 해서다.

삼성전자 측은 “이사장 임기가 만료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재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추후 다시 문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임기 만료된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해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장농단 재판 아직 끝나지 않았다…여전한 ‘사법 리스크’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역시 재판이 멈춘 지 9개월 만인 오는 26일 공판을 재개한다. 해당 재판은 지난 1월 공판이 열린 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편향 재판' 등을 이유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 한동안 중단됐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4월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기피 신청을 기각했으며, 특검은 이에 불복해 재항고했으나 대법원도 지난달 18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고 청탁하면서 그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다방면으로 분주한 이재용 부회장...사법리스크 넘어설까

이 부회장은 이같은 사법 리스크에 개의치 않는 듯 분주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CEO 등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ASML은 7나노(nm)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만드는 전 세계 유일한 회사다.

귀국한 지 5일 만에 이 부회장은 베트남으로 출국해 20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단독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푹 총리가 이 부회장에게 삼성 그룹의 투자 확대를 거듭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을 발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삼성SDI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조립해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에 납품하는 현지 조립라인은 갖고 있지만, 배터리 제품 관련 생산라인은 없다.

이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8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 뒤 처음으로 준법감시위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준법감시위 위원들과 1시간 정도 면담했으며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면담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위 측은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위원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면담은 격의 없이 진행됐다”면서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자주 이런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준법감시위 측은 “이 부회장이 지난번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을 반드시 지켜나가겠다고 했다”고도 언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준법위의 권고대로 무노조 경영을 탈피해 외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언급해 4세 경영승계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횡령·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에 준법 경영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자, 삼성 7개 계열사가 협약을 맺어 출범시킨 독립 위원회로,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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