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사진. 각 사 제공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사진. 각 사 제공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금융권 채용 규모와 모집 분야는 줄었지만 디지털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경쟁의 열기는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최근 공고를 내고 IT 직군 경력 직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1일 경력 개발자 공개 채용 공고를 내고 iOS, 클라우드 플랫폼, 금융 IT(코어뱅킹, 금융정보), 빅데이터 분석 및 플랫폼 등 총 20개 분야에서 경력 개발자를 모집했다.

케이뱅크는 이미 9월 말부터 IT 전문인력 대거 채용에 나선 상태다. 지난 1년여간 자금 부족으로 사실상 영업이 중단됐던 케이뱅크는 최근 대주주 변경과 유상증자로 기사회생하면서 적극적인 인재 충원을 통해 재도약을 꾀하는 모양새다. 

케이뱅크는 코어뱅킹 개발/운영 담당자, 빅데이터 전문가 등 10여 개 분야에서 개발자를 채용한다.

케이뱅크는 지난 6월 말 4000억원의 유상증자 이후 본격적인 인재 채용에 나서 7월에는 UX(사용자 경험), UI(사용자 환경) 등 앱 개선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8월에는 신용리스크 관리 담당자 등 거래 안정성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채용했다.

내년 설립을 앞둔 토스뱅크도 초기 기반을 다질 경력 개발자 채용에 들어갔다. 토스뱅크는 최근 채용 공고를 내고 핵심 금융IT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코어뱅킹 10개 분야에서 경력 개발자 모집 절차를 밟고 있다.

금융권 근무 경험이 있는 경력 직원을 비슷한 시기에 채용하는 만큼 인터넷은행들은 빠른 채용 프로세스와 파격적인 직원 복지를 내걸며 '인력 빼 오기' 경쟁에도 돌입한 상태다.

먼저 카카오뱅크는 개발자들의 바쁜 일정을 고려해 1, 2차 면접을 하루에 진행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했다.

카카오뱅크는 또한 만 3년 근속할 경우 1개월 유급 휴가, 휴가비 200만원 지급,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워크온' 유연근무제 운영 등의 다채로운 복지를 제공한다.

케이뱅크는 서류 지원 마감일 이후 빠르면 2주 안에 최종 합격자를 통보해 최단 시간에 채용 프로세스를 끝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직에 종사중인 지원자의 입장을 배려해 비대면 면접 기법을 활용하고, 근무 시간 외 면접 등의 방식까지 열어둘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기존 금융사 및 인터넷은행 등에서 개발, 운영 업무를 경험한 개발자를 우대한다'는 채용 공고를 내고, 지원서 접수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3주 이내에 완료되는 빠른 채용을 진행해 눈길을 모았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16일 서류 접수를 마감하고 면접을 거쳐 2주 만인  2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지원서가 접수되는 즉시 지원 순서대로 채용 절차가 진행돼, 각 전형 평가 결과는 3일 이내에 개별적으로 통보된 것으로 보인다.

토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10여 명을 채용하는 코어뱅킹 경력 개발자 모집에 400여 명이 지원했다"면서 "은행의 핵심 IT 시스템인 코어뱅킹은 기존 금융권 경력자가 아니면 개발하기 어려운 분야이므로, 은행권 근무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후발주자인 토스뱅크는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직원 복지를 제공해 관심을 끌고 있다. 토스뱅크는 이번 입사자에게 전 직장 연봉의 최대 1.5배,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 등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채용 안내. 각 사 제공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채용 안내. 각 사 제공

채용 규모·분야 모두 줄었지만...디지털 인재 수시채용 늘리는 시중은행

한편 인터넷은행들이 재직자의 면접 일정까지 배려하며 적극적인 인재 채용에 나서면서,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인 시중은행도 '디지털 인재'에 대한 채용은 유지했다.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대에 따른 영업점 감축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으나, 디지털·IT 부문 수시 채용으로 꾸준히 디지털 인재를 채용해왔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디지털·IT 부문에서 40명을 수시 채용했고, KB국민은행도 디지털·IT 직군 65명을 수시 채용했다. 신한은행도 디지털·ICT 분야 등 100여 명을 수시 채용으로 모집했다. 

하반기에는 4대 주요 시중은행이 나란히 공채 계획을 밝혔으나 예년보다 채용 규모와 모집 분야가 크게 축소된 경향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일반직 공채와 디지털·ICT 수시채용을 합해 총 250명을 채용하며 우리은행은 일반, 디지털, IT 3개 부문에서 총 200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글로벌, 디지털, 자금·신탁, 기업금융·IB 4개 부문에서 150명을 채용한다.

가장 늦게 채용 공고를 올린 KB국민은행은 UB(Universal Banker), IT, 디지털 3개 부문에서 200여 명의 신입 행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도 채용 인원을 줄이는 한편 디지털과 IT 부문은 유지했는데, 이번 채용에서 일반직군에 과도한 디지털 역량을 요구해 도마 위에 올랐다.

KB국민은행은 하반기 공채 전형에서 디지털 부문뿐 아니라 UB 부문에도 서류 전형에서 디지털 사전 과제와 24시간 분량의 온라인 디지털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채용 갑질'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해당 과제는 1차 면접 대상자에게 부여되는 것으로 수정됐지만, 전형 순서만 바뀌었을 뿐 국민은행은 일반직군에 고도의 디지털 역량을 요구하는 방침을 유지했다.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역량'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빅테크가 금융업에 진출해 영역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데이터3법,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하며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미래 환경은 디지털과 밀접할 수밖에 없고, 디지털과 IT는 전문 업무 분야가 아닌 모든 금융 업무 저변에 보편화한 기본 역량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권 채용은 점차 소수의 디지털·IT 전문 인력의 핀셋 채용으로 바뀌고 대규모 신입 공채는 줄어들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까지 도래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채용 경향이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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