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제공 : 청와대

# 위기극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김병헌 한국공공PR연구원 대표] 우리나라에는 ‘삼년고개’라는 설화가 전해온다. 옛날에 나무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다. 집에서 장보러 가려면 고개를 넘어야 했다. 그런데 이 고개에서 넘어지면 삼년 뒤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삼년고개라고 불렸는데 어느날 할아버지가 고개를 넘어가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토끼에 놀라 넘어졌다. 할아버지는 ‘이제 삼년 밖에 못 살게 생겼구나’며 고민하다 결국 병석에 눕게 된다.

할아버지가 고개에서 넘어진 지 삼년이 얼마 남지 않은 무렵 손자가 병석에 있는 할아버지께 이유를 물고서는 “한 번 더 넘어지시면 삼년 더 사실 것이고, 또 넘어지시면 육년 더 사실 것 아닙니까”. 할아버지는 이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삼년 고개에서 열번 더 넘어져 30년을 더 살았다고 한다.

이처럼 발상의 전환과 긍정의 힘은 죽어가던 사람도 살린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구전된 얘기라 버전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핵심은 같다. 현 상황을 극복하는 새로운 도약은 ‘발상의 전환’을 통한 ‘긍정의 힘’이 엮어낸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1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리수인 9명에 그치는 등 상황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제가 진짜 문제다. 본격적인 위기가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경제 전반에 이미 깊숙이 침투해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일 열린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되어 범경제부처가 참여하는 경제 중앙대책본부(중대본) 체제를 꾸리라고 지시했다.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와 별도로 경제부총리가 챙기는 경제부처 합동 회의체를 신설하라고 별도로 미션을 부여한 이다. 방역에서 성과를 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모범 삼아 경제에서도 효율적인 지휘부를 꾸려 대응하자는 의도로 읽힌다.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벌써부터 고용 충격이 현실화 되면서 국민들이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3차 세계대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라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국민들은 이미 위기를 넘어 파탄 지경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경제성장률이 6.7% 감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신규 실업자가 최대 33만3000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시휴직자도 160만명을 넘어 대량 실업이 눈앞까지 와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20일  '코로나19 대응 고용안정 긴급지원단'을 출범시킨 것도 이에 대한 대비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 국민생활안정은 정치의 근본    
지난달 고용동향만 봐도 심상치 않다.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대비 19만5000명이나 감소해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5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업과 고용 취약계층의 고용 충격은 더욱 심각하다. 기업들의 올해 신입 채용도 마찬가지다, 3분의 2가량이 취소됐다. 얼마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62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대졸 신입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전 채용계획을 세웠다’는 응답은 60.7%였지만, ‘코로나 이후 채용계획 유지’ 응답은 21.1%로 머물렀다. 그나마 채용 계획이 있는 곳도 그 시기는 불확실하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공자(孔子)의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맹자(孟子)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을 강조했다. 당시 등(騰)나라의 문공(文公)이 정치의 방법에 대해 묻자 “경제력을 갖춘 백성은 바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일정한 생업이 없는 사람은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유항산자 유항심 무항산자 무항심/有恒産者 有恒心 無恒産者 無恒心)이라고 강조했다. 항산(恒産)은 일정한 직업이나 생업을 말한다. 항심(恒心)은 바른생각이나 착한마음(善心)을 뜻한다.

임금의 자리는 하늘이 내린 것이라는 믿음이 당연시되던 2400년 전에 벌써 백성을 하늘로 생각하고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이자 백성들의 실생활을 돌보는 것이 임금의 도리라고 설파한 것이다. 맹자의 생각은 민본(民本)사상을 바탕으로 한 깊은 통찰력의 결과다. 역사상 혁명의 주체는 항상 국민이었다는 사실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 생활 안정이 정치의 근본임을 일깨워 준다.

# 합심하고 협력해야 극복이 보인다    
문 대통령이 경제분야에서도 코로나 방역에서처럼 창의적 사고와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한 점은 맹자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발상의 전환으로 국민의 고통을 줄이고 위기극복의 시간을 단축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해석된다. 케이(K)방역에 이어 케이(K) 경제까지 위기극복의 세계적 표준이 되겠다는 발표도 다름아니다. 발상의 전환과 실천에는 국회의 역할도 크다. 그래서 총선에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여당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그렇다고 야당이 여기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백천귀해(百川歸海)라는 표현이 있다. 모든 하천은 바다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바다는 모든 강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어떤 강보다 낮은 쪽에 위치해 차별을 하지 않고 강물을 받아들인다. 처음 가는 길은 서로 다르지만 나중에 도달하는 곳은 같다는 수도동귀(殊途同歸)도 의미가 통한다. 백천입해(百川入海), 해납백천(海納百川)라 해도 뜻은 같다. 

중국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손자인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의 범후론(氾論訓)에서 처음 사용됐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규범과 관습이더라도 시의에 맞지 않으면 따르기가 어렵다. 성인은 법을 때에 따라 변화시키고 풍속이나 법도도 적당함을 유지했다고 명시했다. 모든 개울은 근원을 달리 했으나 바다로 모이게 되고,모든 사람은 직업이 다르지만 한결같이 잘 하도록 서로 힘을 모은다(백천이원 이개귀어해 백가수업 이개무어치/百川異源 而皆歸於海 百家殊業 而皆務於治).  

위기인데도 원칙만 찾고 순리를 받아들일 융통성이 없다면 일을 원만하게 이룰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 여당이 국민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같이 엄중한 시기에는 누구를 막론하고 힘을 합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개성과 신념, 생각과 재주가 천차만별인 야권과 재계 등 경제 주체 등의 힘을 모아 난국을 타개하려면 포용이 먼저다.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처신한다면 모두가 힘을 한데 모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럴 때 경제위기 극복의 세계적 표준이 될 '케이(K)경제'도 가능해진다. 대한민국은 엄중했던 IMF국난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시 우뚝선 경험과 성공의 DNA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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