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 매출 25%이상 화석연료에서 수익내는 기업에는 투자 안해
코로나19로 ESG투자 중요성 재조명 분위기…국내 ESG투자는 아직도 제자리걸음 머물러

픽사베이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한국거래소가 탄소배출과 관련한 지수를 새로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ESG투자의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는 지수가 탄생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조어로, 기업의 비재무적 측면을 강조하는 지표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2일 미디어SR에 "환경과 관련된 지수가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거래소도 관련 지수 고민을 꾸준히 해왔다"고 귀띔했다.  

거래소가 탄소배출 지수를 새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ESG투자가 늘고 있는 것과도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SG지수, 어디까지 왔나

거래소는 지난해 `KRX 인덱스 콘퍼런스`에서 ESG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우리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키우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이에 따라 평가방식을 다양화하고, 최신 방법론 연구 등을 통해 차별화된 ESG 지수를 개발해 투자자들의 ESG인식 제고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발표하고 있는 ESG 관련 지수는 `KRX ESG Leaders 150`, `KRX Governance Leaders 100`, `KRX Eco Leaders 100`, `KRX ESG 사회책임경영지수(S)`, `코스피 200 ESG 지수`, `코스닥 150 거버넌스 지수` 등 모두 6개다.

여기에 더해 7번째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탄소효율지수는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와 논의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해 진전 속도가 더욱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소의 또다른 관계자는 거래소 인덱스 개발과 관련, 미디어SR에 "탄소 효율 지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동기 부여를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탄소효율지수 개발 논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수 개발이 언제 완료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 거래소의 입장이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이미 친환경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방안을 내놓고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친환경 투자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월 국민연금 기금운용 원칙에 `지속가능성의 원칙`을 추가했다. 이는 ESG투자 운용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환경 등의 요소를 고려해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국민연금은 책임투자에 대한 국민연금의 기본적인 입장 및 세무원칙, 이행 방안을 표명하는 책임투자 원칙을 제정했다"면서 "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한 기금운용이 될 수 있도록 기금운용 지침을 개정해 원칙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ESG 투자 관련 관심이 커지면서 올 2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지속가능성 테마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된 자금은 약 6조8000억원에 이를 정도다. 

현존하는 ESG지수, 문제점은?

정확히 언제 탄소배출 관련 지수가 발표될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그동안 ESG관련 지수가 사회 책임성 평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해법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그동안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를 기반으로 우수 종목을 선별해 ESG 지수를 산출해왔다. 또한 KRX ESG Leaders 150 지수 같은 경우 편입 비중은 ESG 점수가 높은 순서로 결정해왔다.

문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기업이 ESG 지수에 포함돼 있지 않거나 B이하 등급을 받은 기업이 지수에 편입된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 ESG 지수가 ESG 점수뿐 아니라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등의 기준으로 인해 대형주 위주로 구성되기 때문에 기존 대형 지수들과의 차별성이 거의 없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이같은 점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말 발표된 지수가 바로 코스닥 중심의 '코스닥 150 거버넌스 지수'다. 대형주 위주의 정형화된 방식을 탈피한다는 의도가 코스닥150이라는 지수 이름에 이미 반영돼 있다. 

기존의 KRX ESG 리더스 150 지수, KRX 거버넌스 리더스 100 지수, KRX 에코 리더스 100 지수, KRX ESG 사회책임경영지수(S) 등 4개 지수는 지수 내 코스닥 시가총액의 비중이 1∼3%대에 그쳤다.  이러한 단점과 편향성을 보완하기 위해 '코스닥 150 거버넌스 지수'가 등장한 것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 존재하는 총 6개의 ESG관련 지수중 일부 지수는 시총을 추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환경 관련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면서 "다만 시총 외에도 다른 기준에 따라 점수를 산출해 지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투자철학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SG 지수, 투자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코로나19라는 악재는 역설적이지만 ESG투자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지배구조원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코로나 이슈가 터지면서 해외에서 ESG가 우수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주가방어 능력이나 회복탄력성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 코로나19가 ESG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촉매제가 됐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의 경우 지배구조에 더욱 집중했다면 요즘은 건전한 지배구조는 필수"라면서 "환경변화나 기후변화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직원과 작업장의 안전 등 사회적 책임까지 관심이 넓어지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졌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투자수익과는 무관하게 해외에서는 이미 ESG관련 우수기업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앞으로 ESG지수가 투자측면에서 이전 보다 훨씬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요컨대 ESG지수는 예상 또는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해 사전에 통제하고, 위기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훌륭한 투자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배구조원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보다 기업 지배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지수를 산출할 때 지배구조에 더 가중치를 둔 지수가 산출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업의 규모나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차별화된 공시기준이 마련이 되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기업 평가 기준이 마련되면,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의 비중이 더 커진 지수가 산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글로벌 운용사들의 ESG투자 선호도는 전보다 높아지고 있다. 과거 수익성 보다는 일종의 명분으로 고려돼왔던 투자 방식이 아니라 이제는 실리까지 챙길 수 있는 방식으로 관점이 바뀌고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이미 수익뿐 아니라 ESG를 투자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 실제 회사정책이나 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은 매출에서 25% 이상을 화석연료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뒤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3대 운용사인 SSGA도 ESG 기준에 미달하는 대기업에 개선을 요구하는 서신을 발송하는 등 ESG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이행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는 ESG투자쪽으로 급속도로 재편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ESG투자와 관련한 움직임은 더뎌 보인다.

KB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최근 ESG 관련해 적극적 움직임은 없다"면서 "당장 ESG가 투자의 중심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 계획은 잘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도 미디어SR에 "여성 간부가 많은 회사라든지, 친여성 정책이 존재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ESG관련 펀드가 일부 있긴 하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다고 해서 ESG펀드 관련 적극적 움직임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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