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 시인 본인 제공.
장혜진 시인 본인 제공.

[미디어SR 전문가칼럼=장혜진 시인] 그날은 평소보다 퇴근이 좀 늦었다. 부랴부랴 시장(김삿갓 방랑시장)에 도착해보니 문을 닫고 있거나 이미 닫힌 상점들이 많았다.
통닭집은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다.

낮 시간 동안 시장 골목을 가득 채웠을 고소한 기름냄새도 손님 끊긴 저녁시간이라서 인지 옅어진 듯 했다. 막 문을 닫으려는 주인 아주머니께 통닭을 주문했다.

내일 통닭 두마리가 필요한데 출근길에 찾아갈 수 있는지, 아침 8시까지 준비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보통 튀김닭을 아침일찍 찾을 수 있게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 것 같았고 또 많지도 않은 수량이어서 미안한 마음을 담아 가능한지 물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잠시 망설인 뒤 "요즘은 좀 늦게 가게문을 여는데....가게로 나오는 시간이 오전 10시 정도인데..."라고 하셨다.

나는 "그래도 가능한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되물으면서 주인 아주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통닭을 튀겨가야 하는 이유는 내가 근무하는 곳, 시설의 장애인 거주자 중 내가 담당하고 있는 분의 생일인데 생일 날 아침 통째로 튀긴 통닭이 가장 드시고 싶다고 해서 이같은 소박한 소망을  이뤄드리고 싶다는 속내까지 털어놨다.

우리가 보통 먹는 조각낸 치킨이 아닌 닭한마리를 통째로 튀긴 걸 드시고 싶다는 말에 퇴근길 서둘러 시장 골목의 통닭집을 찾아갔던 것이다.

내 말에 공감하셨는지 주인 아주머니는 "내일은 아침 일곱시에 집을 나와 닭을 튀겨놓겠다"는 약속을 해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에 한마리 더 추가해 세마리를 주문하고 선결제했다.
혹시나 아침에 성가신 마음에 닭을 못 튀긴다고 하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선결제하는 것이라 하니 주인아주머니는 큰 소리로 웃으시며 아무 걱정말라고 오히려 안심하라고 토닥여주셨다.

다음 날 아침 8시에 통닭집을 찾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시간에 맞춰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금방 튀긴 바삭한 통닭을 운전석 옆에 싣고 출근해 생일을 맞은 거주자분과 생일잔치를 기분좋게 잘 마쳤다.

마침 그날은 외부에서 간식을 주문해 먹는 날이였다. 아침부터 고소한 통닭 냄새를 맡아서인지 간식 메뉴를 피자에서 통닭으로 변경하자는 의견들이 나왔다.
안그래도 아침 일찍 통닭을 튀겨주신 주인 아주머니에 대한 고마움이 남아 있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통닭 열두마리를 더 주문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하게도 직접 배달까지 해주셨다. 단골도 아니고 처음 온 손님의 다소 무리한 부탁을 기분좋게 흔쾌히 받아준 마음이 좋은 인연으로 연결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통닭은 무조건 그 가게로 주문하자는 의견들이 '분출'했다.
통닭집 주인이 닭 두어마리 주문을 귀찮게 여기고 지나쳤더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전화 한통이면 현관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브랜드 치킨이 수두룩한 가운데 이번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재미와 정을 맛본다.

고소하고 군침도는 기름냄새가 시장골목 사이사이로 번져나갈때 통닭집 주인과 손님이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인정을 나누는 그런 시장이 있다는 것에 작은 행복을 느낀다.

가끔은 시장을 찾아나서야 한다. 인정 넘치는 사람들의 냄새를 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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