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9시 29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에 앞서 서초 서울고등법원 앞 포토라인에 섰다. 사진. 구혜정 기자
올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에 앞서 서초 서울고등법원 앞 포토라인에 섰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검찰 기소와 함께 특허 침해 소송에도 휘말리는 등 안팎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은 1일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등 각종 불법‧부정 행위에 최종 책임이 있다고 보고 그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2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26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한지 67일 만에 검찰이 심의위에 권고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및 삼성그룹 전‧현직 경영진은 합병 전까지 제일모직의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수조원대 콜옵션 부채를 숨겨오다가 합병 뒤 콜옵션 조항이 드러나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빠질 상황에 처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4조5000억원대 회계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와관련, 검찰은  이 부회장의 개입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인 일명 ‘프로젝트-G’라는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최소 비용에 의한 승계 및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총수의 사익을 위해 옛 미래전략실(미전실)을 조직적으로 움직여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등 각종 불법·부정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최종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부장검사는 “조사 과정에서 합병 실체에 관해 허위 증언한 사실도 확인했다”면서 이들 11명을 위증죄를 포함해 자본시장법 상 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시세조종 등의 불법 행위는 없었으며, 이 부회장은 주가 관리를 보고 받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회계 부정 혐의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정상적인 회계처리였다는 것이 삼성측의 입장이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부터다. 지난해 9월부터는 분식회계의 '동기'에 해당하는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올해 들어서는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등 전·현직 삼성 고위 임원들을 줄줄이 불러 조사했고, 지난 5월에는 의혹의 정점인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수사에 대한 외부의 판단을 듣고 싶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으며, 수사심의위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리면서 수사에 큰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약 두 달 간 경영학·회계학 분야의 교수와 전문가들을 불러 수사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이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부장검사 회의를 통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금일 사건 처리에 이르게 됐다”고 발표했으며 “향후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수사팀장인 이복현 부장은 3일자로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전보됐다.

이재용, 재단 이사장직 연임 안했다...유죄 ‘스모킹건’ 있을까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둔 사전 행보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일명 공설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공익법인 이사를 맡을 수 없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과 이날 기소된 ‘삼바 분식회계’ 관련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가리기 위한 재판 둘 중에 하나라도 유죄가 선고될 경우 이사장직을 내려놔야 한다.

삼성전자 측은 “이사장 임기가 만료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재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추후 다시 문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임기 만료된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해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총수 일가가 공익재단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높인다는 일각의 비판과 연이은 수사·재판에 따른 사법 리스크 등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신임 이사장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선임됐다. 김황식 신임 이사장은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 대법관을 두루 역임했다. 2018년 12월부터 삼성 호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 삼성문화재단 이사장도 겸임하게 됐다. 임기는 4년이다.

삼성전자 특허 소송...미국서 보안 기술 관련 피소

삼성전자는 오너리스크에 이어 특허 침해 소송으로도 골마리를 앓게 됐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미국 정보기술(IT)업체 리치먼테크놀러지(Richman Technology Co., RTC)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보안시스템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RTC가 제기한 삼성전자 특허 침해 소송 관련 문서. 사진. COURT LISTENER 갈무리
RTC가 제기한 삼성전자 특허 침해 소송 관련 문서. 사진. COURT LISTENER 갈무리

관련 문서에 따르면 RTC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자사 기술 특허 3건(특허번호 8,350,698/8,981,933/9,449,484)을 무단 사용했다며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3건의 특허 중 일부는 삼성전자의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의 센서 기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는 3건의 특허 모두 ‘실시간 보안 시스템 방법 및 프로토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소송 내용을 면밀히 살펴본뒤 대응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리치먼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로 보안 업체인 리치먼매니지먼트의 자회사로, 같은 내용의 특허 침해 소송을 삼성뿐 아니라 구글에도 제기했다.

또한 삼성전자에 앞서 ADT, 보쉬 등을 상대로도 비슷한 내용의 특허 침해 소송을 최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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