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대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운영 밝히지 않아

사진. 태광그룹
사진. 태광그룹

[미디어SR 권혁주 기자] 태광 그룹 소속 재단법인엔 일주학술문화재단과 세화예술문화재단이 있다. 두 재단은 각각 학술과 예술 분야에서 장학금 지원과 미술관 운영 등의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주학술문화재단과 세화예술문화 재단 모두 운영 투명성은 부족한 것으로 18일 밝혀졌다.

먼저 일주학술문화재단은 실제 사업에 사용한 순수 공익사업 비용과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운용규모가 비슷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비영리법인이 학술 · 종교 · 자선 등 고유목적사업 수행을 위해 별도로 구분해 놓은 이익이다.

비영리법인도 기업활동에 의해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서 납세 의무가 있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산정한 금액에 대해서는 국가가 세금 부과를 일정기간 유예해준다.

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재단이 사업에 사용했을 경우, 회계에는 그 만큼의 비용을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일주학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제출한 공시자료에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 활용 관련 사업명, 사업 비용 등 구체적인 정보가 전혀 나와있지 않다.

2019년 일주학술문화재단 공시 자료, 고유목적 사업준비금 전입액이 23억, 환입액이 30억 규모다. 
2019년 일주학술문화재단 공시 자료, 고유목적 사업준비금 전입액이 23억, 환입액이 30억 규모다. 

미디어SR은 해당 사실을 지적하며 일주학술문화재단 측에 고유목적사업준비금 구성에 대해 수 차례 질의했으나 일주학술문화재단측은 “내부 논의 결과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는 '기이한 답'을 내놓았다. 

세화예술문화재단은 재단 규모에 비해 사업비 지출이 적은 재단이라 볼 수 있다. 총자산 1096억 규모의 세화예술문화재단은 만기보유증권, 매도가능증권 등 투자자산 836억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한 재단의 금융이자수익은 41억을 달성했지만, 2019년 재단은 공익목적사업엔 단 21억6323만원을 사용했다.

이러한 경우 통상 재단 측에선 해당연도 수익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 형식으로 미리 지출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공헌 전문가들은 국내 일부 사례처럼 주식이나 현금성 자산을 수 백억원대로 묶어둔 기업 공익법인은 해외 어디에도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또한 태광그룹 소속 공익법인 재단은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 등을 통해 사업비 지출의 구체적인 명세를 밝히고 있지 않다.

세화예술문화재단의 사업 유형 별 실적. 사업 관계자(단체)나 금액 등은 알 수 없다.
세화예술문화재단의 사업 유형 별 실적. 사업 관계자(단체)나 금액 등은 알 수 없다.

따라서 재단활동이 사익과 관계하거나 공익사업을 운영·관리하는 데 있어 이해관계자와의 거래는 없었는지 외부에서는 파악할 수 없다.

현재 일주학술문화재단, 세화예술문화재단처럼 자체 수익으로 운영되는 국내 재단 중엔,외부 기부금을 받지 않았다며 경우 사업비 지출 명세를 상세히 공시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 임대료, 금융 이자 등 자산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운영되는 재단도 공익법인으로서 각종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사업비 지출 명세를 일정 수준 이상 구체적으로 공개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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