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구현의 법제화...경평 배점의 보완과 확대...추가 지방이전 시즌2

이종재 PSR 대표. 사진 : 구혜정 기자

'추구하는 가치를 존중한다. 그러나 헌법은 바꾸지 마라'

21대 총선결과를 보는 키워드다. 180석의 의미는 ‘성장보다는 분배’이고 103이란 숫자는 ‘헌법 개정 최소 저지선’이다. 사회주의적 분배의 정의를 주목하면서도 시장경제 체제만큼은 유지해야 한다는 민의다.

지난 수차례 선거 때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국민들의 절묘한 선택’이란 한마디로 압축했고 국민적 공감을 이끌었다. 이번 선거 역시 ‘압승과 참패’라는 대립적 해석보다는 ‘절묘하다’는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소외계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는 ‘승자독식 세상의 불식’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제동장치가 국민들 한 표 한 표에 담겼다는 분석이다.

○양극화해소 더 이상 미룰 현안이 아니다

더 이상의 승자독식은 안 된다는 인식은 가속화되고 있는 양극화에서 출발한다. 2011년 미국 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는 신자유주의로 내몰린 계층의 한 목소리다. 담고 있는 뜻만큼은 지금 야당이 한때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와 다르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1987년 직선제 이전까지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핵심가치였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그 어떤 희생도 감수했던 것이다. 87년 직선제로의 개헌은 민주화를 우선하는 정치적 가치를 30년 중심에 두도록 했고 2017년 촛불을 기점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이번 총선은 대선이후 또 한 차례 메시지를 분명히 한 사회가치 우선의 확인이다. 추구하는 가치는 양극화 해소이고 해결방안은 ‘돈보다는 사람, 개인보다는 공동체’에 있다. 정권은 얼마든지 교체되고 여야는 바뀔 수 있으나 상당기간 대체되기 어려운 가치인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람중심 경영, 공동체 활동은 다양하게 시도되고 기업 가치와 사회가치의 조화는 경제현장의 중심에 자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기관의 해석과 대응은 보다 구체적이다. 지난 3년 여 현 정부의 사회적 가치 의지를 온 몸으로 받아온 공공기관의 총선 감상법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국회에 계류됐다가 무산되기를 반복해 온 사회적 가치 기본법의 공식 법제화와 경영평가에서 50점을 넘는 사회적 가치 구현부분의 지속적 강화, 그리고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가 그것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법이 공식 법제화 된다

현 정부 출범이후 공공기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사회적 가치다. 100점 만점의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구현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관별로 55~63점에 달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따라서 지난 3년동안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언제까지 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두고 대비해 왔는데 이번 총선으로 분명해 졌다고 보고 있다. 사회적 가치의 구체적인 의미는 관련법에 담겨있고 강화된 배점은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사회적 가치기본법은 2014년 6월 문재인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이란 이름으로 제출됐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16년 8월 20대 국회에서 김경수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재차 제출했고 2017년 10월 박광온 의원 대표 발의로 다시 제출된 상태다.

법안은 제안이유서를 통해 ‘이윤, 효율’과 ‘사람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대립시키면서 ‘인권 노동 사회적 약자 배려, 상생 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를 의사결정의 핵심요소로 고려하고 공동체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핵심 국가운영 원리의 하나로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화적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정의하고 13개 항의 실현과제를 분명히 했다.

이 법안이 이번 국회에서 우선 처리될 전망이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가치를 실행하고 이를 일반 기업으로 확산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경영평가에서의 사회적 가치, 더욱 강화된다

2017년 평가에서 ‘사회적 책임’등으로 5점 정도에 불과했던 평가항목은 ‘사회적 가치’란 용어와 함께 배점을 50점 이상으로 늘렸다. 경영관리 측면에서만 보던 사회적 가치, 사회책임부문의 평가를 각 공공기관의 개별적인 사업으로까지 확대했다. 사회적 가치의 법제화 이전에 공공기관의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경영평가를 수단으로 가치의 실현에 나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18년 평가지침을 발표하면서 제도개편을 위해 전문가와 공공기관 노사, 시민단체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전제, 공공기관관리에 관한 법 10년을 계기로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배경을 설명했다. 공공기관 본연의 목적인 공공성과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부문의 배점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적 가치부문의 배점을 공기업의 경우 40~45점, 준정부기관에 대해서는 58~63점으로 늘렸다. 경영관리부문에서는 6대 평가구분 중 ‘사회적 가치구현’을 신설하고 공기업의 경우 22점, 준정부기관은 20점을 배점했다.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 상생과 지역발전 등 5대 지표로 구성된 항목이다. 용어 자체도 사회적 책임으로 구체화했다.

중요한 것은 주요 사업부문에서다. 2017년 평가에서는 주요사업 50점에 그 내용은 ‘주요 사업의 계획 활동성과를 종합평가’로 제시됐다. 이는 그러나 개정 지침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사업, 기타 주요사업’으로 명시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사업 부문에서 공기업 10~15점, 준정부기관 30~35점을 배점했다. 아울러 기타 주요 사업의 비고란에 수익성 또는 중립적 사업으로 적시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사업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사회가치 구현부문의 배점은 따라서 기관에 따라 최소 40점에서 최대 63점에 달한다. 특히 사업부문의 전체 배점이 55점인 준정부기관에게는 사회적 가치의 배점이 최대 35점인데다 사업내용까지 수익사업과 구분해 현장에서 느끼는 당혹감은 컸다.

2018년 처음 도입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사회가치 구현부문 배점은 2019년 24점(공공기관)으로 더 높아졌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22점) 모두 지난해보다 2점 올랐다. 2020년에도 강화된 배점 기준을 유지했으며 앞으로 상당기간 다양한 형태로 보완과 강도를 더할 전망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최대 500개?

이번 총선에서 공공기관의 관심을 모은 현안중 하나는 공공기관의 추가이전이다. 특히 여당의 대표가 선거직전 구체적인 이전계획을 밝히고 주요 지역의 당선자들이 공약으로 내걸어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는 곧 구체화될 전망이다.

지난 6일 이해찬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부산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국을 다녀보면 제일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라며 “‘지방 공공기관 시즌2’를 총선이 끝나는 대로 지역과 협의해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참여정부 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이후에 서울 수도권에 적어도 300개 가까이 공공기관이 생겼다”며 “공공기관을 이전해서 국가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당이 책임지고 나서겠다”고 했다.

이와관련, 공공기관은 지난해 2월 혁신성장동력 심포지엄에서 나온 ‘이전대상 500곳’이란 참석자들의 제안을 주목하고 있다.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 210곳, 정부투자 출자회사 279곳, 이전부처 산하 공공기관 40~50곳 등 모두 500곳이 대상이란 의견이 심포지엄에서 제시됐던 것이다. 이전 대상 지역으로 부산 경남과 광주 전남, 대전 충남, 전주, 제주 등이 떠오른다. 하나같이 이번 당선자들이 선거공약으로 기관의 이름까지 거론한 지역이다.

지방이전은 양극화현상 중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번 총선으로 지역기여에 대한 인식이 새롭고 공공기관을 통한 지역 살리기 정책방향도 분명해졌다. 정치가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표현대로라면 제대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권한은 언제든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기러기 가족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내몰지만 말고 체계를 갖춘 정책적 추진력과 실효성 높은 지역기여 활동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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