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시사만평가(jinosi@hanmail.net).

[미디어SR 원블리] "제 삶의 주체가 저인게 당연한 소신에,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웹툰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가 던진 말이다. 

짧지만 삶을 대하는 묵직한 화두가 담겨 있어 오랜 기간 귓전을 울리던 대사다. 

이태원클라쓰에서 받았던 좋은 느낌에 최근 뜻밖의 생채기가 생겼다. 이태원클럽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이태원이 갑자기 공포의 키워드처럼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13일 현재 119명으로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감염되면 접촉이 잦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큰 피해를 입기에 "잔인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밖에 없는 바이러스다. 하지만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도 확진자가 내뱉은 침 한방울 때문에 어이없는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기차역에서 근무하던 40대 중반의 한 여성 역무원이 코로나19 환자가 내뱉은 침에 맞아 결국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 만평은 이태원클럽에서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툭툭 튀어나오는 것을 한국인의 DNA가 발로 걷어차는 형상을 이미지화 했다. 지금까지 방역당국의 노력과 국민적 협조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만큼 이번 이태원클럽발 전투에서도 성공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용인 66번 환자가 방문한 이태원클럽이 성(性)소수자 즉 동성애클럽과 관련이 있다고 해서 한바탕 난리가 난 점은 여러모로 되새김이 필요한 대목이다. 성소수자는 태생적인 것인 만큼 그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가 엉뚱하게 성소수자 문제로 비화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19 퇴치라는 목표를 향해 핀셋처럼 정확한 타격을 가해야 한다.  

이태원클럽에서 홍대주점이나 강남 논현동까지 계속 코로나 확진자 발견지역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이나 장소로 국한됐던 집단감염 양상이 '개별감염'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다.

정확한 동선 파악이 어려운데다 감염후에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던 무증상 감염자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일정 시점에 슈퍼 전파자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나 구로콜센터 등 특정 집단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신원미상의 개개인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코로나 전파자가 되고마는 개별감염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다.

'삶의 주체가 자기 자신인' 개개인이 우리 사회 전체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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