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재단, 공익사업 운영 규모에 비해 미흡한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의 투명성 개선해야

2019년 8월 진행한 범농협 동시 장학금 전달식. 사진. 농협재단
2019년 농협장학생과 재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범농협 동시 장학금 전달식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농협재단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농협중앙회는 농업인 복지 증진과 농촌 사회 발전을 위한 '농협재단'을 운영하면서 농촌 복지의 사각지대에 전방위적 지원을 펼친다.

농협재단은 농협중앙회가 지난 2004년 농업인을 위한 공익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금 4000여억원을 출연해 세운 공익법인이다. 국내 최대 규모 금융기관답게 타 금융그룹 소속 공익법인과 비교해 총자산 규모가 꽤 큰 편이다.

그에 걸맞게 매년 수백억원의 자금을 농촌 지원 사업에 쓰고 있다. 농협중앙회 산하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 계열사들도 매년 농협재단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농협재단은 농촌문화의 계승과 농업인 복지 증진을 통해 도농 간 균형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설립됐다.

창립 당시에는 재단법인 '농협문화복지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으며 2012년 현재의 농협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매년 꾸준히 새로운 목적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촌 분야 지원 사업의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농협재단은 대표적으로 농업인 자녀, 농촌 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과 농촌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복지사업, 청년 농업인 육성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 장학생은 농업계열 고등학생, 대학생의 학업장려금을 지원하는 미래 농촌정주 장학생과 농업인 자녀의 대학교 등록금을 지원하는 인재육성 장학생으로 나뉜다. 농협재단은 지난 한 해 농협 장학생 1068명에게 24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한 농협재단은 서울시 강북구에 '농협 장학관'을 운영하면서 농업인 자녀 중 경제적 여건이 어렵고 학업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주거 공간을 지원한다. 지난 2011년 준공된 농협 장학관은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4700평 규모로 총 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한 학기(4개월)에 40만원의 등록금으로 생활할 수 있으며, 이는 전액 농협재단의 기부금으로 납부돼 농업을 위한 사업으로 환원된다. 현재 513명이 입사해 생활 중이다.

농협재단은 농촌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다방면에서 지원 사업을 펼친다. 재단은 영농에 종사하는 외국인 농업인 부부를 대상으로 모국방문 왕복항공권과 소정의 체재비를 지원한다. 또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농촌 다문화 부부를 위해 합동 결혼식을 개최한다. 재단은 지난해 215개(816명)의 다문화가정을 지원했다.

이 밖에도 재단은 만 18세 이상~39세 이하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는 '파란농부' 사업을 진행한다. 파란농부에 선발된 청년 농업인은 국내외 주요 농업선진지 연수비를 지원받으며 농업관련 종합 컨설팅, 선도 창업농의 멘토링 기회를 얻는다. 재단은 지난 2018년 1기로 시작해 지난해 2기 파란농부를 배출했으며 청년 농업인들에게 일본, 네덜란드 등의 연수 기회를 제공했다. 

농업 진흥 및 지원의 목적으로 설립된 조합답게 농협은 재단을 통해 농촌 복지 사각지대 구석구석을 조명하며 농촌 활성화 사업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농협재단이 공익사업에 지출한 비용은 총자산 대비 13.06%로 총자산이 4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공익사업에 사용되는 비용은 주로 계열사 기부금과 부동산임대사업 등의 부대사업으로 충당한다. 지난해 재단은 농협중앙회, NH투자증권, 농협네트웍스, 농협하나로유통, 지역 농협 등의 계열사로부터 27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도 5500여만원을 기부했다. 농협장학관 등록금도 재단 기부금으로 납부돼 공익사업 운영에 쓰인다.

공익사업 규모가 큰 재단은 전국 지역 농협 조합장, 본부장 출신의 농협 인사들이 이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이사장은 김병원 전 회장에 이어 올해 초 24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이성희 회장이 맡고 있다. 

현재 농협재단은 이성희 이사장을 포함해 총 14명의 이사, 1명의 감사로 이뤄져 있다. 대표적으로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 여영현 농협중앙회 상무, 김흥복 전 인천중구청장, 이명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 등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 지출 세부 내역 투명성 개선 필요 

농협재단 2019년 국세청 결산서류 캡처
농협재단 2019년 국세청 결산서류 캡처

농협재단은 공익사업 운영 규모에 비해 미흡한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의 투명성을 좀 더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농협재단은 2018년 500억원, 지난해 27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이를 공익사업에 사용했지만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에는 전체 사용 금액을 합친 두 건의 지출 내용만을 기재했다.

공익법인은 연간 100만원 이상 지급한 경우 개별 단체명과 지급목적, 수혜 인원과 금액을 전부 따로 기재해야 하지만 농협재단은 지역농협 1427명에 500억원 지출, 예금 가입에 27억원을 지출했다는 내용만을 게시했다.

농협재단은 지난해 농협장학생 지원, 농협장학관 운영, 다문화 가정 모국방문 지원 등에 사업비를 사용했지만 전체 사업비가 얼마인지 외에 지급된 세부 내역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농협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 대상으로 기부 신청을 받고 있어 지난해 개인기부자들로부터 1억원가량의 기부금을 받았다. 또한 농협 장학관 거주생으로부터 등록금의 형태로 5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일반 기부자의 자금이 들어간 만큼 전체 지출뿐 아니라 지출 세부 내역을 공시하기 위한 노력은 재단 신뢰를 높이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한편 농협은 농협재단 외에도 학교법인 농협학원을 두고 농협에 최적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농협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사장은 농협재단과 마찬가지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맡고 있다. 

 

재무현황

농협재단은 총자산 4510억원 중 대부분(82%)을 금융자산으로 지니고 있으며 나머지 자산은 토지(10%), 건물(6%), 기타(2%) 등으로 구성돼 있다. 농협재단은 보유한 건물을 농협 계열사에 임대해 부동산 임대료, 관리비 등의 수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농협재단은 부동산임대료, 투자자산 수익 등을 포함해 334억원(기부금 제외)의 수익을 올렸으며 공익목적사업에는 588억원을 지출했다. 농협재단의 총자산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은 13.06%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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